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ㅇ
[단간/히코마]Re:pray 본문
캡션:
○이 이야기는 슈퍼 단간론파2의 게임 본편 후의 이야기입니다.
전에 냈던 'Re:Start' 후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히나코마 전제로, 츠미키에게도 주축을 둔 이야기입니다.
매번 있는 일입니다만 설정 등에 대해서는 본편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로 억지로 만들거나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번에는 츠미키 관련 부분에 그 경향이 강합니다.
좀 이상한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비교적, 뭐든지 OK인 분 전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상을 고려하여 조금이라도 즐길 수 있으시다면 좋겠습니다.
○●○ 지금까지의 간단한 줄거리 ○●○
게임 본편 후, 히나타 군들이 계속 잠든 모두를 깨우려고 노력했더니 코마에다 군이 눈을 떴는데 기억 상실에 걸리거나 히나타 군을 따르거나 기억 되찾거나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거나 여러 가지가 있어서, 어쩌다 보니 히나타 군과 코마에다 군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해?
0.
나에게는 그 사람이 전부였어요.
옛날부터, 저는 둔해 빠져서 뭘 해도 안 되는 아이였어요.
항상 모두가 웃고, 쓴웃음을 짓고, 비웃고, 그런 것이 당연해서. 항상 비난받기만 하고, 누군가에게 용서받지 못하고, 항상 누군가에게 사과하면서 나는 살아온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런 다른 누구와도, 달랐어.
나를 인정해 주었던 것도.
나를 용서해 주었던 것도.
나를 사랑해 주었던 것도.
나를 껴안고,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 그리고 같은 꿈을 꾸게 해주었던 것도.
오로지, 그 사람뿐이었어요.
그 사람 이외의 누구든 나를 싫어해서 꺼리고 경멸하고, 매도하고 때려서 넘어뜨리고 밀어서 넘어뜨리고 발로 차서 넘어뜨렸지만, 그 사람은 그것만이 아니라, 제대로 나를 안아줬어요.
날 용서하고, 좋아한다고 말해 줬어요.
(그것이 비록 거짓말이라도)
그 팔로, 안아줬어요.
(내가 기대고 있었을 뿐이라 해도)
그렇게 그 사람은 크고, 따뜻하고, 절망으로 가득 흘러넘치는 절망을, 나에게 가르쳐줬어. 그때까지 쭉 혼자 떨며 살아왔던 나에게, 가슴을 펴고 사는 방법을 가르쳐줬어. 그건 너무나도──기분 좋았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만이 나의 전부.
그 사람이 주는 것이라면, 사랑도 아픔도 증오도 슬픔도, 그 모든 절망을, 나는 기꺼이 받아들이자.
그 사람이 나의 지침. 나의 폴라리스.
그 사람을 만난 일로, 사랑받았던 일로, 나는 자기 삶의 의미를 알게 된 거예요.
예, 그래도. 그 사람에게는 내가 그렇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그 사람에게 있어서, 나 같은 건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고, 기분이 내킬 때만 노는 상대, 그리고 편한 도구. 그런 거겠죠.
그런 건 알고 있어요. 당연하잖아요?
왜냐면, 사람은 엄청나게 큰 사람이니까.
엄청나게 큰 절망이니까.
그러니 나 같은 건, 그 사람에게 있어서 하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지만, 그런 나에게도 웃어줬어.
나를 사랑해줬어.
그러니까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
그저 그것뿐인, 간단한 일이에요.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했어요.
더는 없을, 행복이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죽어 버렸어요.
무참히, 흉하게, 잔혹히, 아쉽게, 패배해, 절망해, 그리고, 죽어 버렸어요.
자기 죽음을 앞둔 그때, 그 절망적인 상황에, 하지만 그 사람은 웃고 있었어요.
무척이나 기뻐 보이는 미소는, 자기 죽음이라는 마지막이며 최고의 절망을 기다리는 것.
맞고, 돌고, 타고, 갈려, 눌려서 짓눌러지는 직전까지. 그 사람은 만면의 미소를 띠고 있었어요.
그건 지금까지 어떤 때에 보여준 것보다도 훨씬 순진한, 천진난만한, 마치 아이 같은 미소였어요.
그렇게, 누구보다도 절망을 추구하고 절망을 계속 주고 그런 자신의 절망에 절망하고 절망에 빠져있던 그 사람은 마지막까지 절망 속에서 죽어 갔어요.
그건. 분명 다행이었던 거죠. 누구보다도 절망을 추구하고 있던 그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내가 그 죽음에 울다니, 그 사람에게는 새삼스러운 절망 중 하나일 뿐이고, 내가 느끼는 이 절망이야말로, 그 사람이 나에게 남겨 준 마지막이자 최대의 선물이에요.
소중한, 소중한 선물이에요.
그러니까 나는 내 안에 있는 이 절망을, 이 세계에 넓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사람의 절망을 뿌리며 그것을 증명하는 것만이, 내 존재의 의의예요.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증거예요.
이 세계에, 절망을. 절망을. 절망을.
만인에게 평등하게, 사랑스러운 절망을 주자.
그러면, 누구보다도 죄 많은 그 사람과 같은 절망을 거듭하면, 분명 나도 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운 절망의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을 거야.
그것이야말로 나의 희망이었어요. 절망이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라면, 나는 죽는 것 따위 두렵지 않았어요.
단지, 그 사람의 의지를 쫓는 것만이, 전부.
그 사람만이, 나의 전부.
지금까지의 인생을 계속 더듬어봐도, 나에겐, 그 사람 말고는 필요 없어.
──그러니까, 당신 따위가 나를 구할 수 있을 리 없어요.
