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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ㅇ

[단간/히코마]약속 3 본문

단간/소설

[단간/히코마]약속 3

ㅂㅇㅇㅇ 2021. 5. 27. 16:32

 

캡션: 소꿉친구 히코마 고등학생 편입니다.


 

 

 

솔직한 마음

 

 

 

엄청 예쁘네 히나타 군!”

 

눈앞에서 떠드는 코마에다는 진심으로 즐거운 듯이 웃고 있다.

작년의 생일을 기회로, 코마에다의 얇게 쳐진 벽이 사라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때까지는 가장 오래 함께 지냈다고 자부하는 나에게조차, 어딘가 사양하는 점이 있었다. 아무리 코마에다에게 가까워지려고도, 여기에 들어오지 말아줘, 라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명확한 선이 그어졌었다.

그 선이, 갑자기 사라져 코마에다에게 다가가기 쉬워졌다.

실제로, 지금의 코마에다는 감정에 뚜껑을 덮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뿜어내고 있다.

좋은 경향이라고 생각했다. 탈을 쓴 것처럼 꾸미는 미소보다도, 지금의 빙글빙글 잘 움직이는 웃는 얼굴 쪽이 단연 좋다.

덕분에 흩날리는 단풍에 뺨을 붉히는 코마에다가 더 예쁘다, 는 머리가 끓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쉽게 떠올릴 정도로 요즘 나는 코마에다에게 심취 너무 하고 있다.

 

코마에다, 너무 까불면 넘어진다고?”

괜찮아, 게다가, 넘어지면 히나타 군이 구해줄 거잖아?”

 

코마에다의 나에게 솔직하게 응석 부리는 말과 순진한 미소에 꿰뚫린다. 하여튼 솔직한 것도 곤란하다. 덕분에 내 심장이 견디지 못한다.

변함없이 자학하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지만, 조금만 솔직하게 응석 부릴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이라도 몇 년 전에 비하면 큰 진보다. 코마에다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진 것만이 폐해이지만.

 

저기 히나타 군, 화과자 가게가 있어.”

?!”

 

머리의 안테나가 핑하고 서서 화과자 가게 쪽을 향한다. 역시 교토다. 본격적으로 운치가 있는 가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수학여행에 와 있다. 키보가미네 학원은 초중고가 통합된 학교로,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은 상당한 난이도의 입시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유명 인문계 학교다. 비교적 교칙은 완만하지만, 면학을 위한 설비는 꽤 열이 담긴 것으로, 이 학원 출신인 유명한 사람은 많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공부만이 아니라, 스포츠나 예술 방면에도 힘을 넣고 있고, 성공한 사람의 등용문이라고조차 말해지고 있다.

그런 특수한 학교이기 때문인지 행사 예정도 상당히 달라, 수학여행이 고등학교 1학년에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2학년이 되는 동시에 진로에 따라 반이 나뉘어 수험에 초점을 맞춘 대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1년 안에 추억 만들기 같은 행사를 전부 처리해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코마에다와 함께 교토에 와 있다. 같은 반이 된 것은 정말 럭키였다. 덕분에 코마에다와 자유행동조도 버스의 옆자리도 숙소 방도 함께다.

 

음 전부 맛있어 보이네. 망설여져.”

아아 그렇네.”

어라? 히나타 군은 쑥떡으로 안 할 거야?”

쑥떡은 당연히 주문해야지.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모처럼이니까 다른 것도 먹고 싶잖아.”

, 그럼 난 말차 세트 주문할 거니까 너도 협력해.”

못 먹는다고 나한테 떠넘기지 마.”

히나타 군은 쑥떡이랑 칡 떡 주문해. 나 그것도 먹어보고 싶었어.”

무시하냐.”

싫다, 듣기 안 좋네! 2명이 다른 걸 주문하고 교환하면 잔뜩 여러 가지 먹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거야.”

 

안돼? 고개를 기울이며 물어온다. 그 얼굴은 반칙이다.

자신이 그렇게 하는 것으로 어떻게 상대에게 보이는지 알면서 하는 게 아니냐고 요즘 의심하고 있다. 무의식이라면 더 성질이 나쁘지만.

 

어쩔 수 없네너도 제대로 먹어라?”

고마워 히나타 군! 노력은 할게.”

 

이 녀석의 노력은 나뉜다.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노력하든가, 일찌감치 내던지든가, 둘 중 하나다. 이번에는 후자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뭐 화과자라면 대부분 좋아하니까, 이미 체념이 들어가며 나는 코마에다와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당연하지만, 여성 손님이 많았다. 군데군데에 커플이라고 생각되는 남녀가 있고, 남자 2명이 있는 건 우리뿐인 모양이다.

코마에다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은 듯, 휙휙 점내에 일본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특등석에 앉았다. 나도 그것에 따른다. 곧바로 온 친절한 점원에게 미리 정한 것을 주문하고, 한숨을 쉰다.

 

교토는 꽤 덥네, 왠지 모르게 시원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분지니까어쩔 수 없잖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트인 땅이 아니면 여러 가지로 불편한걸.”

알고 있으면 불평하지 마.”

후후, 모르는구나 히나타 군. 이런 시시콜콜한 잡담을 즐길 수 없으면 여친 안 생긴다고?”

 

여친, 이라는 단어에 걸림을 느꼈다.

 

그러는 넌 어떤데.”

뭐가?”

여친.”

아아싫네 히나타 군도 참 나에게 그런 거창한 존재가 생길 리 없는걸.”

 

가만히 코마에다의 얼굴을 바라본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때의 문화제, 그리고 3학년이 되고 나서 코마에다의 데레가 해방된 탓에, 코마에다의 인기가 급격한 상승세가 되었다. 본인이 소란스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놓고 그것을 표명하는 녀석은 없지만, 이른바 학교 뒤 사이트라는 녀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랭킹 상위 단골이라고 들었다. 남녀 모두.

여자 인기뿐만이라면 몰라도 남자에게도 인기가 많다니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생각해도 저 녀석은 남자들이 좋아하거나 동경하는 타입이 아닐 텐데.

역시 그 문화제의 여장이 문제였겠지. 코이즈미의 이야기에 의하면 그 코마에다의 사진을 산 것은 여자 6할 남자 4할이라고 한다. 소재구매치고는 어떻게 생각해도 남자의 비율이 너무 높다.

 

그렇게 말하는 히나타 군이야말로 어때, 좋아하는 애는 생겼어?”

난 네 일로 벅차서 그럴 여유 없어.”

그렇구나, 미안하네.”

 

그렇게 말하면서 코마에다는 컵의 물을 마신다.

이런 점이 정말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코마에다라면, 나 따위 때문에 히나타 군의 청춘을 저해하게 되는 건 견딜 수 없다든가 뭐라고 말할 것이다. 그것이 어떤가, 이 침착한 모습. 내가 코마에다에게 매달리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부정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혹시, 기대해도 되는 걸까.

나는 희미하게, 자신이 코마에다에게 느끼는 감정은 우정으로는 다 들어가지 않게 된 게 아닐까 느끼고 있었다. 아직 이름을 붙이지 않은 감정이지만, 만약 코마에다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2명이 답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희미한 기대를 가슴에 품고 있자, 주문한 간식이 실려왔다.

 

와아, 그릇도 공들였네. 칠기야.”

그렇네, 이쑤시개도 대나무로 돼 있어. 눈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건 좋네.”

그럼 바로 먹어볼까.”

 

잘 먹겠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나서 눈앞의 쑥떡에 착수한다. 대나무로 반으로 가르자, 듬뿍 들어간 팥소가 흘러넘치게 됐다. 떡 반죽도 촉촉해서 씹는 맛이 좋다. 입에 넣으니 쑥떡의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 이 가게는 당첨이다. 돌아가는 길에 선물로 몇 개 사 가자. 퀵 배송으로 보내면 집에 도착했을 즘에 딱 도착할 거다.

