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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ㅇ

[단간/히코마]약속 2 본문

단간/소설

[단간/히코마]약속 2

ㅂㅇㅇㅇ 2021. 5. 26. 17:30

 

캡션:

이번 편은 히코마가 중학생때의 이야기

조금이지만 제로의 캐릭터가 나오니 네타바레 주의

히나타와 코마에다 서로의 감정은 아직 우정(무자각)입니다

히나타가 코마에다를 넘어뜨리는 것도 무자각이며, 코마에다가 히나타를 특별시 하는 것도 무자각입니다.

여장 주의. 이미지로는 모 PAD이 모델입니다

히나타와 코마에다의 부모님을 조작 기미


 

 

 

여름방학의 단골

 

 

 

여름의 끝.

기다리고 있는 건 쌓아둘 대로 쌓아둔 여름방학 숙제다.

 

히나타 군은 정말 약속이랄까 뭐랄까.”

시끄러워, 됐으니까 입 다물고 손을 움직여.”

 

여름방학이 종반으로 접어든 학생에겐 이미 향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하지 않고 내버려 둔 대량의 숙제를 하드 스케줄로 정리하는 작업이다.

 

7월 중에 전부 끝냈어, 관찰 일기계 말고는.”

?! 네가 그러고도 건전한 중학생이야?!”

건전한 중학생이니까 빨리 끝낸 거야. 싫은 걸 뒤로 미뤄서 우는 꼴이 되고 싶지 않거든.”

 

귀가 아프다. 반론할 수 없을 정도로 정론이므로, 나는 입 다물고 숙제 프린트를 채우기로 했다. 코마에다는 숙제를 통째로 베끼는 건 히나타 군의 도움이 되지 않는 다거나 하면서 보여 주지 않기 때문에, 자력으로 수학 프린트를 풀고 있다. 코마에다는 스마트폰으로 최근 2개월 동안의 날씨를 조사해주거나, 시사 문제의 소논문의 자료를 모아주거나 하고 있다. 숙제를 보여달라는 걸 거절당했을 때는 귀신이라고 생각했지만, 잡무를 도와주는 건 은근히 고맙다. 게다가 코마에다는 필요한 부분을 픽업해주기 때문에, 작업 효율이 몇 배나 올랐다.

 

어째서 빨리 끝내거나 매일 꾸준히 하는 걸 못 하는 거야? 매년 반복하고, 진보가 없네.”

 

이 잔소리만 없으면 최고인데.

 

나는 눈앞의 유혹에는 전력으로 편승하는 타입이야.”

우와아 글러 먹은 사람이야 그거. 장래에 미인계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

 

그건 괜찮다. 나의 안면 편차치 기준은 상당히 높다. 왜냐하면 유년기부터 매일 코마에다의 얼굴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코마에다는 한마디로 선이 가는 미남이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더욱 더 키가 커져서, 아직도 나는 따라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도 또래 중에서는 큰 편이겠지. 코마에다와 달리 근력에도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마르고 키가 큰 코마에다보다 훨씬 몸이 만들어졌다. 건강하지 못한 하얀 피부와 가느다란 몸, 긴 속눈썹에 하얗고 푹신푹신한 머리카락인 코마에다이지만, 이것이 학교 지정의 검은 교복을 입고 있으면 상당한 미소년이 된다. 코마에다 본체는 하얗고 너무나도 존재감이 옅어서, 진한 색조의 옷을 입으면 잘 어울리는 것이다. 갖춰진 외모와 나른한 표정으로 여자들한테 인기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남자들의 인기는 대체로 나빴다.

초등학생 때부터 교제는 표면으로만 머물게 하고, 깊이 관련되려고 하지 않았던 코마에다는 중학교에 와서는 더욱 고립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도 본인은 별로 그 일을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 표연하게 있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섬뜩한 녀석, 이라는 것이 코마에다의 일반적인 평가이겠지. 코마에다에게 좀 더 협조성을 가지면 어떠냐고 설명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아, 로 싹둑 거절당해버렸다.

코마에다가 그걸로 좋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게 아니다. 솔직히 내가 없는 곳에서 코마에다가 학교생활을 엔조이하고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열 받는 데다가, 코마에다가 사람을 접근시키지 않는 이유도 짐작이 갔다. 나는 아직, 이 녀석이 도망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것만이 고작이다.

 

히나타 군, 집중력이 끊겼어. 수학은 앞으로 그거 1장뿐이니까, 그게 끝나면 조금 쉬자.”

 

그러니까 힘내, 라며 코마에다에게 활력을 나눠 받아서, 나는 나머지 문제에 의식을 집중시키기로 했다.

 

 

 

 

 

수고했어 히나타 군. 자 이거 상.”

 

그렇게 말하고 코마에다가 나에게 내밀어 온 것은 편의점 봉투였다. 안에는 여러 종류의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다.

나는 소다 맛의 과자를 꺼내고, 크게 베어 먹었다. 아직도 늦더위가 힘든데 에어컨의 설정 온도는 27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미지근한 공기가 달라붙어서 불쾌감이 상당히 위험하다. 덤으로 바로 조금 전까지 뇌를 풀 회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히트 업한 몸은 아이스크림 덕분에 어느 정도 청량감이 온다.

 

너무 한꺼번에 먹으면 머리 아플걸.”

 

부스럭거리면서 편의점 봉투를 뒤지는 코마에다의 충고가 귀에 들어온다. 코마에다는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고, 눈썹을 팔자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런 사소한 동작이 있어 보이는 건 코마에다라서 그렇겠지. 나는 약간 아이스크림을 먹는 페이스를 떨어뜨리고 앉았다. 코마에다는 봉투 안에서 뭔가 그리운 형상의 아이스크림을 꺼내,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는 것 같다.

 

그거, 그립네. 아직 팔고 있었구나.”

, 나도 찾아냈을 때 그립네 생각해서 말이야. 무심코 사버렸어.”

 

코마에다가 손에 들고 있는 건 계란 모양의 아이스크림이다. 얇은 고무 모양의 용기 안에, 마치 풍선처럼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다. 막과자 가게에서 팔고 있어서 먹기 어렵지만 재미있는 모양에 매료되어 몇 번 먹어본 기억이 있다.

 

분명, 그 끝부분을 자르고 달라붙을 것처럼 먹는 거였을 걸?”

아아,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네.”

 

가위 어디 있더라, 아이스크림을 그 자리에 두고 코마에다가 자리를 뜬다. 나는 수중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코마에다가 놓은 아이스크림을 가만히 응시했다. 살며시 만져보니, 생각보다 탄력이 있었다. 앞쪽이 남은 부분을 잡아당기거나 하며 놀고 있자, 가위를 발견한 코마에다가 돌아왔다.

 

음식으로 노는 건 좀 그렇네.”

, 놀고 있었던 게 아니야! 잠깐, 무슨 느낌이더라 하고 옛날을 그리워하고 있었을 뿐이고.”

흐응?”

 

야릇한 표정을 한 코마에다에게 곁눈질당하고,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이 녀석의 눈짓은 어떤 의미로 흉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히나타 군도 남자긴 하네.”

 

후훗 하고 코마에다가 웃는다. 눈이 웃고 있고, 완전히 이쪽을 놀리려 하는 것이 분위기에서도 전해져온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 그럴게, 이거 여러 가지 별명이 있잖아? 풍선 아이스크림이라던가, 요요 아이스라던가.”

 

확실히 겉모습은 풍선처럼도, 요요처럼도 보인다.

 

가슴 아이스라던가.”

 

무심코 먹고 있던 걸 뿜고 말았다. 왜냐하면 코마에다가, 그 코마에다가, 뭐라고?

 

어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 없었어? , 하얗고 둥글고 부드럽고, 이 끝쪽을 달라붙으면서 먹는 점이라던가 정말로.”

, 알고 있지만.”

 

그래, 너무 잘 알 정도다. 그렇다기보단 그렇게 들으면, 이제 그렇게밖에 안 보이게 된다. 남자 중학생의 망상을 얕보지 말아 달라고 하고 싶다.

그러나 정작 코마에다는 신경 쓰는 모습 없이 가져온 가위로 아이스크림 용기에 칼집을 넣어, 당황하지도 않고 계란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빨아들였다. 꽤 시간이 지나 있었던 탓인지, 내용물은 상당히 부드럽게 된 모양이다. 흘러넘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내용물을 빨아먹고 있다.

나는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단숨에 다 먹고, 코마에다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머릿속에 기록하는 것처럼 주시했다. 뭐랄까, 굉장히 야한 느낌이 든다. 코마에다 자신은 야한 소재를 찔러봐도 타지 않는 담백한 녀석이기 때문에, 평소와의 갭이 굉장하다.

용기가 고무로 되어 있어서 먹고 있으면 자연히 그 형상은 작아진다. 손바닥에 딱 맞는 사이즈였던 것이 골프공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조금 있으면 다 먹어버리나, 하고 조금 아쉽게 생각했지만, 여기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고무 용기가 수축해, 녹아 부드러워진 내용물이 단번에 출구에서 뛰쳐나와 버렸다. 출구는 당연히, 코마에다가 연 잘린 부분뿐이다. 그리고 코마에다는 그 잘린 부분에 입을 대고 있었다. 즉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코마에다의 얼굴 전체에 무참히도 튄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흩날리고 있었다. 녹아 있었기 때문에, 찐득한 하얀 액체가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손에는 끈적거리는 얇은 고무 용기. 무심코, 엉뚱한 방향으로 망상이 시프트 한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코마에다가 굳어있던 건 몇 초이며, 지긋지긋한 표정을 띠면서 팔을 타고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기 시작했다.

하얀 피부에, 붉은 혀가 날름날름 보일 듯 말 듯 하다. 대강 녹은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는 게 끝나자 고무 용기의 끝부분에 재차 들러붙어, 용기에 남은 아이스크림도 모두 빨아내 버렸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휴지로 용기를 감싸, 홱 쓰레기통 안에 던져넣는다. 뺨에 흩날린 아이스크림을 하얀 손가락이 떠올려, 입안으로 사라진다. 뽑아낸 손가락이 미미하게 번들번들 빛나고 있었다.

 

옷에 묻지 않았던 건 불행 중 다행일까좀 끈적거리니까 세수하고 올게. 히나타 군 어디 가?”

 

자초지종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나는, 코마에다의 제지의 목소리를 뿌리치고 화장실로 향했다.

소꿉친구의, 심지어 동성의 상대로 자신이 한 망상에, 나는 심한 죄악감과 흥분에 고통받게 되었다.


문화제의 사건

 

 

 

계절은 가을. 지금 학교에서는 문화제를 향한 준비로 분주하다.

방과 후에 반 모두가 모여 전시물 제작에 힘쓰거나, 부족한 재료를 직매하러 가거나 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반을 전시할 간판 제작에 쫓기고, 익숙하지 않은 페인트를 사용해 문자를 적고 있었다.

우리 반은 창작물 전시를 하게 되었다. 지금도 반 애들이 메인이 되는 오브제를 만들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한가운데로 색이 나뉜 판다 같은 곰과 토끼라는 수수께끼한 디자인이다. 참고로 이 디자인을 한 것은 1학년 아래의 화려한 머리를 한 갸루 같은 여자애다. 이름은 에노시마 쥰코라고 한다. 이미 모델로서 잡지에 데뷔했으며, 우리 반에도 팬층이 있다. 그 녀석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에노시마는 인기 모델의 길을 순조롭게 걷고 있고, 잡지의 간판이 되는 것도 그렇게 멀지 않다고 호언하고 있었다.

그런 강렬한 지지자가 있는 녀석이 왜 일부러 우리 반 오브제의 디자인 같은 걸 했냐고 하면, 같은 반의 마츠다 야스케에 의한 것이었다. 마츠다는 문화제의 반 상연물에 비협력적이었고, 그런 것에 시간을 할애하는 건 낭비밖에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물론 그런 억지가 통할 리는 없어, 방과 후 준비에 나오지 않을 거면 적어도 오브제 디자인을 생각해와라, 이렇게 된 것이다. 마츠다는 난색을 보였지만, 거기서 등장했던 것이 마츠다의 소꿉친구인 에노시마 쥰코다. 뭐야 그거 절망적으로 재미있을 것 같아! 라고 말하자마자, 마츠다 대신에 이 2개의 디자인을 그려온 것이다. 그것을 본 반 녀석들이 그 디자인에 감동해, 우리 반의 상연물이 훌륭하게 결정되고 말았다.

지금, 교실 중앙에 우뚝 서 있는 2마리의 오브제. 중학생이 만든 것 치고는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처럼 풍부한 표정과 생동감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제작에 가장 힘쓴 건 자칭 메카닉인 소우다이다. 자칭하는 만큼, 불평할 부분이 없을 정도의 수완을 보인다.

 

어때 히나타! 나의 혼신의 걸작! 이걸로 소니아 씨의 마음도 확실하게 잡아 보일 거라고.”

아아너 정말 이런 거 잘하는구나.”

당연하잖아?! 나는 장래에 메카닉이 될 거니까, 이 정도는 쉽게 만들어 내야지. 너는 간판 제작 끝났어?”

어떻게든이려나.”

 

뒤돌아 막 다 바른 직후인 간판을 본다. 실로 평범이지만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다. 화려한 배경에 장식 문자로 “2B 창작 오브제 전람회라고 쓰여 있다.

 

, 꽤 괜찮은데? 좋아 나도 작업 끝났으니까 소니아 씨의 반이라도 가볼까!”

소니아 반은 동물 만남 파크였었나? 타나카 답네.”

젠장 타나카 자식 소니아 씨의 포인트를 따기나 하고.”

 

무언가 혼자서 투덜투덜 불만을 말하는 소우다는 방치하고 나도 다른 반을 둘러보기로 한다. 소우다는 초등학생 때부터 이어온 악우다. 이 정도로 우정에 금이 가는 연약한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식계의 상연물은 학교 측의 허가가 필요하므로, 귀찮아서 이번엔 어느 반도 안 하는 것 같다. 메이드 카페를 보고 싶었다고 한탄하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그 밖에도 수제 비누 판매나 재활용 용품 장터를 기획하고 있거나 다양한 라인업이 되고 있다. 1학년은 자체 제작 영화를 만들 생각이라는 듯해서, 옥상이나 교무실 촬영 허가를 신청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한 반만, 어떤 상연물을 하는지 잘 모르는 반이 있었다. 소문으로는 뭔가 콘테스트를 하는 모양이지만, 어떤 콘테스트인지는 당일까지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선생님에게는 허가를 얻었으니까 그렇게 기발한 건 아닐 것이다. 나는 그 수수께끼의 콘테스트를 기획하고 있는 반을 방문했다.

 

, 코마에다 있어?”

, 히나타인가. 코마에다를 찾고 있는 건가?”

 

나온 것은 회색 머리를 높이 올려, 세 가닥으로 땋고 2개로 나눈 페코야마다. 안경의 안쪽의 붉은 눈동자가 반짝 이쪽을 꿰뚫는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문화제 준비 중이다. 멋대로 들어와서 보면 곤란해.”

그렇구나, 미안. 코마에다를 만나려고 하는데 불러주면 안 될까?”

코마에다인가.”

 

페코야마가 팔짱을 끼고 골똘히 생각하는 기색을 보인다. 뭐야, 뭔가 상황이 안 좋나? 잠시 후에 페코야마는 손을 턱에 댄 채로 힐끗 이쪽을 본다. 그리고 또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 가만히 평가되는 것 처럼 바라봐지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 기분이 나쁘다.

 

타이밍이 안 좋은 거라면 갈 건데.”

그렇군, 지금 코마에다는 손을 뗄 수 없겠지. 그렇게 해주면 이쪽으로서도 고맙다.”

 

페코야마의 시선에 견딜 수 없게 된 나는 스스로 항복해 버렸다. 페코야마는 이야기는 끝났다는 듯이 다시 교실로 돌아가려고 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불러 세우고 만다.

 

기다려 페코야마!”

뭐지 히나타, 아직 볼일이 있었나.”