코마에다 쪽을 보자, 시라타마 안미츠[각주:1]에 스푼을 넣고 있었다. 밀차 아이스크림이 타고 있어서 맛있어 보인다. 숟가락으로 떠서 안미츠가 천천히 코마에다의 입에 옮겨진다. 음미하고 잠시 후에 코마에다의 뺨이 풀어졌다. 코마에다의 마음에 든 것 같다.

그렇게 묵묵히 눈앞의 디저트에 입맛을 다시고 있자, 안미츠가 반으로 줄었을 즘에 코마에다가 스푼을 내려놓는다. 이제 한계인 것 같다.

 

히나타 군도 괜찮다면 먹어봐.”

네가 이제 그만 먹고 싶은 거겠지. 난 전반처리반이 아니라고.”

아니야 히나타 군! 나는 너도 이 맛을 맛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알았어 알았어 내가 먹을게.”

 

코마에다의 긴 대사를 듣게 되기 전에 제동을 걸었다.

마침 나는 자신이 주문한 몫을 다 먹고 있었으므로, 눈앞의 안츠에 손을 뻗었다.

 

.”

왜 그래? 더 먹고 싶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미안 스푼 새 걸로 갖다줄 걸 그랬네.”

난 상관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

 

히나타 군이 그렇게 말한다면라면서 코마에다는 웅크리며 눈을 돌렸다. 아직 이 녀석은 자신이 세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입으로 말하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훨씬 나아졌지만.

 

전부 먹고 나니 역시 배불렀다.

잊지 않고 선물을 사서 우편의 수속을 끝낸다. 모처럼의 여행인데 짐을 안고 돌아다니고 싶지 않고, 상할 걱정도 없다.

코마에다와 다음은 어디를 둘러볼까. 나는 교토의 지도를 꺼냈다.

 

 

 

 

 

지쳤다.

모처럼 교토에 왔으니까 교통 기관을 사용하지 않고 걸어 다녔기 때문에 다리가 무너질 것 같다. 도중에 인력거를 타기도 했지만, 그것도 30분 정도다.

짐을 메고 결리는 어깨를 돌리고 있자, 동실인 니다이가 말을 걸어왔다.

 

꼴불견이구먼! 이런 일로 지친 얼굴을 하다니 정말 글러 먹었어! 내가 가르쳐주도록 할까?!”

, 아니 사양할게.”

 

하하, 마른 미소를 짓자, 니다이도 깨끗이 물러섰다.

 

그런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니. 그렇다면 내가 그거를 해줄 수도 있다고.”

, 그거?”

와아, 히나타 군 좋겠네! 니다이 군에게 그거를 받다니.”

 

대화 도중에 코마에다가 뛰어 들어왔다. 바로 조금 전까지 이불 위로 다운되어 있었을 텐데. 잘 보면 안색은 아직 푸르니 완벽한 컨디션은 아닌 것 같다.

 

뭐여 코마에다도 상태가 나쁜 것 같구먼. 혈액 순환을 좋게 하는 그거를 해줄까.”

나에게도 좀 해주는 거야? 기뻐.”

너희들이 아까부터 말하는 그거가 뭐야?”

히나타 군 몰라?! 니다이 군의 그거는 한 번 받으면 중독될 정도로, 그야말로 하늘에라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기분 좋은 거야.”

핫핫하, 그렇게까지 말해주다니 기쁘구먼.”

니다이 군의 그거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람도 있다던데.”

그러니까 그거가 뭔데?!”

 

아까부터 추상적이라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음란한 대화로 받아들여도 이상하지 않은 표현뿐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코마에다는 이미 경험이 끝난 상태인 것 같고. 왠지 억울하다.

 

히나타는 모르는 건가. 그렇다면 실천으로 가르쳐 줄까!”

잘됐네 히나타 군!”

 

내가 모르는 동안에 마음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나는 갈팡질팡하다가 이불에 눕혀지고 옷을 벗겨져, 니다이의 그거를 받게 되었다.

 

 

 

 

 

마사지라면 마사지라고 똑바로 말해!”

아핫 히나타 군은 그거를 뭐라고 착각했던 걸까나?”

 

지금 우리는 목욕탕으로 향하고 있다. 한 반에 30분 입욕 시간밖에 없기 때문에, 빨리 행동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고 나서 나랑 코마에다는 짧고도 짙은 니다이의 그거를 받게 됐지만, 확실히 굉장했다. 그토록 피폐해져 있던 몸이 아침보다 가볍게 됐다. 코마에다도 조금 전까지 다운하고 있었던 것이 거짓말인 마냥 옆을 걷고 있다.

 

니다이 군의 그거는 일단 극비니까. 니다이 군이 맡은 운동부의 멤버는 그거 덕분에 강해졌다고 전해지고 있어.”

체력의 한계까지 트레이닝하고, 단번에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그거를 받는 건가확실히 육체 개조에는 안성맞춤이네.”

그렇지? 그야말로 사탕과 채찍이지.”

 

니다이의 굉장함은 직접 실감했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때가 아니었다.

지금부터, 코마에다랑 함께 목욕탕에 들어가는 것이다.

몇 년 만일까. 마지막에 함께 들어간 건 초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힐끗 곁눈질로 코마에다를 보자, 갈아입을 유카타와 수건을 양손에 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관의 배치해둔 것이므로 모두 같은 디자인이지만, 코마에다의 유카타 차림이 어떨지 몰래 기대하고 있기도 했다.

대목욕탕에 도착하고, 문을 열자마자 모락모락 김과 남자 냄새에 감싸진다. 뭐라 해도 남자들이 빽빽하게 감금된 공간이다. 탈의실이 그다지 넓지 않은 탓도 있어서 갈아입는 것만으로 근처의 녀석에게 팔꿈치가 닿거나 하고 있다.

목욕이라는 상쾌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참상에 낙담하고 있자, 인파가 싫은 코마에다는 당장이라도 졸도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굴이 새파래져서 뻘뻘 땀을 흘리고 있다. 코마에다와 무사히 여기에서 생환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겠지. 나는 입구에서 굳은 코마에다를 질질 끌면서 탈의실의 다른 곳을 찾기로 했다.

 

바삭바삭 잎이 스치는 소리가 난다.

그 좁은 탈의실에서 어떻게든 옷을 벗고, 허리에 수건을 감은 상태로 욕실의 문을 연 나는, 탕도 적당히 가장 안쪽의 노천탕을 목표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도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고, 대목욕탕과 비교하면 꽤 사람이 적었다.

사람을 헤치고 온 것만으로 비틀거리는 코마에다를 빈 세면대 앞에 앉힌다. 머리 위에서 조금 식혀주려고 물을 틀어 주고 있자, 간신히 부활했는지 느릿느릿 이쪽을 향했다.

 

고마워 히나타 군나는 여기가 내가 죽을 곳이 될 줄 몰랐어.”

과장이야, 그것보다 이런 곳에서 죽다니 너무 싫잖아.”

인파는 사람을 죽일 수 있어사인은 압사나 호흡곤란일까.”

 

발상이 무섭다. 평소에는 표연한 이 녀석이니까 인파 따위 스르르 빠져갈 줄 알았지만, 막상 목격하고 보면 현기증이 나서 발이 움츠러들어 버리는 것 같다. 사람과 어깨가 부딪치는 접촉도 힘든 모양이다. 이러쿵저러쿵해도 처세가 서투른 부류겠지.

 

그래도 바깥 공기에 닿은 덕분에 나아진 것 같네.”

밤에는 시원하니까.”

방심하고 있으면 감기 걸린다고. 빨리 몸 씻어. 끝나면 온천에 들어갈 거니까.”

? 히나타 군이 안 씻겨줄 거야?”

 

은근슬쩍 폭탄 발언을 떨어뜨려 왔다.

어이 옆에서 씻고 있는 녀석 여기를 보지 마. 우리는 결코 그런 관계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은.

 

초등학생도 아니고 씻겨줄 나이가 아니잖아.”

그래? 사이온지 씨는 코이즈미 씨와 서로 씻겨준다면서 좋아하던걸.”

남자랑 여자는 사정이 다르잖아.”