 

빙글 페코야마가 이쪽을 돌아본다. 나는 안 되더라도 여기에 온 원래의 이유를 묻기로 했다.

 

저기, 페코야마의 반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그러자 페코야마는 평소의 냉정하고 영리한 얼굴을 살짝 풀고, 검지 손가락을 입가에 대면서 이렇게 말했다.

 

비밀이다. 하지만, 기대는 해도 좋다고 말해두지.”

 

 

 

 

 

문화제 당일.

당번제의 접수의 역할을 빠르게 끝낸 나는 교내 견학을 하고 있다. 특별히 누군가와 교내를 돌자는 약속을 안 했기 때문에 나 혼자다. 그렇다기보단, 코마에다랑 돌아보려고 했기 때문에 권유가 있어도 거절했지만, 코마에다가 최근 묘하게 나에게 쌀쌀맞게 돼서, 대화할 기회도 만들 수 없었다. 특히 문화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화제를 피하고, 내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도 교묘하게 이야기를 피하고 있었다. 내 엄마는 속일 수 있어도 나는 그렇지 않다. 저녁 식사 후에 내 방으로 이끌어도, 아직 숙제가 안 끝났다고 말하거나 어떻게든 나와의 대화를 피하고 있었다. 코마에다도 나를 속이지 못했다고 알고 있었겠지. 꼬리를 내기 전에 도망치면 이쪽도 잡을 방법이 없다.

그러나 그 악순환도 오늘로 끝이다. 코마에다가 숨기고 있던 것도, 이걸로 알겠지. 나는 코마에다의 교실 앞에 와 있었다. 드르륵 문을 연다.

교실 안에는 책상이 치워지고 있어서,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긴 책상과 의자가 몇 개 정도 설치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종이 다발이 놓여 있을 뿐이고, 접수 같은 인물이 2명 있을 뿐이다. 그것이 잘 아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나는 말을 걸었다.

 

페코야마, 쿠즈류, 뭐해?”

히나타 아니냐.”

히나타인가. 보시다시피, 접수를 맡고 있어.”

 

페코야마랑 쿠즈류의 앞에는 엔트리 접수 중, 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여져 있으며, 말 그대로 접수를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2명의 앞에 놓인 종이를 손에 들고, 내용을 대충 훑어본다.

뽑기식 가장 콘테스트 ~우승자에게는 모 꿈나라 페어 초대권 선물~, 회장은 제1 체육관, 우승자를 결정하는 건 당신의 깨끗한 한 표입니다라니 뭐야 이건.”

히나타도 그렇게 생각하냐나도 솔직히 이게 뭔가 싶다고.”

그런가, 나는 재밌는 취향이라고 느꼈다만.”

아니, 재밌긴 재밌는데이런 구경거리가 되는데 참가자가 모여?”

그 걱정 안 해도 된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 반에서 대표자 5명이 참가하기로 되어 있다.”

난 절대로 싫으니까 접수의 역할을 빼앗고 고비는 넘겼지만, 대표로 선발된 녀석은 명복을 빈다는 거라고.”

 

이런 이런이라고 말하는 느낌으로 쿠즈류가 팔짱을 낀다. 페코야마는 그 모습을 살그머니 엿보고, 갑자기 덧없는 미소를 지었다. 쿠즈류 앞에서만 보이는 페코야마의 귀중한 미소였다. 쿠즈류도, 페코야마 자신조차도 아마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뽑기식이라는 건 무슨 말이야?”

어떤 변장을 할지 뽑기로 뽑는 거다. 이미 이쪽에서 준비한 의상에 맞춰서 제비를 준비했어. 사이즈 문제도 있으니까 반 대표자들은 이미 다 뽑았고, 사이즈를 재서 전용 의상이 준비되어 있다. 오늘 참가를 결정한 사람들에게는 프리 사이즈의 의상을 준비해 놨어.”

과연, 참고로 무슨 의상이 있는데?”

그렇게 별다를 건 없다고. 학교 지정의 가쿠란이나 세라복이나, 인형 탈이나 유카타, 다른 건 연극부 녀석들에게서 빌린 의상이네.”

뭐 학교 측이 허가하는 거니까 당연하겠지.”

 

생각했던 것보다는 보통의 콘테스트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하면 신경 쓰이는 게 있다. 어째서 코마에다는 그렇게까지 문화제의 화제를 거부하고 있었던 걸까. 사고의 바닷속을 논리적으로 다이브하고 있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혹시, 코마에다는 대표자 5명 안에 들어가 있어?”

명답. 역시 히나타이로군.”

 

페코야마가 씨익 조금 흉악한 미소를 띤다. 그 표정에 멈칫하면서 나는 자신의 추리가 잘못되지 않았던 것에 안도했다. 코마에다의 가장. 도대체 어떤 가장을 뽑아버렸는지 신경이 안 쓰일 리 없다.

 

코마에다는 어떤 가장을 하는데?”

 

나의 당연한 질문에 대해, 페코야마는 한층 더 미소를 깊게 하고, 어째서인지 쿠즈류는 눈을 돌렸다.

 

코마에다 자식은뭐라고 할까, 운이 나빴다고밖에 말 못 하겠네.”

 

먼 곳을 보는 듯한 눈으로 쿠즈류가 흘린다. 너 아까 별다를 건 없다고 하지 않았냐. 왜 거기서 먼 눈을 하는 거야.

 

안심해라 히나타. 코마에다의 의상은 나도 도왔다. 세부까지 치밀하게 했으니 아무런 문제도 없을 터다.”

아무 문제도 없다고?! 남자가 저런 차림을 한 시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페코!”

 

덜컹 자리에서 일어서며 쿠즈류가 반론한다. 쿠즈류는 야쿠자의 후계자면서 도리에 어긋나는 일은 정말 싫어해서 외골수적인 성격이다. 그 쿠즈류가 이렇게까지 동요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각오를 해야 하는 의상이라는 거겠지.

그렇다면 코마에다가 문화제의 화제를 싫어했던 것도 설명이 간다. 특유의 행운으로 불운하게도 대표자로 선택되고, 게다가 남자가 입기에는 저항이 있는 의상을 제비로 뽑아버렸다. 그런 일 보통 누구에게도 알려지고 싶지는 않다. 희망에 관한 것 이외는 상식적인 감각의 소유자인 코마에다는 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 그것이 이번 일의 진상이겠지.

 

그렇게 강렬한 의상이야? 설마 고간에 백조가 달린 흰 발레리나 옷이라든가.”

, 장난치지 말라고 히나타! 그런 공연음란죄로 잡힐 것 같은 복장 허락할 리가 없잖아!”

의상조는 여자가 담당하고 있다. 그런 의상을 준비할 리가 없지 않은가.”

 

남 앞에 나서는 것이 싫은 복장이라는 것으로 가장 먼저 벌 게임에 어울리는 의상을 떠올렸지만, 그런 방향성도 아닌 것 같다. 더욱이 의상조은 여자가 담당이라는 새로운 정보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페코야마도 그것을 도왔으며, 세부에까지 관련되었다는 얘기다. 거기까지 페코야마가 정열을 향하는 의상추리는 이어졌다.

 

페코야마설마, 에이프런 원피스야?”

 

나의 말에 쿠즈류는 놀라움에 눈을 부릅뜨고, 페코야마는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모두! 달아오르고 있어? 그럼 다음 곡 간다! , 피가 철철 가득![각주:1]

 

대환성 속, 초인기 절드 밴드 방과 후 뾰로롱 아워 미오다 이부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여기 제1 체육관에서는 오후부로서 첫 발표가 행해지고 있었다. 개시로부터 이미 30분 지났지만, 미오다의 열정에 밀려 열기는 높아질 뿐이다. 밝고 활기차게 하이 텐션인 미오다와 정반대인 데스 보이스로 부르는 어둡고 음침한 곡은 처음에는 질색해도 몇 번 들으면 견딜 수 없다는 이른바 중독성이 높은 곡으로, 타교에도 팬들이 있을 정도의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미오다는 군데군데 메슈가 들어간 스트레이트 머리카락에, 특징적인 뿔 같은 경단을 만든 머리 모양이다. 복장도 본인의 대폭적인 어레인지가 들어간 세라복으로, 이미 원형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런 자유로운 그녀이지만, 남녀 모두에 인기가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뭐랄까,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다. 보통 저렇게까지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녀석도 나올 텐데 그녀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이상하게 치유되어 기운을 나누어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은 기타 리스트로서가 아닌, 그녀 자신의 덕 같은 거겠지. 지금도 스테이지 위에서 밴드 동료와 함께 노래하고, 연주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즐거운 듯이 웃고 있다. 음악의 물결에 도취한 그녀는, 매우 빛나 보였다.

대 음량의 음악이 멈추고 한가운데에서 미오다가 포즈를 취하자, 우르르 박수갈채가 솟아났다. 이제 끝난 것 같다. 아쉽게 스테이지에서 손을 흔들며 밴드가 악기를 손에 들고 퇴장한다. 무대 끝에서 기재를 정리하기 위해 실행 위원 사람들이 바글바글 오고, 시원시원한 동작으로 순식간에 스테이지에서 기재를 가져가 버렸다. 역시 실행위원장인 토가미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녀석들이다. 토가미의 수완에 감탄하고 있자, 뒤에서 퐁, 어깨가 두드려진다. 뒤돌아보자 거기에는 목에 커다란 검은 카메라를 걸친, 붉은 머리의 숏컷 여자가 서 있었다.

 

코이즈미, 와 있었네.”

당연하지! 이부키의 씩씩한 모습, 확실하게 카메라에 담아야 하니까.”

 

그렇게 말하고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를 손에 든다. 카메라를 매우 소중히 하는 걸 알 수 있는 손놀림이다. 코이즈미는 시선을 카메라에 떨어뜨리고 조금 조작하다가 카메라의 화면을 내 쪽으로 향해왔다.

 

, 오전부인 히요코의 무용도 제대로 찍었다고?”

진짜네. 그 시간에 난 반의 접수를 해야 해서 보러 못 왔어.”

 

카메라의 안에는 몇 개의 화상이 보존되어 있고, 화면 중앙에는 무대 의상을 입고 우아하게 춤추는 사이온지가 비치고 있었다. 쥘부채를 한 손에 마치 나비처럼 춤추는 순간을 포착했던 그것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처럼 생기가 넘쳤다.

 

멋지네, 나도 직접 보고 싶었어.”

후후, 히요코도 히나타 오빠가 안 오다니 부하 주제에 건방져!”라면서 엄청 아쉬워했어.”

난 언제 걔의 부하가 된 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이온지의 모습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르자 조금 낙심한다. 하지만 사이온지는 귀중한 화과자 친구이기도 하다. 이번 내 단골 가게에 초대하면 조금은 기분이 풀릴 것이다.

 

, 저기 봐 히나타. 다음이 시작되나 봐.”

 

소매를 쭉 잡아 당겨져서 스테이지에 눈을 돌리자, 위에서부터 뽑기식 가장 콘테스트라고 적힌 간판이 내려온다. 체육관 안은 조금 전의 미오다의 라이브도 있어 만원 상태다. 이런 많은 사람 앞에서 구경거리가 되다니 나라면 견딜 수 없다.

코마에다는 지금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그다지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는 자기 비하가 격렬한 소꿉친구를 떠올리고, 쓴웃음 한다. 게다가, 지금 여기서 내가 코마에다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 도망칠지도 모른다. 모두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고 말해놓고는 자기한테 안 좋은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코마에다는 그런 녀석이다. 만약 지금 도망치지 않았다면, 코마에다에겐 그렇게 싫지는 않은 상황이라는 걸까, 혹은 이것도 행운의 포석 중 하나라면서 포기하고 있다던가 어느 한쪽이겠지.

무대 끝에서 사회 진행자 역인 토가미가 나왔다. 마이크를 한 손에 당당히 지휘를 맡고 있었다.

 

그럼 다음은 2D뽑기식 가장 콘테스트. 출연자는 2D 대표자 5명과 오늘 참가를 표명한 5명 합계 10. 이건 관객 참가형 이벤트로, 입구에 있는 투표 박스에 한 명당 한 표까지 투표할 수 있다. 가장해서 나온 출연자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녀석에게 좋을 대로 투표해라.”

 

간결한 설명을 마치고 토가미는 또 무대 뒤로 돌아간다. 드디어다. 나는 몰래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스테이지로 기대의 눈빛을 보냈다. 밝고 흥겨운 업 템포한 BGM이 흐르고, 출연자가 줄줄이 스테이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바로 체육관은 웃음의 소용돌이에 삼켜지게 된다.

 

우와 남자의 생다리는 조금 노 땡큐네.”

 

옆에 있던 코이즈미가 겨누던 카메라를 내리고 피곤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코이즈미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타자는 머리를 깎은 체격이 좋은 남자의 세라복 차림이었다. 나온 순간 회장 안에서는 야유와 조롱의 목소리가 난무한다. 스테이지를 걷는 남자는 싫은 듯한 시선을 이쪽으로 돌려, 이를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어떻게 봐도 자주적 참가가 아니라 강제 참가하게 된 쪽이겠지.

차례차례 출연자가 무대 끝에서 나타나, 거대 개구리 인형 옷을 입은 사람이나 왕자님 같은 의상을 입은 여자가 등장했다. 처음의 완성도는 심했었지만, 모두 나름대로 어울리고 옷을 소화해내는 인물도 있다. 9명의 남녀가 나와서 스테이지를 일주하고 안쪽 단상에 차례로 나란히 선다. 코마에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마 마지막일 것이다. 에이프런 원피스라는 걸 알고 있는 나는 얼굴이 해사해지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왜냐면 그 코마에다라고? 상당히 싫어하는 얼굴을 하고 나올 게 틀림없다. 절대영도의 시선으로 회장 내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출연자가 나타났다.

 

?”

 

내 옆에 있는 코이즈미가 무심코 목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코이즈미만이 아니다. 회장 내에 울리던 응원과 납득할 수 없지도 않은 환성이나 놀리는 목소리가, 순식간에 그쳤다.

BGM만이 울리는 회장 안에 당당하게 나타난 것은, 덧없는 분위기의 미소녀였다. 웨이브가 걸린 하얀 머리카락에, 사이드만 세 갈래로 땋은 머리가 늘어져 있고, 흰색 프릴의 헤드 드레스가 머리 위에 오도카니 타고 있다. 흰 블라우스와 검은 원피스에, 흰색 프릴이 장식된 에이프런. 어깨는 퍼브 슬리브로 되어 있고, 품위 있게 앞으로 낀 팔의 움직임에 맞추어 상하로 흔들리고 있다. 무릎까지 있는 스커트의 밑에서 검은 스타킹을 신은 얇은 다리가 보였다. 여자치고는 장신이지만, 소매에서 엿보이는 하얗고 가느다란 팔이나 다리가 스타일 좋음을 말해주고 있다. 장내가 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지는 중, 조용조용히 스테이지 위를 걷는 걸 마치고 단상에 오르자, 가장 구석으로 이동해 획 정면으로 얼굴을 돌렸다.

틀림없다. 코마에다다.

그 눈도 코도 입도, 틀림없이 코마에다다. 하지만 평소보다 아주 조금만 달라 보인다. 잘 보니 뺨에 희미하게 분홍색 볼 터치가 들어가 있어, 혈색이 나쁜 코마에다가 평소보다 건강해 보였다. 입술도 립이라도 바른 걸까, 살짝 물들어 윤기가 나고 있다.

지나친 미소녀다움에 망연자실해 있자, 회장 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화제는 물론, 지금 등장한 수수께끼의 인물에 대해서다. 여기저기에서 대체 누구야, 저런 녀석 우리 학교에 있었냐는 논의가 난무하고 있다.

 

저기 히나타, 저건, 혹시 코마에다?”

 

살그머니 귓속말해오는 코이즈미에게, 나는 아아, 뭔가 기운 없는 대답을 돌려주고 있었다.

솔직히, 그럴 때가 아니었다.

위험하게 됐다.