 

대화를 엿듣고 있었는지 약간 앞으로 숙이는 녀석이 있었다. 쌤통이다.

나도 재빨리 자신의 몸과 머리를 씻기로 했다. 종일 돌아다녔기 때문에 땀을 씻으면 산뜻하다. 코마에다는 머리가 긴 탓인지 샴푸에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색소가 옅은 탓에 어디부터가 머리고 어디부터가 거품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코마에다가 간신히 샤워로 씻겨내자, 머리카락에 붙어있던 거품이 천천히 어깨나 가슴을 미끄러져 간다. 그 거품의 행방을 무의식적으로 뒤쫓고 있자, 코마에다의 하반신이 눈에 들어왔기에 당황해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어디를 보고 있는 거야.

거품을 전부 씻겨서 떨어트리자, 물기를 머금은 머리카락에서 뚝뚝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거치적거린다고 생각했는지 코마에다가 앞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넘긴다. 순간 그림이냐고 생각했다. 젠장, 이러니까 미남은.

어디에서 꺼냈는지 큼직한 머리핀으로 코마에다가 뒷머리를 정리하고 있다. 코마에다의 머리는 어깨에 닿을 정도이기 때문에, 온천에 들어갈 때 머리카락이 욕조에 들어가지 않도록 고려한 거겠지. 좀처럼 볼 수 없는 새하얀 목덜미가 노출된다. 하지 마, 여기에는 나 이외의 녀석들이 있다고, 쉽게 보여주지 말라는 말을 간신히 삼킨다.

중앙에 있는 노천의 암석 온천에 코마에다가 들어갔다. 만원 상태의 실내 목욕탕과 달리, 다리도 쉽게 뻗을 수 있을 정도의 인파다.

코마에다도 양손을 끼워 위로 뻗고, 스륵 바위에 기대었다. 기분 좋은 듯이 눈가를 풀고 있다. 나도 머리를 배후의 바위에 맡기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가득한 하늘에 초승달이 떠 있다. 이렇게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입욕할 수 있다니, 얼마나 사치인지.

 

별이 예쁘네. 공기가 맑고, 온천도 기분이 좋고이런 걸 극락이라고 하는 거겠지.”

아저씨 같은 말 하지 마.”

후후, 그래도 진짜잖아?”

 

찰팍 물을 어깨에 건다. 확실히 기분이 좋다.

 

행복하네왠지 벌 받을 것 같아.”

야야, 나쁜 짓은 아무것도 안 했잖아.”

……그렇네.”

 

한순간 코마에다의 얼굴이 흐려진다.

이 녀석의 행운의 재능은 아직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최근의 행운 불운은 작은 것뿐이라서, 실은 재능이 약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녀석이 행운에 휘둘리는 일이 없어지면, 언제 올지 모르는 불운에 겁먹는 생활로부터도 해방되지 않을까.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는 일도, 행운을 행복으로써 누리는 것도 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누군가의 죽음을 부르는 것도 아니다.

 

행복과 불행은 말이야, 표리일체야.”

 

갑작스러운 코마에다의 말에 놀랐다. 내 마음을 읽힌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런 나를 놔두고, 코마에다는 말을 계속했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양쪽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마음이야. 불행을 알고 있기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까, 반대도 그래. 아하, 그야말로 희망과 절망 같네!”

절망이 있기에 비로소 희망이 빛난다는 거야?”

그래! 바로 그 말대로야 히나타 군!”

 

너도 겨우 알게 되었구나, 눈을 빛내는 코마에다를 무시하고 질질 욕조에 잠겼다. 입 바로 밑에서 물이 흔들리고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히나타 군.”

 

조금 전까지의 흥분한 기색의 목소리와는 다른, 묘하게 냉정한 목소리가 울렸다.

 

행복도 불행도, 혼자서는 알 수 없는 거야. 그것이 기쁜 일인지 슬픈 일인지, 그것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처음으로 행복도 불행도 느낄 수 있는 거야.”

 

코마에다로서는 드문 주장이었다. 마치 누군가를 요구하고 있는 듯한 표현이다.

 

그러니까, 히나타 군.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건, 네가 곁에 있어 줘서 그런 거야.”

 

무심코 돌아보자, 그곳에는 덧없는 미소를 지은 코마에다가 있었다. 약간의 달빛에 비추어져 미소짓는 코마에다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달의 사자에게 이끌려 달로 돌아가 버리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나는 그것을 만류하듯, 순간적으로 코마에다의 팔을 잡았다.

 

히나타 군?”

 

코마에다의 팔을 붙잡은 채, 하고 싶은 말이 잘 정리되지 않아 말을 할 수 없는 나는, 그나마 저항으로 코마에다의 팔을 움켜쥐었다. 절대로, 어디에도 가지 않도록.

 

이 이제 욕실 교대 시간이다. 빨리 나와.”

 

감독 선생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다. 주위를 둘러보니 노천탕에 남은 건 우리뿐이었다.

아파 히나타 군, 코마에다가 말해 곧바로 손을 놓자, 코마에다의 팔에는 선명하게 나의 붉은 손도장이 새겨져 있었다.

 

미안, 코마에다.”

네 탓이 아니야. 미안, 이상한 걸 말했지.”

아니야 코마에다! 나는.”

빨리 안가면 모두에게 폐를 끼칠 거야.”

 

코마에다는 재빠르게 온천에서 나와 입구로 총총 걸어간다.

나는 멍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 통에 냉수를 모아, 머리부터 뒤집어쓰고 코마에다의 뒤를 따랐다.

 

 

 

 

 

연회장에서의 저녁 식사도 끝나고, 소우다나 타나카와 식후의 탁구 대회를 펼쳤다.

도중에 난입한 오와리가 유카타 차림인 것도 개의치 않고 큰 기술을 계속 내보내, 유카타가 드러나 남성진은 눈 둘 곳이 곤란해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승자인 오와리에게 온천 만두를 내고,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간다.

탁구장에서 한 걸음 물러난 장소에서 관전하고 있던 코마에다가 토가미와 이야기하면서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목욕탕에서의 대화의 계속을 하고 싶은데, 좀처럼 둘이 될 상황이 오지 않는다.

 

오와리가 안 나왔으면 내가 이겼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 네 녀석 정도의 힘으로는 이 몸은커녕 특이점에조차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패배 견의 울부짖음도 좋군.”

뭐라고?! 소니아 씨의 앞에서 너 따위한테 질 리가 없잖아!”

좋다! 그렇다면 리벤지를 펼치도록 할까! 미안하지만 이 몸은 아직 진심을 내지 않았다네놈 따위 30%의 힘으로 굴복시켜주지.”

나도 탁구의 모범적인 폼도 기술도 전부 완벽하게 머리에 들어있었거든?! 전 공부벌레 얕보지 말라고!”

 

앞을 걷고 있던 소우다와 타나카가 무어라 말다툼을 시작으로, 또 탁구장으로 돌아갔다. 뭐 휩쓸리기 쉬운 2명이지. 싸움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마음이 맞을지도 모른다.

 

어라? 2명은 또 탁구장에 가는 거야? 활기차네.”

하여튼점호까지 돌아오면 문제없겠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저 녀석들의 내일 아침 식사는 뺀다. 벌칙으로 내가 먹어주마.”

엄하네. 그래도 토가미 군이니까, 나중에 데리러 갈 거잖아?”

무슨 말이지? 어째서 이 내가 우민들을 위해 그런 짓을 한다는 거냐.”

점호 때 두 사람이 없으면, 반장인 토가미 군에게도 책임이 미치겠지? 게다가 친구가 복도에서 정좌하는 건, 보고 있으면 별로 기분이 좋지가 않고.”

나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그것 이외의 이유는 없다.”

, 알고 있어.”

 

시끄러웠던 2명이 없어진 덕분에 후방의 토가미와 코마에다의 대화가 들려 온다.