뭐가 위험하냐면 그것은 물론 코마에다다. 저 녀석이 예쁜 얼굴인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내용물이 괴짜라 다가가려는 자는 전무했다. 저 녀석의 얼굴에 반한 녀석이 멀리서 바라보고 만족하고 있던 정도다. 그런데 어떤가. 이번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 앞에서 그 외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버렸다. 게다가 에이프런 원피스. 페코야마가 감수했던 만큼, 그것은 코마에다에게 정말 잘 어울렸다. 장신을 커버하기 위해 신발은 로힐이고, 남자다움을 지우기 위해서 목까지 채운 블라우스나 어깨를 숙이기 위한 퍼브 슬리브, 다리 근육을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검은 스타킹, 곳곳에 고집이 엿보인다.

당한 기분이었다. 나는 오늘, 코마에다를 조롱 반 호기심 반으로 보러왔었다. 난 어차피 코마에다는 억지로 참가하고 있는 거니까, 나중에 비위를 맞추고 위로해주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생각은 물었다. 이런, 대중이 코마에다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다니 예상 밖이었다. 남의 눈에 닿지 않게 소중하게 보관해 둔 보물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중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내가 마음대로 혼자서 후회하고 있자, 단상에서는 마이크를 든 출연자들이 자기소개하고 있었다. 클래스와 이름, 그리고 조금의 자기 PR을 섞은 것으로, 한 명당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차례차례 자기소개가 끝나고, 마이크가 다음 사람에게 건네져 간다. 코마에다 전의 왕자님 같은 모습을 한 여자가 뺨을 붉히며 코마에다에게 마이크를 건넨다. 여자가 봐도 지금의 코마에다는 뺨을 물들일 정도인 것 같다.

 

“2D의 코마에다 나기토입니다. 이런 눈에 해로운 추태를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저희 반의 상연물이라 참가한, 관계자 같은 것이므로 여러분은 절 못 본 거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한테 투표하고 싶다는 별난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나, 괜찮다면 입구에 설치된 투표 박스에 협력 부탁드립니다.”

 

코마에다의 잘 트인 맑은 목소리가 스피커 너머에 울렸다. 조금 부끄럼이 들어가 있는지, 평소보다 달콤한 목소리였던 것 같다. 내용은 언제나의 코마에다가 작렬하고 있었지만, 코마에다의 목소리에 녹아웃된 녀석을 몇 명 발견했다. 얼굴도 스타일도 목소리도 좋다니 반칙이다. 그것을 탕감해 버릴 정도로 내용물도 상당한 것이지만. 하지만 지금 이 자리의 사람에게는 코마에다의 본성은 조금도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조금 자존감이 낮은 녀석, 좋을 대로 해석하면 겸손한 녀석이라고 생각돼도 이상하지 않다. 투표 박스로 뛰어드는 인파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어라, 히나타 군 와있었구나.”

 

어제까지 도망친 건 뭐였는지 듣고 싶을 정도 태평한 코마에다가 거기에 있었다. 장소는 제2 체육관. 상연물의 메인 회장이 될 큰 제1 체육관에 병설되어 있으며, 이쪽은 출연자의 옷이나 기재의 준비실로 사용되고 있다. 콘서트가 끝나도 오후 마지막에 행해지는 결과발표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아, 소란스러운 것이 싫은 코마에다는 어디엔가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예상대로다.

 

, 언제까지 그거 입고 있을 거야.”

 

그거, 코마에다가 입고 있는 에이프런 원피스를 가리키며 묻자, 코마에다는 평소의 수상쩍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아아 이거, 실은 결과발표 때 또 이 옷을 입어야 해서 말이야, 귀찮으니까 입고 있는 거야. 여자에게 갈아입는 걸 돕게 하는 건 이젠 봐줬으면 하고.”

 

여자에게 갈아입는 걸 도움받는 건가. 부럽다. 솔직히 어느 쪽도.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음료를 코마에다에게 던져주고, 코마에다의 옆에 앉았다.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는 녀석들이 이쪽을 힐끔힐끔 보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 고마워. 스테이지는 긴장되네. 나 완전히 목이 말랐어.”

그런가, 그거 다행이네.”

 

무심코 어조가 뻣뻣해진다. 코마에다는 신경 쓰는 모습도 없이 캔 주스를 부추겨, 꿀꺽꿀꺽 맛있게 마시고 있었다. 평소보다 요염한 입술에, 캔 주스의 가장자리가 닿고 있다. 목이 울리는 것으로 연동하는 울대뼈가, 옷깃에서 숨어 목이 괴로운 듯이 보인다. 갑갑하지 않은 걸까. 교복의 옷깃조차 잘 잠그지 않는 나에게는 목에 딱 붙은 블라우스가 매우 괴롭게 보였다.

무의식이었다. 나는 코마에다의 목 언저리에 손을 뻗어, , 단추를 풀고 있었다.

 

, 히나타 군?!”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는 코마에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목소리가 뒤집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본능이 향하는 대로, 한층 더 아래쪽까지 단추를 풀어 갔다. 3 버튼까지 풀었을 때, 코마에다의 가슴이 크게 열리고, 쇄골이 보일 정도로 개방적으로 되었다. 이걸로 괴롭지 않겠다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들자, 왠지 삶은 문어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한 코마에다가 있었다. 역시 괴로웠는데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걸까.

 

어이, 괜찮냐 코마에다.”

 

오른손을 코마에다의 뺨에 문지른다. 이것은 내 버릇 같은 것으로, 코마에다의 모습이 이상하면 무심코 이렇게 모습을 살피는 습관이 생겨 버렸다. 뺨에 댄 손으로 체온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나에게 얼굴을 돌릴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코마에다에게 직접 닿아 있는 것으로 나도 마음이 안정된다.

코마에다는 내 손에 방해받아 얼굴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눈만을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방황하고, 마지막에 포기한 듯 내 쪽을 봤다. 왠지 눈이 젖어 보인다.

 

저기 말이야, 여기 다른 사람들도 보고 있고, 쓰레기 나부랭이로 최저인 나에게 닿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히나타 군까지 오해받는다고?”

무슨 오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뿐이야.”

너는 좀 더 사람의 눈을 신경 써. 주위에서 지금 우리들이 어떻게 보인다고 생각해?”

어떻게라니.”

 

 

지금의 상황을 정리한다. 눈앞에는 체육관의 벽을 등지고 체육 앉기 하는 코마에다. 내가 단추를 풀었기 덕분에 개방적으로 된 가슴. 그런 코마에다를 덮치듯이 한쪽 무릎을 꿇고, 뺨에 손을 대고 있는 나. 그리고 코마에다는 지금, 에이프런 드레스를 입고 있다.

어떻게 봐도 남녀가 노닥거리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 미 미 미 미안!”

 

나는 힘차게 코마에다의 앞에서 벗어난다. 아차. 여기는 학교 안이고 주위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코마에다는 여자로밖에 안 보인다. 이래서는 당사자끼리는 남자끼리 바보처럼 놀고 있다 해도, 주위는 그렇게 받아 주지 않겠지. 인기척이 적은 장소였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코마에다는 내가 연 옷깃을 잡고, 얼굴을 돌리면서 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단추를 푼 거야.”

? 그야 뭔가, 괴로워 보여서.”

 

그게 왜? 라고 묻자, 너는 그런 사람이지, 라며 코마에다에게 원한이 담긴 눈으로 쳐다봐졌다. 그렇게 싫었나, 나로서는 선의로 한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지만.

 

그러고 보니, 너 요즘 묘하게 쌀쌀맞았는데, 역시 그 모습 때문이야?”

아아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지만 말이야. 어쩐지 부끄러워서 히나타 군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거든. 하지만, 이런 모습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니까, 막상 각오하니까 어떻게든 좋아져 버렸어.”

흐음. 그렇구나, 어울리네.”