코마에다가 나 이외의 녀석과 길게 대화하고 있다니 신기하다. 다소 물러졌다고 해도 역시 코마에다는 말하기 어려운 부류의 사람이다. 본인이 말하길 생각한 것을 그대로 입에 담고 있는 것 같지만, 보통의 감각을 가진 사람에겐 뭔가 뒤가 있는 듯한 말투라고 의심하고 만다.

많은 사람을 깔고, 이겨온 토가미이기 때문에, 코마에다에게 휘둘리지 않고 대화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코마에다도 토가미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그렇게 알고는 있지만, 재미없다.

나는 예전부터 코마에다에게 독점욕이 강하고, 그것은 약해지기는커녕 나이를 먹을 때마다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고 있는 형편이다.

처음엔 부모의 마음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동갑의 남자에게 부모의 마음이고 뭐고 없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조마조마하고,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코마에다는 의외로 재주 좋게 뭐든지 잘하고, 머리도 좋다. 하지만 그 동작은 불안정한 것으로, 코마에다의 행운도 합쳐져서 무엇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리고 정작 코마에다는 소용돌이 속에 있어도 실실 웃고 있을 뿐이다. 상황을 낙관하는 것도, 자신은 살 수 있다고 우쭐대는 것도 아니다. 단지 무엇이 일어나도 자신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가치관이나 인생관은 코마에다의 지금까지의 인생 속에서 단련해온 것이라서, 이제 와서 교정하는 것은 어렵겠지.

그래도 나는, 내가 코마에다의 옆에 계속 있는 한 조금씩 그것을 바로잡아가려고 한다. 그것은 옛날에 주고받은 약속의 연장이기도 하다.

코마에다가 약속을 무효로 한다 해도, 나만은 약속을 지킬 것이다.

 

왜 그러지 히나타. 복잡한 얼굴을 해서는.”

 

눈앞에 토가미의 얼굴이 있었다. 갑자기 그 거체가 이동했다고 생각하면 꽤 놀랍다.

 

아니, 잠시 생각을.”

우민인 네놈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낸들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겠지. 생각하는 것보다도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 훨씬 건설적이다.”

 

쿵쾅쿵쾅 발소리를 울리며 토가미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나는 방 앞의 복도에서 계속 서 있는다.

토가미가 말한 대로다. 아무리 머리를 짜낸들 남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뒤집는 것은 그렇게 잘 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실행으로 옮기고 뭔가의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

 

코마에다.”

왜 그래 히나타 군. 안에 안 들어갈 거야?”

 

한 번 심호흡한다. 조금 마음이 침착해졌다. 다행히 지금은 2명뿐이다. 어쩌면 토가미는 알고 그렇게 해준 걸지도 모른다.

 

할 이야기가 있어. 잠깐 어울려줄래.”

 

 

 

 

 

담화실은 다행히도 아무도 없었다.

시계를 보니 9시를 조금 지난 참이다. 10시에는 점호가 있어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정색하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니 드물네.”

아아.”

 

나는 가죽 소파에 허리를 내렸다. 연지색의, 조금 낡은 감이 있는 소파다. 나에게 서로 마주 보듯이 정면에 코마에다도 앉는다.

 

목욕탕에서 한 이야기, 아직 도중이었지?”

히나타 군이 나 따위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어 준 건 영광이지만, 이제 와서 문제 삼을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야. 별로 잊어도 괜찮았는데.”

나는 잊고 싶지 않아.”

 

코마에다의 눈을 보면서 확실하게 말했다. 코마에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고 있었지만, 곧바로 평소의 수상쩍은 미소로 돌아간다.

 

흐응? 뭐 히나타 군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래도 상관없지만 말이야. 그래서, 히나타 군은 나에게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일부러 단둘이 되면서까지 이야기하고 싶은 거겠지.”

 

말에 약간 험악한 빛이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이 녀석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파헤쳐지고 싶지 않은 화제였던 것 같다.

 

네가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건, 내가 있어서라고 했잖아.”

그래, 미안해 나 따위가 멋대로 너로 행복을 느끼게 돼서. 내가 너를 얽맬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고, 원래.”

나는 기뻤어.”

 

다시 코마에다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하지만 이번에는 얼굴을 험악하게 바꿔, 날카로운 빛을 머금은 눈동자가 나를 꿰뚫었다.

 

네가 기뻐해 줬다면 나도 기뻐. 하지만, 솔직히 요즘 난 분위기를 타고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너에게도 그런 걸 말해버렸어. 이전의 나라면 절대로 말하지 않았을 텐데.”

나는 네가 분위기를 탔다고 생각 안 해. 오히려, 요즘의 네가 나는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

정말로? 상냥한 너를 이용하고 있는 기생충 같은 내가?”

 

농담을, 이라고 말하는 듯이.

 

벌레는 일단 제쳐놓고, 공생관계에 있다는 의미에서는 다르지 않아. 나도, 네가 없는 일상은 이젠 생각할 수 없어.”

무슨 말이야?”

 

코마에다가 미간에 주름을 새기면서 머리를 굴리고 있다. 나로서는 꽤 직설적으로 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이 녀석의 머릿속에서 왜곡된 해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그러니까, 이 녀석과 같은 말을 사용하기로 했다.

 

나도, 너와 같이 있으면 행복하다는 거야.”

 

순간, 코마에다가 굳어버렸다. 딱딱하게 몸이 굳어지고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얼굴은 점점 새빨갛게 물들어 갔다. 슬슬 머리 꼭대기에서 김이 날 것 같다.

 

너 말했었지.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건, 누군가와 그것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말 대로야. 나는, 네가 나랑 같은 마음이라고 알아서, 그걸 말로 전해줘서, 정말로 기뻤어.”

 

무릎 위에서 양손을 맞잡았다. 상체를 조금 앞으로 숙여, 코마에다의 얼굴을 살피는 자세로 한다.

 

코마에다는 어때? 너도, 내 지금의 말을 듣고 기쁘다고 생각해줬어? 맞았다면, 나는 더 기쁠 거야.”

 

굳어있던 코마에다가, 입을 꽉 일자로 하고 목을 세로로 흔들었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해 받은 것에 안도하고 있자, 코마에다는 얼굴을 새빨갛게 한 채로 말하기 어려운 듯이 말을 걸어왔다.

 

있잖아, 히나타 군.”

 

코마에다가 어눌한 말투로, 자신의 마음을 토로했다.

 

나는, , 작년의 생일 때, 굉장히 기뻤어. 너희 가족이 모처럼 준비해준 파티에 울어 버려서, 굉장히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하지만, 그때의 눈물은 달라. 슬프거나 분하거나, 그런 마이너스의 마음이 아니라, 기쁘고, 따뜻하고, 어쨌든 기뻐서, 그래서 울어버렸어. 미안, 능숙하게 말로 할 수 없지만,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 장소에 자신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것이 기쁘고, 안타까워서, 마음이 죄이는 것 같았어. 기뻐서 눈물이 나오다니, 그때 처음으로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코마에다는 그날처럼 울 듯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말많은 수다스러운 코마에다가, 마치 작은 아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필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것을, 귀엽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은 실례일까. 나도 가슴에 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그날처럼 코마에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엉망으로 쓰다듬었다.


행복한 날

 

 

 

좋아 점호도 끝났어. 남은 건 소등 시간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데너희들 알고 있겠지?”

 

핑크의 화려한 머리를 한 남자가 반짝 눈동자를 빛내며,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짓한다.

 

크크크네놈 정도의 마력으로는 제압하는 얼음의 패왕인 이 타나카 간다무에게 상처 하나 낼 수 없겠지만심심풀이 정도는 될 것이다. 이 몸의 힘, 똑똑히 보도록 해라!”

바보 같군, 내가 이기는 게 뻔한 승부를 겨루려는 건가? 이 나를 이길 수 있는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내가 잠깐 단련해주도록 할까.”

남자들의 피가 끓고 살이 튀는 진지한 승부침이 멈추지 않아!”

너희들 고등학생이나 돼서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나는 마음대로 하게 해달라고?”

 

이 방의 남자들이 그것에 응하듯이 계속했다. 번쩍이는 시선으로 근처에 있는 사람을 노려본다.

 

이건 나도 강제 참가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히나타 군! 모처럼의 수학여행이라고?! 밤에 이걸 안 하면 뭘 하라는 거야!”

미안하지만 히나타. 여자방에서 요바이[각주:2]는 이번엔 없어. 소니아 씨의 자는 모습을 보러 가고 싶은 건 알지만, 참아줘.”

뭐라고 히나타 이 새끼야! 요바이라니 불순 이성 교제라고!”

히나타 군 대담하네. 나는 의외로 페코야마 씨 주변의 가드가 허술하다고 보고 있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

, 페코라고?!”

잠깐 잠깐 잠깐! 나는 요바이를 하고 싶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다고!”

그럼 얌전히 베개 던지기 대회에 참가해!”

 

, 하얀 커버가 씐 베개를 건네받는다. 움켜쥐자 짤랑짤랑 소리가 나는 베개였다. 한 사람씩 그것을 손에 들고 모두가 간격을 재고 있다.

 

찢어지거나 하면 대참사이니까 말이지정도껏 해.”

안심해라. 이 몸이 하얀 결계를 쳐두었다이 결계는 그렇게 쉽게 찢어지진.”

, 이 베개커버 씌어준 거 타나카 군이었구나. 고마워!”

준비는 끝났지? 그럼 레디―――퐈잇!!”

 

드높은 소우다의 구호와 함께, 방 안에 베개가 난무했다.

나는 곧바로 베개를 던지지 않고, 상대의 행동을 엿보기로 했다.

그럼 어떨까. 난무하는 베개는 일직선에 있는 방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개의 종착점은 소우다였다.

 

너희들 왜 나만 노리는 거야 괴롭힘이냐 이거?!”

 

복수의 베개를 몸에 맞아 쓰러진 소우다가 외쳤다. 한 템포 늦은 코마에다의 베개가 얼굴을 내민 소우다에게 크리티컬 히트한다.

 

아핫, 깔끔하게 맞췄네!”

코마에다 네놈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단번에 탄수를 확보한 소우다가 차례차례 베개를 코마에다에게 던졌다. 코마에다는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인데, 베개는 코마에다에게 맞지 않고 옆을 지나간다.

 

하핫 노컨트롤이네 소우다!”

조준이 무르구먼, 내가 모범을 보여 주지!”

 

코마에다 근처에 떨어진 베개를 주워, 모두가 각자 던지고 있다. 그 즐거워 보이는 모습에 올라타, 나도 참가하기로 했다. 내가 던진 베개가 코마에다의 머리에 히트한다.

 

아파 히나타 군! 좀 더 상냥하게 해줘!”

미안 미안. 설마 맞을 줄 몰랐어.”

 

쓰러진 코마에다에게 손을 뻗는다. 코마에다는 한순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 손을 잡아 왔다.

 

후후후, 자 나에게 몸을 맡겨보라고! 곧바로 천국으로 데려가 줄게?”

물러, 무르다고! 이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무리는 없는 건가?”

야윈 주제에 나보다 늦다니 웃기는군!”

 

싸움은 치열하기만 해서 멈출 곳을 모르고, 점점 히트 업 해간다. 나는 코마에다의 옆을 자리를 잡고, 자연스럽게 공동 전선을 짜고 있었다.

던지고는 베개를 맞히고, 또 맞고, 아픈 경험을 하면서도 모두의 얼굴로부터 미소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코마에다도, 드물게도 힘들다고 불평을 말하지 않고 즐기고 있다.

화려한 움직임을 할 때마다 유카타가 흐트러져, 자락이 크게 열리고 하얀 맨다리가 조금씩 어른거린다. 무심코 코마에다의 다리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자 소우다에게 한 방 먹었기 때문에 3배 반환으로 돌려줬다.

하나무라가 흐트러지는 유카타에 하아하아 이상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니다이와 토가미의 손에 의해 이불로 멍석말이 되었다. 어째서인지 그래도 하나무라는 기뻐하고 있지만.

 

이 한밤중의 공방전은, 시끄럽다고 화내러 오는 여자가 찾아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11. 소등 시간이다.

방 가득 이불을 깔고, 자신의 장소를 확보한 녀석부터 베개 싸움으로 지쳤는지 곧바로 잠든 녀석이 많았다.

또다시 자연스럽게 코마에다의 옆을 확보한 나는 깜깜한 방 안에서 코마에다 쪽을 의식한다. 니다이의 코 고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코마에다가 아직 일어나있는지 모르겠다. 이쪽에 등을 돌리며 자는 코마에다에게, 이쪽을 향해라, 라고 염불해본다.

부스럭거리며 미동하고 있자, 코마에다가 이쪽으로 돌아본다.

 

히나타 군, 잠이 안 와?”

 

근처에서 모두가 자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작은 소리가 된다. 나는 코마에다 쪽으로 이불을 붙여 될 수 있는 한 코마에다 옆으로 이동했다.

 

뭔가, 조금 전의 흥분이 식지 않아서.”

후훗, 나도야. 베개 던지기는 처음이니까, 굉장히 즐거웠어.”

 

확실히 즐거워 보였다.

중학교까지 거의 외톨이였던 코마에다가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부터는 조금씩 모두의 고리 안에 녹아들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어색함은 남아있지만, 모두도 코마에다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학교까지의 코마에다라면 아까의 베개 던지기는 내가 섞이는 건 송구스러워, 날 목표로 하는 거라면 상관없어 그렇게 말하며 모두의 텐션을 낮추는 것밖에 못 했겠지.

끈기 있게, 지나친 자학은 불쾌하기만 하다고 가르쳐, 모두를 생각한다면 비굴한 태도와 말은 삼가라고 타일렀다. 그 성과가 겨우 결실을 보았다는 걸까.

 

이렇게 여럿이 모여서 자는 것도 처음이야. 사람의 기척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느끼는데, 다들 잘 자네.”

너처럼 날이 서 있는 녀석만 있는 게 아니야. 좀 더 어깨에 힘 빼.”

음 어렵네. 신경 쓰지 말라고 해서 신경 안 쓸 수 있다면 누구도 고생하지 않았겠지.”

 

즉 내 싸구려 같은 말로는 코마에다의 긴장을 풀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이 녀석은 얼핏 보면 이쪽을 배려하는 것 같아도 서슴없이 자기 의견을 밀고 나간다. 한층 더 자신이 바라는 대답이 아니면, 낙담해 보인다. 옛날부터 이 녀석의 이 태도만은 일관되어있어, 나는 바로 정색해버린다.

 

그럼 내가 잘 수 있도록 자장가라도 불러 줄까?”

에엥? 아기도 아니고, 됐어. 그것보다는 책을 읽어주는 쪽이 아직 좋으려나.”

, 너 어릴 땐 책을 읽어주면 잤었어?”

아니. 내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주 바쁘셨거든. 어렸을 적엔 시터가 돌아가면 책을 읽어주는 CD를 틀어서 잤었어.”

미안.”

 

어린 시절의 즐겁다고는 말할 수 없는 추억을 말하게 해 버린 일에 죄악감을 느꼈다. 이 녀석은 어릴 적부터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것이 얼마나 외로운 건지 모르겠지. 아니나 다를까, 코마에다는 내가 갑자기 사과한 것에 의문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히나타 군이 사과할 일이 아니잖아? 게다가 나, 꽤 그 CD 마음에 들었거든.”

왜 마음에 들었는데?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뿐이었어?”

 

갑자기 코마에다가 우물거렸다. 지금 내가 들은 내용에 대해 자신의 안에서 대답이 나오지 않아서,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일까? 내용은 평범한데, 한 번 들으면 전부 기억나는 이야기였는데. 그래도 난, 몇 번이나 그 CD만 들었었어.”

 

, 코마에다가 무언가 깨달은 듯한 얼굴을 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언짢은 표정이 되어 갔다.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을 떠올린 걸까.

 

코마에다,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억지로 안 말해도 돼.”

달라 히나타 군. 딱히 말하기 힘든 건 아니야. 단지, 무의식이란 무섭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무의식?”