 

쉽게 본심이 나와 버렸다. 코마에다는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에이프런 원피스가 어울린다니 남자로서는 모욕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코마에다를 곁눈질로 보자, 무릎을 안은 코마에다가 머리를 무릎에 밀어붙이고, 고마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뭐야 이 귀여운 생물은 나는 모처럼 세팅된 코마에다의 머리카락을 엉망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당분간 그대로 몸을 숨기고 있자, 드디어 집계 결과가 전부 발표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승은 나무랄 데 없는 압도적인 큰 차이로 코마에다의 우승이 되었다. 단상에서 멍한 표정으로 있는 코마에다가 우스꽝스러웠다. 우승 상품인 페어 티켓은 신세를 진 페코야마에게 주었다고 한다. 이런 것은 받지 않는다, 애초에 나는 도련님의 곁을 떠날 수는 없어, 라고 우기는 페코야마에게 그럼 쿠즈류 군과 같이 가면 아무런 문제도 없지, 라며 떠밀었다고 들었다. 그 쿠즈류다. 분명 코마에다의 의도를 짐작해 떨떠름해서 하면서도 둘이 가주겠지.

하지만 문제는 남아 있었다.

후일, 코마에다의 에이프런 원피스 모습을 찍은 사진에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코이즈미에게서 듣고, 나는 머리를 싸매게 되었다. 이날을 경계로 코마에다는 묘하게 물건을 잃어버리게 되어, 이 불운 뒤에 어떤 행운이 찾아올까, 같은 말을 입에 담고 있었다.

나의 코마에다에 대한 감시의 눈이 엄격하게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늘이라는 날

 

 

 

코마에다의 부모님, 아직 안 돌아왔어?”

 

벚꽃이 흩날리는 무렵, 히나타 군이 그렇게 물어왔다. 나의 부모님은 1년의 절반은 출장에 나가기 때문에, 1개월이나 2개월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 일도 흔하다. 그런 건 히나타 군도 알고 있을 텐데,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걸까.

 

확실히 지금은 유럽 쪽으로 출장 가셨을 거야. 장기 체류가 된다고 말씀하셨으니까 앞으로 3개월은 안 돌아오시지 않을까?”

그렇구나.”

 

내가 대답하자 히나타 군은 조금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좋아, 하고 뭔가를 결정한 듯한 얼굴로 이쪽을 향하길래, 빨리 돌아가자고 재촉했다. 히나타 군이 불러 세웠지만 그건 아니지, 라고 조금 불만으로 생각하면서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았다.

 

내 부모님은 무역상을 운영하고 계신다. 해외와의 거래도 많아, 그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그다지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 작은 아이를 데리고 다닐 수는 없어, 나는 베이비시터나 하우스 키퍼에게 자주 맡겨지고 있었다. 그것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이 집에 이사 와서, 잘 보살펴주시는 이웃과 같은 또래의 남자아이가 있었던 것도 있어서, 언제나 이웃에게 신세를 지게 되었다.

일단은 제대로 나를 맡아주시는 것에 대해 답례는 하는 것 같지만, 타인의 가족 중의 한 명 부외자가 섞여 있는 것 같아, 나는 그다지 히나타 군의 집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히나타 군의 부모님은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나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는 상냥한 사람들이다. 역시 히나타 군의 부모님이라고 해야겠지. 그렇기에, 나는 그런 상냥하고 따뜻한 가정 속에 꾸물거리며 이물질인 것 같은, 거기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만다.

실제로, 나는 없는 편이 좋겠지.

왜냐하면, 집은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쉬는 장소일 것이다. 그런 유일한 장소가 타인인 내가 쳐들어가는 것에 의해, 타인의 눈에 노출되는 장소가 되어 버린다. 귀찮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이웃이니까 주변과의 교제도 있고 해서 거절할 수 없을 뿐으로, 히나타 군의 부모님이 상냥하니까 받아들여 준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그것에 응석 부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나는, 초등학생 시절엔 가능한 한 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고, 중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는 공부가 있으니까, 가사를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되고 싶으니까 라며 히나타 군의 집에는 절대 다가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코마에다, 오늘은 내 집에서 저녁 먹고 가.”

 

히나타 군은 내 노력을 무참히 찢는다. 너는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부모님은 보통 남의 아이를 집에 들이고 싶어 하지 않아.

 

저기 히나타 군. 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아주머니도 갑자기 준비하실 순 없잖아. 사람이 한 명 늘어나기만 해도 저녁밥 준비에 지장이 생겨. 사전에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그럴 순 없어.”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처음부터 엄마가 말한 거야.”

 

이런, 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는 몇 번인가 아주머니에게 요리를 가르침 받거나 했지만, 저녁 전에는 돌아가도록 유의하고 있었으므로 히나타 군의 집에서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다. 뭐 몇 번인가는 잡혀서 먹었던 적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새삼스럽게 권유받는 것은 드물었다.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신 걸까.

 

너 요즘 내 집에 안 오잖아. 엄마가 걱정했다고.”

싫네, 아주머니에게 제대로 요리를 배웠으니까 그걸 실천하고 있었을 뿐이야. 나도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야 하는 나이니까. 언제까지나 어린애인 채로는 있을 수 없어.”

그런 기특한 태도의 중학생은 기분 나쁠 뿐이라고.”

내가 기분 나쁜 게 지금 처음인 것도 아니잖아.”

 

언뜻 보면 맞물리지 않는 대화로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나와 히나타 군의 일상 대화다. 그것을 듣고 역시 너 이상하다고 라며 소우다 군에게 들은 적도 있지만, 고칠 생각은 전혀 없다. 나에게는 이 거리감이 가장 기분 좋은 것이다.

히나타 군은 특유의 훌륭한 보살핌으로 나 따위에게도 필요 이상으로 돌봐주고 있다. 내가 조금 냉정한 태도를 취하는 정도가 딱 좋은 것이다. 히나타 군은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아니다. 히나타 군은 우리가 다니는 학교에서 은근히 인기가 있는 인물이다. 부탁하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받아주고,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다. 본인이 말하길 신경 쓰여서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하지만, 그것이 그의 친절함이고, 겉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내면의 훌륭함으로 이어지고 있겠지. 애초에 겉면도 본인이 말하는 만큼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키도 크고, 중학생치고는 상당히 몸이 만들어진 편일 것이다. 알맞게 햇볕에 탄 피부도, 짧은 머리도, 희로애락이 풍부한 표정도, 건강해 보여서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에 비해서 나는 얼마나 초라한지. 내면도 외면도 최악에 가깝다. 분명 나 따위가 히나타 군의 옆에 있는 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알기 쉽게 그것을 입에 담는 것은 사이온지 씨 정도지만, 모두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너는, 히나타 하지메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자신도 그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 나름대로 히나타 군에게 멀어지려고 하고 있지만, 도통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다.

문제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벌써 6년 전쯤이 된다. 그 약속을 한 것은.

그 약속이, 지금도 나와 히나타 군을 붙들어 매고 있다. 그것은 도망치려고 하면 도망칠 수 있는 느슨한 사슬이지만, 나는 거기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자물쇠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 자물쇠를 나는 부술 수 없다. 그러니까 쭉, 그 자물쇠를 건 인물이 자물쇠를 열어주러 와주길 기다리고 있다. 그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히나타 군이다. 그의 한마디로 나는, 머무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할 수 있다. 그날부터, 나는 그에게 결정권을 맡긴 채이다.

 

나중에 데리러 갈 테니까, 도망치지 마.”

 

어느샌가 집 앞에 도착했다. 히나타 군은 나에게 다짐받고 자신의 집으로 떠난다. 도망갈 리가 없는데, 나는 신용 없구나 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집에 돌아가자, 적막한 집에 내가 내는 소리만이 울렸다. 나밖에 없으니까 당연하다. 가방을 자신의 방에 두고, 실내복으로 갈아입는다. 교복을 옷걸이에 걸고, 할 일을 먼저 해치우기로 했다.