. 지금, 처음으로 눈치챘지만. CD의 목소리, 어머니와 비슷했어.”

 

무심코 숨을 삼켰다. 코마에다의 모친은 일 년에 몇 번밖에 만난 적이 없다. 코마에다 자신도 비슷하다고 말했었다.

 

후후, 역시 아이였구나. 무의식적으로 CD의 목소리에 어머니를 거듭하고 있었겠지.”

 

그렇게 말하는 코마에다는 괴로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착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코마에다는 어렸을 적부터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니, 제멋대로인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은, 외로웠던 거다. 그렇지만 그게 외로운 거라고 말해줄 상대도 없어서, 그래서 자신도 외롭다는 기분을 눈치채지 못해서, 무의식중에 CD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마음이 갔었겠지.

 

CD는 어떻게 했어?”

없어졌어. 지금 집으로 이사 왔을 때, 이전 집에 깜빡하고 두고 온 걸지도 모르겠네.”

그럼, 여기에 오고 나서 한동안은 못 자진 않았어?”

부끄럽게도 그래, 아직 어머니를 떠나지 못했었나 봐.”

 

아니, 부모님에게 떨어질 만한 나이가 아니었던 거지. 요즘 성인도 부모님에게 떨어지지 못하는 녀석이 많은데.

 

그랬구나. ,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싫네, 히나타 군이 신경 쓸 일이 아니야. 게다가, 금방 다시 잘 수 있게 됐거든.”

? 새로운 CD라도 샀어?”

“CD는 안 샀어. 그렇지만, 새로운 정신 안정제 같은 걸 찾았거든.”

 

그게 뭐야? 코마에다에게 물어봐도 웃으며 얼버무려질 뿐이고, 비밀이라며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렇게 히나타 군과 자는 것도, 왠지 그립네.”

근처에 사는데, 너 자러 잘 안 왔잖아.”

그야 자러 갈 이유가 없는걸. 10 초안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일부러 자러 갈 필요 없잖아.”

나는 엄청 외로웠다고. 네가 바로 돌아가는 게.”

억지로 자러 갔던 적도 있었지. 네가 침대에서 나를 붙들어 맨 채로 놔주지 않아서, 그대로 같은 침대에서 자는 처지가 됐었잖아.”

그건, 네가 내 말을 안 들어서 그런 거잖아. 내 탓만이 아니야.”

그래도 너 옛날엔 침대에 들어가면 곧바로 잠들었는데, 밤을 새울 수도 있게 되었구나. 어른이 됐네.”

너 분명히 바보 취급하고 있지!”

 

킥킥 웃는 코마에다에게 화를 내면서도, 한밤중에 소곤소곤 2명이 옛날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지금이 즐거웠다. 확실히 예전에는 이런 시간까지 깨어있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밤은 주변이 조용해지고, 자신의 내는 작은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러니까 지금은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왠지 못된 짓을 하는 것처럼, 조금 두근두근하다. 2명뿐, 이라는 것도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더 그렇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졌다. 코마에다의 얼굴이 잘 보이게 된다. 어두워도 코마에다의 피부도 머리도 하얘서, 마치 빛나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 도드라져 보였다. 유카타가 조금 열리고, 드러난 쇄골에 짙은 그림자가 떨어져 있다.

손을 넣으면 쉽게 들어갈 수 있겠지, 머리 한구석에서 생각했다.

 

슬슬 안 자면 내일 영향을 줄 거야. 히나타 군 덕분에 간신히 잘 수 있을 것 같아.”

 

코마에다가 눈가를 비빈다. 말에 거짓은 없는 것 같다.

나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오른손으로 코마에다의 왼손을 잡았다.

 

히나타 군?”

이렇게 해줄 테니까, 빨리 자.”

 

사실은 내가 잡고 싶었기 때문이지만, 부끄러워서 무심코 빠른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코마에다도 싫지만은 않은지, , 수긍했다.

 

잘자, 히나타 군.”

 

코마에다가 눈을 감고, 편안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도 그것을 보고, 눈을 감는다.

오늘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5일간의 수학여행이 끝났다.

지금은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대부분이 여행의 피로가 쌓여서 잠이 들었다.

내 옆에 앉은 코마에다도 예외가 아니라,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 새근새근 자고 있다. 인도어파인 이 녀석에게는 힘들었겠지. 코마에다의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닿아서 간지럽다. 그래도 내가 자세를 무너뜨리면 깨워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참았다.

모처럼의 기회니까 나는 코마에다의 자는 얼굴을 만끽하기로 했다. 어깨를 빌려주고 있으니까 이 정도는 등가 교환이겠지.

변함없는 창백한 피부로, 눈꺼풀 아래에 약간 다크서클이 있다. 이 여행하는 동안, 매일 우리는 한밤중에 몰래 밤을 새웠다. 정말로 실없는 이야기밖에 하지 않았지만, 밤이므로 텐션도 오르는 건지 의외로 달아올랐다.

코마에다도, 평상시보다 다른 의미로 수다스러웠다. 뭐랄까, 표면상으로 넘어가려는 대화가 아니라, 생각한 것을 그대로 입에 담아 줬던 것 같다.

대화 내용은, 옛날이야기가 많았다.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도 아닌데. 2명만의, 2명밖에 공유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 마음을 자극했다.

버스 밖의 경치에 눈을 돌리자, 이제 익숙한 경치로 바뀌어 있었다. 키보가미네 학원까지, 앞으로 10분도 채 남지 않고 도착할 것이다.

나는 코마에다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가능한 한 상냥하게 깨운다.

 

응우?”

코마에다, 곧 있으면 학교에 도착해.”

, 잤나 보네미안해, 어깨 무거웠지. 침 안 흘렸어?”

그래, 괜찮아. 피곤했지? 신경 쓰지 마.”

 

잠시 눈을 깜빡이던 코마에다가 양손을 끼고 기지개를 켠다. 관절이 굳어있었던 듯, 가볍게 문지르거나 돌리거나 하고 있었다.

 

벌써 돌아왔네. , 키보가미네 학원이 보여.”

나중에 막혀서 폐 끼치지 않게, 바로 내릴 수 있도록 짐 정리해둬.”

알고 있어. 히나타 군도 참 세상에서 말하는 엄마같은 말을 하네.”

 

쿡 가슴에 꽂힌다. 남자 고교생이 엄마처럼 보이다니 어떻게 된 거야. 살림에 찌들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아핫, 나쁜 의미가 아니라고? 붙임성이 좋다는 말이야.”

그럼, 말을 골라줘. 아니 일부러지.”

내가 일부러 너를 상처 입히는 말을 선택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너무하네.”

너의 그 신파조인 어조조차 어떻게든 해주면, 아직 믿을 수 있는데 말이야.”

 

도끼 눈으로 봐도 코마에다는 실실 웃고 있다. 이 녀석의 이런 부분은 분명 일생에 걸쳐서도 고쳐지지 않겠지.

 

버스가 키보가미네 학원의 주차장에 도착한다.

우리는 수화물을 확인하고 나서 버스에서 내린 뒤, 그리고 여행 가방을 회수했다. 나는 원기둥 모양의 스포츠 가방, 코마에다는 어째선지 두랄루민 제의 대형 케이스다. 어째서 그것을 선택했냐고 물어보니, 이거라면 가방이 망가지거나 도둑맞거나 하지 않잖아, 라는 것이었다.

 

남은 건 선생님의 신호가 있으면 각자 돌아가도 될 때, 학원 쪽에서 한 명의 직원이 달려왔다.

숨을 헐떡이며 이쪽에 오고, 인솔 선생님에게 뭔가를 귓속말하고 있다. 선생님의 얼굴이, 새파랗게 되었다.

그 선생님의 얼굴이 이쪽을 향했을 때, 무척 싫은 예감이 들었다.

선생님이 달려온다.

부탁이니까 여기에 오지 말아 달라는 생각도 허무하게, 우리의 눈앞에서 딱 멈추었다.

선생님의 얼굴이, 코마에다 쪽을 향한다.