밖에 나가서 물뿌리개에 물을 넣는다. 그것을 집 주위에 장식된 관엽식물들에 나누어 주었다. 메리골드나 데이지에 달리아, 글라디올러스라는 꽃이나, 허브도 있다. 허브는 봄에 씨를 뿌린 참이므로, 특히 신중하게 취급한다. 어머니의 취미로 장식된 식물들이지만, 결국 보살피는 건 대부분 내가 하고 있다. 밖에서 보면 화려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집 밖과 안의 온도 차이를 알고 있는 나는 외관의 화려함에 복잡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좀처럼 집에 오지 않는 부모님을 원망한 적은 없다. 오히려, 이런 아이가 태어나서 터무니없는 재난이었다고 동정할 정도다. 주위의 인간에게 불행을 흩뿌리는 인간을 여기까지 길러 길러주신 것만으로 충분할 정도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부모님이 돌아왔을 때 조금이라도 이 식물들을 보고 치유되어 주신다면. 제대로 내가 돌보고 있는 것에 안도해 주신다면 좋겠다고, 그런 타산도 있어서 식물들을 돌보고 있다.

히나타 군이 너는 매일 물주기나 청소나 거르지 않아서 대단하네, 라고 칭찬해줬지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나는 칭찬받을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단순한, 나의 이기심이고 제멋대로고 타산에 가득 찬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알면, 히나타 군은 어떻게 생각할까.

환멸을 느낄까, 기막혀할까. 매도당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미움받고 싶지는 않네,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의 오만함에, 자신도 신물이 났다.

 

 

 

 

 

해가 떨어져 주위가 깜깜하게 되었을 무렵, 집 안에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공부하고 있던 손을 멈추고, 현관으로 향한다. 문을 열자, 히나타 군이 서 있었다.

 

데리러 왔어. 저녁 내 집에서 먹기로 약속했잖아.”

일부러 안 와도 되는데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준비하고 올게.”

 

나는 방으로 발길을 돌려, 공부 도구를 넣는다. 그리고 책장 안에서 1권의 책을 꺼냈다. 히나타 군의 아버지에게 빌린 책이다. 시크한 검은 표지의 책으로, 내용도 꽤 재미있었다. 마침 좋으니까 돌려주자.

거실로 돌아오니 히나타 군이 텔레비전을 켜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온 것을 깨닫자 텔레비전을 끄고, 일어선다. 히나타 군은 캐쥬얼한 노란 파카와 크림색의 스웨트 팬츠를 입고 있었다. 그에 비해 나는 V넥인 흰 스웨터에 검은 스키니진이다. 사복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웃의 특권일까, 라고 생각하고 있자, 히나타 군은 내 팔을 잡고 빨리 집을 나가려 한다. 나는 현관으로 조금 꺼리면서 히나타 군에게 끌려가는 대로 따라갔다.

이런 억지에, 나는 몇 번이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움직이기보다 먼저 생각에 잠겨 꼼짝할 수 없게 되는 나를, 히나타 군이 이쪽이라며 이끌어 준다. 나는 히나타 군에게 의지만 하고 있다. 언젠가, 날 무거운 짐처럼 느껴서 버려줄 때까지, 그때까지는 히나타 군에게 기대고 있어도 될까.

갑자기 히나타 군이 돌아본다. 이제 여기는 히나타 군의 집 현관문 앞이다. 안에 안 들어갈 거냐고 묻자, 시야가 새까맣게 물들었다. 눈가에 천의 감촉이 닿고, 머리의 뒤로 꽉 묶는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눈가리개를 하는 것 같다.

왜 갑자기 장난칠 마음이 됐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더니, 덜컥 문이 열리는 기척이 있었다. 이어서, 손바닥에 히나타 군의 체온을 느낀다. 손을 잡았던 모양이다. 그대로 집 안으로 유도되고, 나는 머릿속에 물음표를 가득 띄우면서도 하라는 대로 했다.

이끌고 있던 히나타 군이 멈춰 선다. 나도 똑같이 멈춰서자, 스르륵 손이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히나타 군의 손을 뒤쫓았지만, 눈가리개를 하고 있던 나는 히나타 군의 손을 찾아낼 수 없었다. 일말의 불안이 스친다.

여기는 히나타 군의 집안일 것이다. 그런데, 눈앞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탓에 불안이 생긴다.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렸을 적, 밤에 집을 벗어나서 부모님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안에서, 자신이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도 몰라서, 인사불성에 빠진. 그때의 일을 떠올린다. 자신이 작게 떨고 있는 것을 알았다. 히나타 군, 하고 작게 부른다. 대답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가까운 장소에서 들려왔다.

 

괜찮아 코마에다, 지금 벗겨줄게.”

 

목소리는 바로 뒤에서 울렸다. 스륵, 눈가리개를 벗는 소리가 난다. 보이지 않았던 것은 짧은 시간이었을 터인데, 매우 길게 느껴졌다.

 

코마에다, 생일 축하해.”

나기토, 생일 축하해.”

 

시야가 열린 순간, 눈앞에 있는 것은 호화로운 요리와 촛불이 세워진 홀 케이크였다. 이어서 히나타 군과 아주머니의 목소리.

생일, 스스로 중얼거리고 오늘이 며칠이었는지 떠올렸다. 428, 내 생일이다.

멍하니 있는 나를 놔두고, 2명은 생일 파티를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불 끌 테니까 촛불 꺼.”

어머 하지메도 참, 아직 촛불에 불 안 켰잖니?”

 

케이크 위에는 15의 숫자를 본뜬 촛불이 있다. 그 끝에 아주머니가 불을 켜고, 타이밍 좋게 히나타 군이 전원을 꺼줬다. 어둠 속, 촛불에 붙은 오렌지색의 불꽃이 흔들거리고 있다. 매우 믿음직스럽지 못한 빛인데, 어쩐지 따뜻하다.

 

““해피 버스데이 투유, 해피 버스데이 투유.””

 

히나타 군과 아주머니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상투적인 생일축하이다. 히나타 군의 집에서는 생일에 반드시 이 노래를 부른다. 히나타 군의 생일에는 언제나 초대되고 있었기 때문에 알고 있다. 괜찮다면 같이 노래 불러줘, 라며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같이 노래를 시켰다. 나는 축하하는 측이었는데. 마치 자신이 축하받고 있는 것처럼 즐거웠다. 그것이, 이번에는 내가 정말로 축하받는 측이 되다니.

손뼉을 치며 2명이 나를 위해서 노래해주는 것이 왠지 쑥스러워서, 근질거리고, 눈물이 나올 뻔했다.

높게 2명이 노래가 끝났을 때, 이쪽에 기대의 눈빛을 보내온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숨으로 촛불을 껐다. 와 박수가 일어난다.

 

축하해 나기토.”

축하해, 코마에다.”

 

히나타 군이 불을 켜고 돌아온다. 어느 쪽도 방긋방긋 즐거운 듯이 웃고 있고, 나는 울고 있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미소를 만들려고 했지만, 평소처럼 잘 만들 수 없었다. 아아, 모처럼 2명이 준비해 줬는데, 내가 울면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생각하고 당황하고 있자, 히나타 군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아래를 향하게 된다. 그러자, 지금까지 참고 있던 눈물이 중력에 거스르지 못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한번 넘쳐 버리면, 이제 댐이 무너진 것처럼 뚝뚝 눈물이 눈시울에서 넘쳐 나온다.

그런 한심한 모습을 보이는 나를, 아주머니는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셨다. 히나타 군은, 내 머리에 올린 손은 그대로, 다른 한쪽의 손으로 등을 톡톡 두드려 주었다. 끌어안은 듯한 형태가 되어, 나는 또 눈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느꼈다.

 

너는 뭐든지 너무 많이 모아둬. 좀 더 말이야, 제멋대로 말해도 돼. 외롭다면 외롭다고 말해도, 좋아.”

 

머리 위에서 히나타 군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계속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외롭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사실은 외로웠던 걸까. 그래서, 이렇게나 지금 눈물이 흘러넘치고, 멈추지 않는 걸까.

따뜻한 식사가, 배려가, 상냥함이 여기까지 가슴을 옥죄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가족끼리 모여서 식사를 한 것은 언제였을까.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는 옛날의 일이었다.

 

진정된 나를 히나타 군은 식탁에 재촉했다. 자리에 앉자, 아주머니가 내 접시에 요리를 덜어준다. 잘 보면, 입이 짧은 내가 즐겨 먹는 것뿐이었다. 또 눈물샘이 느슨해진다. 그것을 어떻게든 참아서, 감사해요 하고 말하면서 작은 접시를 받았다.

히나타 군이 케이크를 잘라준다. 네가 주역이니까, 라며 초콜릿 플레이트가 올려진 부분을 나에게 내밀어 왔다. 플레이트에는 HAPPY BIRTHDAY라고 쓰여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양손을 맞추고 요리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운, 아주머니의 맛이다. 아마 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많이 먹었던 요리라고 생각한다. 상냥하고, 조금 진한 양념이다. 히나타 군도 옆에서 요리를 맛보고 있다. 정면에는 아주머니가 앉은 채 우리가 먹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다.

아아, 나에게는 과분한 행복이다. 너무 행복해서 무섭다는 말,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 확실히 그런 상태였다. 너무 행복해서 무섭다. 이 행운의 뒤에, 도대체 어느 정도의 대가가 요구되는 것인가. 그리고 그 대가는 히나타 군의 가족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것이다.

제 생각에 오싹했다. 아까까지의 행복감이 전부 날아가 버릴 정도의 오한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높은 확률로 일어날 것이다. 히나타 군도 히나타 군의 부모님도, 내 안에서는 둘도 없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잃은 상상을 한 것만으로 행복의 절정에서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질 정도로.

지금, 당연하게 웃고 있는 그들의 얼굴을 흐릴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잃어 온 친척이나 애견이나 지인처럼,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을지도 모른다. 15년간 보내드린 죽음은 이미 양손 양발의 손가락을 사용해도 셀 수 없을 만큼이 되었다.

떨어져야 해.

이 착한 사람들을 행운의 희생으로 만들어 버릴 수는 없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나는 결국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다. 이 기분 좋은 장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히나타 군의 가족만큼은 내 행운도 벗어날지 모른다.

바보 같은 발상이다. 그런 건 6년 전의 사고로 벌써 뒤집혔지 않았나.

어쩌면, 향후 이 행운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행운이라는 재능은 기간 한정의 것으로, 언젠가 사라져 줄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의미가 없는 희망적 관측이다. 벌써 단념하고 있었는데. 히나타 군과 함께 있으면, 희망을 품고 만다. 쓰레기 나부랭이인 나에게 희망을 품는다니, 왜 이리도 어리석을까. 그런데도, 그것에 매달리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난 이제 히나타 군에게서 떨어질 수 없게 되었다.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아주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까지 맞이하러 가고, 잠시 후 부부 둘 다 식탁에 얼굴을 내밀었다.

아저씨는 잘 왔어, 라며 히나타 군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히나타 군의 이것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거라고 이해한다. 그렇지만, 히나타 군보다 크고 울퉁불퉁한 어른의 손이다. 어른인 남자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지는 것은 몇 년 만일 것이다. 긴장해서 몸을 굳히고 있자, 옆에 앉은 히나타 군과 눈이 맞았다. 어째선지 무뚝뚝한 얼굴이다.

 

아빠도 빨리 갈아입고 와. 엄마의 모처럼의 진수성찬이 식으니까.”

오오, 그렇네. 너희들은 천천히 먹고 있으렴.”

 

내 머리에서 손을 떼고, 방에서 나가려고 한다. 나는 순간적으로 불러 세우고, 빌렸던 책을 내밀었다.

 

저기, 빌렸던 책이에요. 굉장히 재밌었어요. 감사해요.”

벌써 다 읽었구나. 너에겐 조금 어려운 줄 알았는데, 이해를 얻을 수 있어서 기뻐. 같은 작자의 책 또 빌려 갈래?”

“! 정말인가요?!”

 

문장을 취향으로 쓰는 작가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기쁘다. 원래라면 사양해야 했겠지만, 이 작자의 책은 절판이 되고 있어서 좀처럼 손에 들어오지 않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연상인 남성에게 응석 부릴 수 있기에 지금의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기다리렴, 갈아입는 김에 서재에서 가져다줄게.”

 

그렇게 말하고 아주머니와 같이 식탁에서 나가버렸다. 아직 흥분이 식지 않은 얼굴로 히나타 군을 보자, 그는 더욱 기분이 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혹시 자신의 아버지를 나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정말 어리석은 행동을 해버린 것이다. 히나타 군의 마음을 상처 입히는 건 용서받을 일이 아니다.

응우우우우우, 머리를 끌어안고 창백해지자, 히나타 군이 일어섰다. 아무래도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견딜 수 없게 된 것 같다. 어떻게 갚아야 할까. 연탄으로 자살이라도 해야 할까. 여기서는 민폐가 되니까 집에 돌아간 후에그렇게 중얼거리며 계획을 짜고 있자, 히나타 군이 돌아오고 있었다.

눈앞에, 예쁘게 포장된 상자가 내밀어진다.

히나타 군을 바라보자, 얼굴을 돌리고 있는 히나타 군이 있었다.

 

이거, 생일이니까, , .”

 

더듬거리며 그렇게 말하고 내 쪽에 상자를 억지로 밀어붙인다. 떨어뜨리지 않도록 어떻게든 받은 나는, 상자와 히나타 군을 교대로 본다. 생일선물. 매년 히나타 군이 주는 그것은, 쓸데없는 장난감이거나, 문방구이거나 여러 가지지만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올해는 나 따위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준 걸까. 열어도 돼? 히나타 군에게 양해를 얻고 나서 기대를 담아 상자를 연다. 작은 상자로, 들어보니 내용물은 가벼운 것 같다. 포장을 벗기고, 뚜껑을 열자 내용물이 나타났다.

 

이건꽃의 씨앗?”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꽃의 씨앗 봉투가 들어 있었다.

 

, 항상 정중하게 식물을 보살피고 있잖아. 그래서, 좋아하는 걸까 싶어서너 아름다운 것 좋아하니까.”

 

의외였다. 설마 그렇게 생각되고 있을 줄이야. 좋아하니까 돌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걸까. 아무래도 나의 진정한 의도에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 그런 걸 생각하면서 보살피는 건 비뚤어진 성격을 하는 나 정도일 것이다.

 

고마워, 히나타 군. 히나타 군에게 피어난 걸 보여줄 수 있도록 잘 키울게.”

 

나는 근심이 없는 얼굴로 그렇게 대답했다. 히나타 군은 그것에 안도한 얼굴을 했다. 히나타 군이 주는 것이라면 뭐든지 환영할 텐데 말이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구속 도구는 괜찮지만, 개그 볼은 안된다는 나밖에 모르는 선이 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히나타 군은 매번 선물에 시행착오를 겪는 모양이다.

 

기뻐해 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엄청 고민했는데, 네가 항상 물을 주고 있을 때의 얼굴을 떠올려보니까, 이게 좋을까 했거든.”

내가 항상 물을 주고 있을 때의 얼굴?”

 

의문으로 생각해 나도 모르게 복창하고 말았다. 그러자 히나타 군은 바로 내가 원했던 대답을 밝혀준다.

 

그래. 너 몰랐나 보네. 매일 거르지 않고 물을 주고 비료를 들고 있을 때, 너 엄청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그래서 건강해지거나, 꽃이 열렸을 때 싹이 나오거나 하면 엄청나게 기쁘게 웃고 있어.”

 

몰랐다. 자신은 좀 더, 무관심에 사무적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구나.

히나타 군에게 받은 씨앗을 꽉 쥐었다. 이 씨앗을 키울 때, 나는 어떤 얼굴을 할까. 그리고 그 모습을, 히나타 군에게 보이는 걸까. 풀어진 얼굴로 보살필 것 같아서, 왠지 부끄럽다.

 

이것저것 하는 동안 히나타 군의 부모님이 돌아오셨다. 아저씨에게서 책을 받고, 답례를 말한다. 4명이 식탁을 둘러싸고, 정말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마치 자신이, 히나타 군의 가족 일원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바라건대, 이 행복이 언제까지나 계속됐으면 좋겠다.

행복하게 들뜬 머리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1. 원문: いっちがばんばんいっぱい / 케이온 극장판 오프닝 최고로 가득(いちばんいっぱい)패러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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