그때의 코마에다의 얼굴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불행한 날

 

 

 

나는 병원의 사람에게 안내되어, 지하의 영안실에 와 있었다.

사방을 에워싸는 새하얀 벽과 안쪽에 은색으로 빛나는 커다란 냉장고 같은 것이 있었다.

앞에는 침대가 있고, 그것과는 다른 작은 받침대 위에 촛불이나 향이 타고 있었다.

냉장고의 오른쪽 위의 문이 열리고, 흰 천에 감긴 것이 침대에 뉘어졌다. 이어서 오른쪽 아래의 문도 마찬가지로.

분향하도록 재축되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머리로 그저 따랐다.

2개의 흰 덩어리의 앞에, 내가 준 분향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현실감이 없었다.

그 하얀 덩어리는 확실히 사람 모양을 하고 있지만, 피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미라 인형 같았다. 그것에 조금 전까지 숨을 쉬며 살아있던 사람이 들어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얀 덩어리에 닿는다.

차가운 천의 감촉이 났다.

병원의 사람이, 원형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장례식사의 사람이 온다.

장례 절차에 대해서 들었지만, 나는 그저 수긍하면서, 그럼 그걸로 맡기겠습니다, 라고 중얼거렸을 뿐이었다.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거의 사용했던 적이 없는 불단 사이에, 부모님이 2분 나란히 주무시고 계신다.

이 집에서 3명이 모이는 것 자체가 드문 일로, 3명이 불단 사이에서,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내는 건 처음이 아닐까.

청결한 시트를 준비했다. 분명 긴 여행으로 지쳤을 테니까, 기분 좋게 자고 싶다.

머리맡에 꽃을 장식했다. 내가 지금까지 기른 꽃이다. 집안에 두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침 예쁘게 피어 있던 꽃을 따서 꽃병에 꽂았다.

향에 불을 붙였다. 불단에 비치된 선향 끝에서 선향의 연기가 그을리고 있다. 나는 이 독특한 향기가 싫지 않았다.

나는 계속 여기에 앉아 있다. 부모님을 여기에 옮겨준 사람들이 떠나고, 이미 몇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완전히 해는 떨어지고 어두컴컴한 땅거미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나는 움직일 생각이 안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여기를 떠나면 부모님이 쓸쓸해 하실 것 같았다.

이런 어두운 곳에서 자고, 일어나니 근처에 아무도 없으면 불안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전기를 켜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불을 켜면 모처럼 주무시는 2분을 일으켜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불단에서 새는 촛불의 빛으로 딱 좋다.

하늘하늘 흔들리는 오렌지색의 빛.

하얀 시트가 촛불의 불빛을 받아내고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찰카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그러고 보니 현관문을 닫는 것을 잊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집 안을 돌아다니는 발소리가 난다.

사실이라면 곧바로 누가 왔는지 보러 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내 몸은 여기에 뿌리가 뻗은 것처럼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다.

 

여기 있었구나.”

 

외계를 차단하고 있던 미닫이가 열린다. 방 안의 꽉 닫고 탁한 공기가 흐르고, 새로운 공기가 들어온다. 공간을 어지럽힌 장본인이, 방에 발을 디뎠다.

 

엄마가, 네 몫도 식사를 차려서 기다리고 있어. 목에 넘어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뭔가 배에 넣어 두는 게 좋아.”

 

.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지금의 자신이 공복인지 아닌지 잘 알 수 없었다. 지독히, 몸의 감각이 둔해지고 있다. 이것이 정말 자신의 몸인지 모르게 될 정도로, 남의 일처럼 생각되었다.

 

필요 없어.”

그래. 그럼, 먹고 싶으면 먹어. 이쪽으로 옮겨줄게.”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방을 뒤로했다. 나갈 때,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나는 계속 얼굴을 올리지 않았다.

조금 지나고, 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하고 있다. 달그락달그락 식기류나 냉장고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냉장고.

순간, 수 시간 전의 광경이 플래시백 한다.

은색의, 커다란 냉장고.

옆으로 밀려서 나온, 하얀, 사람 모양의 덩어리.

마치 냉동 참치처럼, 경직되어 움직이지 않았던 그것.

만지면, 싸늘해서 차갑고.

그것은 지금, 눈앞에―――――

 

응우욱……!”

 

뜻하지 않게 구토가 치밀었다. 양손으로 입을 누르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변기를 단숨에 열고, 변기에 매달린다.

위 속이 역류한다. 입에서 나오는 것은 노란 위액뿐으로, 목이 따끔따끔 아프다.

기분 나빠.

불쾌감으로 가득했다.

몸도, 기분도 최악이다.

잠시 화장실에서 구역질하고 있자, 어느새 배후에 사람의 기척이 있었다.

 

괜찮아?”

 

배후의 인물은 천천히 상냥하게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오늘, 처음으로 느꼈던 살아있는 사람의 감촉이었다. 따뜻해.

따뜻한 것에, 나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히나타, .”

 

나는 이번에는 그 인물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나서 대답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내 등에 오른손을 얹고,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안, 무신경했어. 이런 때에,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정말로, 자신의 실태를 후회하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나는 그것에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아니야 히나타 군. 네가 나쁜 게 아니라, 내가 아까 있던 장소가,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장소라서, 그렇지만 그것을 생각해버려서, 그랬더니 눈앞에 그게 있고, 그러니까.”

이제 됐어, 코마에다. 이제 괜찮으니까.”

 

지리멸렬한 말을 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히나타 군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평소처럼 머리가 돌지 않고, 논리정연한 말을 자아낼 수 없다.

아직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자, 힘껏 히나타 군 쪽으로 끌려갔다. 히나타 군의 가슴에 감싸여, 등을 문질러진다.

───아아, 나는 지금 이렇게 더러운데. 히나타 군의 옷을 더럽혀 버리기 전에 떨어지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괴로웠다. 몸이 납이 된 것 같다. 심장만이 묘하게 시끄러워, 멈춰 버리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장 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귓가에서도, 조금 심장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히나타 군의 심장의 소리다.

그것은 내 소리와 달리 규칙적으로 느긋하게 고동치고 있고,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어쩐지 안심이 된다.

나는 무의식중에 히나타 군의 가슴에 매달려 있었다. 좀 더, 그 심장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두근두근, 일정한 리듬을 새기고 있다. 살아있는 소리다. 여기가 움직이고 있으니까, 히나타 군은 이렇게나 따듯하다.

나는 히나타 군의 옷을 꽉 쥐고,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그런 나를, 히나타 군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껴안고 있어 주었다.


백지

 

 

 

장례식이 끝났다.

나에게 친척은 없었기 때문에, 장례식은 작게 끝마쳤다. 나와 히나타 군의 가족과 부모님의 상사에 해당하는 사람만이 참석하는 장례로 했다.

지금, 내 손에는 화장된 부모님의 뼈단지가 있다. 앞으로 무덤을 어떻게 할까 라든가, 미성년자인 나의 처우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코마에다.”

 

돌아보니 검은 상복을 입은 히나타 군이 있었다.

 

이제, 집 안으로 들어가자. 바람이 차가워.”

, 알았어.”

 

우뚝 서 있던 다리를 움직였다. 뭔가 지금 걷고 있는 땅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심하지 않으면 무릎이 꺾일 것 같았다.

집 안으로 들어간다. 뼈단지는 일단 불단 아래에 안치해두기로 했다.

함께 따라온 히나타 군이 부엌에서 나온다. 쟁반 위에 차를 올리고 있었다.

 

이거, 마시고 진정해.”

고마워.”

 

백자의 찻잔 안에 녹색의 차가 흔들리고 있다. 반들반들한 표면에 닿자, 서서히 열이 손끝에서 전해져 왔다. 입가에 옮기고, 천천히 찻잔을 기울인다. 적당한 온도의 차가 목을 통과해 갔다. 호인인 소꿉친구니까, 위가 놀라지 않도록 배려했겠지. 그 상냥함이, 지금은 괴로웠다.

 

지금부터 나, 어떻게 될까.”

 

불쑥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단지, 소박한 의문으로서 흘린 것뿐이었지만, 히나타 군은 그렇게 받아 주지 않았던 것 같아, 비통한 표정이 되었다.

 

, 친척은?”

없어. 전에 이야기한 대로, 모두 죽어버렸어.”

 

그래. 모두 죽어버렸다. 부모님은 모두 외동이셨고, 친가도 외가의 조부모님 돌아가셨다. , 할머니의 집에 있던 개도 함께 차 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 다른 혈연자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은 딱히 떠올리지 못했다.

 

그럼, 넌 어떻게 돼?”

난 아직 미성년자니까, 보호자나 후견인이 없다면 시설에 가야겠지만다행히 나에게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이 집이나 유산이 있으니까. 일부러 세금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여기서 혼자 산다는 거야?”

그럴 수 있지. 나는 16살이니까, 일하러 나갈 수도 있어. 그러면 후견인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지 않고 끝나려나.”

“! 학교, 그만두는 거야?”

 

히나타 군이 물어온다. 동급생이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게 되면 역시 놀라는 걸까.

 

그만두는 건 아깝잖아. 실은 부모님의 유산 이외에도 생명 보험을 받을 수 있거든. 여객기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순조롭게 신청이 통과된 것 같아. 자세한 일은 변호사에게 맡기고 있어. 그러니까, 뒷일은 나의 후견인이 되어 줄 사람을 찾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처럼 보낼 수 있을 거야.”

그렇, 구나.”

 

히나타 군이 조금 안심한 듯한 얼굴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한 말에 의해 무너졌다.

 

, 학교는 그만두게 되겠지만.”

 

히나타 군이 반사적으로 얼굴을 올린다. 그 얼굴에는 이해할 수 없음이 역력히 쓰여 있었다.

 

어째서? 후견인을 찾으면 되는 거잖아?”

나 따위의 후견인이 되어 줄 불쌍한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게다가, 더 피해를 크게 벌이고 싶지 않고.”

? 무슨 말이야?”

 

여기에서는 아직 자신도 결정하기 어려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제오늘로 머리가 따라가지 않았던 것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자신은 놀라울 정도로 냉정했다.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행동에 대해, 정리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이 집을 떠날 생각이야. 어딘가로 이사해서, 일하면서 살기로 했어. 그러면 후견인도 필요 없어. 사회인이 되니까.”

, 그러니까! 왜 그렇게 되는 거야?! 지금의 이야기대로라면, 그렇게 안 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말했잖아!”

누군가에게 폐를 끼쳐서까지 상황을 유지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싹둑 잘라버렸다. 이것에는 히나타 군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이제,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폐라니!”

히나타 군, 너는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어?”

내 입장?”

 

역시 히나타 군은 이해하고 있지 않다. 잊어버린 걸까. 나 자신조차 최근에는 모습을 감추고 있었기 때문에 의식의 저편에 몰아넣고 있었을 정도이지만.

, 나의 재능을.

 

저기 히나타 군, 잊은 거야? 나의 행운에 대해서.”

 

찻잔 안의 차를 단숨에 비웠다. 차를 마시기 위해 들어 올린 얼굴의 각도를 되돌릴 때 히나타 군 쪽을 바라보자, 꿀꺽 침을 삼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찻잔을 양손으로 쥐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부모님의 사고는 나의 행운에 의한 것이야. 실제로, 나는 부모님의 유산과 보험금을 손에 넣는다는 행운이 왔어. , 내 부모님은 나 때문에 죽은 거야.”

 

술술 고하는 나의 말에 히나타 군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렇겠지. 내 행운의 대상은, 나의 부모님에게조차 이르렀다. 친부모조차 행운을 위한 제물로 한다. 제멋대로이고, 추악한 일이지. 나는 분명, 심한 방법으로 죽을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 행운은 대가로서의 불운을 내 가까운 사람에게 퍼뜨려. 나 자신이 그것을 마주한 적도 많았지만, 숙주라는 걸 알고 있는지 내 목숨을 빼앗는 것까지는 하지 않아.”

 

행운도 불운도, 나만 초래되는 것이라면 정말로 다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런 죄도 없는 나에게 관련되었을 뿐인 사람을 차례로 빼앗아 간다.

 

나에겐 이제 혈연은 없어. 부모님이 마지막이야. 그렇다면, 다음 행운의 대상이 되는 건 누구라고 생각해? 나와, 지금 가장 관계가 깊은 인물은 누구일까?”

 

똑바로 히나타 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피하는 일은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날카로운 시선을 보낸다. 이윽고 히나타 군은 대답을 알아맞혔다.

 

?”

 

히나타 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것도 그렇겠지. 사신의 낫이 그 목에 걸려 있다고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사형 선고를 받은 그는 오른손으로 얼굴 절반을 덮고 있다. 불쌍하게도. 전부 나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나와 관련되었을 뿐인데, 내가 옆에 이사 왔을 뿐인데 이런 꼴을 당하고 말았다. 평범하지만 성실한 그이니까, 내가 없었다면 더 충실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를 평화로운 일상에 돌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의무가 있다.

나는 생긋 웃고, 일어섰다.

 

안녕 히나타 군, 너와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어. 그러니까, 너와는 작별이야.”

 

히나타 군에게 저지당하기 전에 다 마신 찻잔을 손에 들고 부엌으로 향한다. 찻잔을 세면대에 두고, 2층을 향해 계단을 올라갔다. 히나타 군이 쫓아오는 기색은 없었다.

계단 바로 옆에 있는 내 방으로 들어가, 등 뒤로 문을 닫았다. 그대로 문에 등을 맡기고, 질질 바닥에 허리를 붙인다.

끝나 버렸다.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이 집에 이사 오고 벌써 10년이 된다. , 내 인생의 3분의 2는 이 집과 이 땅에서 길러진 것이라는 거다. 그중에서도 가장 함께 시간을 보내고, 관계를 맺고 있던 인물과도, 아까 이별을 고했다. 반신을 뜯긴 듯한 아픔이 심장에서 전신에 전해지는 듯했다.

히나타 군은 어떤 얼굴로 듣고 있었을까.

이별을 고한 후,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이 괴로워서 바로 방에서 나와 버렸다. 그래서, 내가 마지막에 본 그의 표정은 절망을 들여다본 듯이 머리를 움켜쥔 모습이다. 그리고 그런 표정을 하게 만든 건 틀림없는 나 자신이기도 하다.

몇 번이나 마지막에 본 히나타 군의 얼굴이 떠오른다. 몇 번 쫓아내도 머리에서 떨어져 주지 않아, 필사적으로 뭔가 다른 일로 마음을 달래려고 했다. 방안을 둘러본다.

내 방에는 여전히 물건이 적고, 그중에서 하나만 이체를 발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꽃의 화분이다.

작년 생일에 받은 꽃의 씨앗 중에 실내용이 있었다. 모처럼이니까 자신의 방에서 키우기로 했다.

화분에 손을 뻗는다. 어둠 속이라 선명한 색채는 인식할 수 없지만, 손가락으로 만지면 마치 벨벳 같은 매끄러운 촉감의 꽃잎이었다.

몇 번이고 이 꽃에 위로받았다. 매일 열심히 손질하고, 싹이 나와 환희했다. 온도 조정이나 세세한 일광욕, 비료의 조정도 하는 보람이 있어서, 간신히 꽃봉오리를 피웠을 때는 격에 맞지 않게 사진까지 찍고 있었다. 상당히 기뻤던 거겠지. 지금 생각하면 자신이 얼마나 들떴었는지 안다.

이 집을 나올 때, 이 화분만은 가지고 가자. 히나타 군과의 관계는 이것으로 끝이다. 또 서로 모르던 무렵의 남으로 돌아갈 뿐. 그래도, 이 화분만은 가져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또 어둠 속에 틀어박혔다.

열린 커튼 덕분으로 창밖의 밤하늘이 잘 보인다.

오늘은 신월인 듯, 별이 평소 이상으로 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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