용서할 리가 없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저희는 똑같이, 죄 많은, 더러워진, 절망의 영락한 몰골이잖아요? 그 사람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참한, 불쌍한, 그 사람의 잔해에 지나지 않아요.
……저기, 알고 있나요? 당신 따위가 나의 뭘 안다는 거죠?
그런 썩은 눈을 하고. 고인 숨을 내쉬고. 공허한 말을 늘어놓고. 그런──절망을 증오하는 얼굴을 하고.
그런 당신이 나를 이해할 리, 없어.
그거야, 어차피, 당신은 나와 달리,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리 없는, 불쌍한 생물이잖아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존재잖아요.
아아, 불쌍하네요.
정말로──────────────꼴 좋다.
키키킥.
1.
오늘도 재버워크섬은 맑다. 창밖은 구름 한 점 없는, 페인트를 뿌려놓은 듯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고, 그 꼭대기에는 눈 부신 태양이 당당하게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국의 이 섬은 비 오는 날이 적다. 가끔 호우에 시달리는 일은 있지만, 압도적으로 맑은 날이 많았다.
오늘도 그 예외는 아니다. 비가 올 기척은 없고 햇빛이 정력적으로 찬란히 쏟아지고 있다.
습기가 없는 만큼 고향의 여름보다 훨씬 살기 쉽지만, 방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 강한 햇빛에 왠지 모르게 지쳐버리는 것이다.
비도 싫지는 않았지. 생각하면서 코마에다는 눈을 감았다.
밝게 갠 날도, 격렬한 비도 내리지 않는, 부슬부슬, 조용하게 내리는 비의 날. 그 희미한 느낌이 가장 피부를 진정시켜준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런 고향의 기억은 지금에 와서는 먼 것으로, 머릿속에서 형상을 이룬다고 생각하자마자 곧바로 무산되어 간다. 뒤쫓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 모래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바로 떠올리는 것을 포기한 코마에다는 다시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갠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뜰에서는 세탁물을 걷는 소니아의 노래가 들려 온다. 왕녀님은 햇빛에도 개의치 않고, 오늘도 오늘 분담의 집안일을 의욕 만만으로 해내고 있었다.
그녀가 즐겁게 흥얼거리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에 방영된, 왕년의 형사 드라마 주제가였다.
어설프게 또래인 자신들보다도 한 시대 전의 일본 문화를 자세히 아는 것 같은 그녀의 노래는 미묘하게 시대가 낡은 것이 많아, 무슨 곡인지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기분 좋게 부르는 멜로디는 듣는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그녀의 기분에 따라 도중에 대사가 삽입되는 일도 있어서, 그것 또한 재밌다.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지금도, “이게 뭐여어어어어” 전력의 힘을 담은 귀여운 목소리의 샤우트가 정원에 울려 퍼졌다. 그것에 놀란 소우다가 “무슨 일이십니까 소니아 씨!”라며 당황하며 밖으로 뛰쳐나가자, 거기에 소니아가 천연덕스럽게 웃고는 “오늘도 날씨가 좋아 무심코 소리쳐버렸어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들려온다.
아아, 그야말로 개그다. 콩트다.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싸구려 버라이어티이다. 남국 무드가 감도는 섬에 어딘가 그리운 일상의 향기를 반입하는 장면이었다.
이 섬에 오고 나서 텔레비전 같은 건 전혀 보지 않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텔레비전 화면으로 마지막에 본 것은 온 세상에 실황 중계된 키보가미네 학원의 살육 학원 생활이었지 않았나, 떠올리고 코마에다는 눈을 가늘게 뜬다.
기억을 잃은 과거의 동료끼리 서로 죽이는 건,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절망적이며, 심히 가슴이 뛰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초고교급 희망이 태어나고, 진정한 초고교급 절망을 무찌른 그 순간을 말하자면──, 떠올려서 몸을 떨고 있던 코마에다는, 하지만 꾹 강하게 손바닥을 쥐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오른손에 닿는, 자신보다 온도가 높은 열에, 지금 이때 이 자리에 되돌려진다.
그때까지 멍하니 창밖을 향해 있던 눈을 정면으로 되돌리자, 그곳에는 현실의 그의 모습이 있었다. 텔레비전의 모니터 너머가 아니고, 창 너머도 아니다. 바로 거기에, 따스함이 전해지는 거리에, 히나타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아까부터 변하지 않는 현상을 인식하고, 코마에다는 곤란해하며 눈썹을 찌푸렸다.
“……저기, 히나타 군. 이거 언제까지 계속할 거야.”
“응, 조금만 더.”
“방금도 같은 소리 들었는데?”
“아직 필요한 부분이 안 끝났어.”
그것만 말하고, 다시 히나타는 입을 다문다.
그 손은 대화 도중에도 계속, 코마에다의 손에 닿고 있었다.
손가락을, 손바닥을, 손목을. 벌써 몇 분이나, 어쩌면 몇십분, 히나타는 뭔가를 확인하듯이, 코마에다의 오른손을 잡고는 놓고, 그리고 다시 꽉 쥐어 온다.
그 열을, 그 움직임을, 재차 의식하면, 두근, 닿은 부분이 열을 띠는 것을 알았다. 다른 곳에 의식을 보내 잊으려 했던, 어쩐지 진정되지 않는 기분이 돌아와 버린다.
그렇게 솟구쳐 오는 꺼림칙한 충동을 속이듯 코마에다는 다시 정원으로 눈을 돌렸다. 밖에서는 아까와 다른 노래가 들려 온다. 이번에는 영어로 된 팝송. 업 템포의 밝은 곡조는 이 남쪽 섬에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소니아 씨는 노래도 잘 부르는구나.”
“그렇네.”
무심하게 중얼거리자, 어딘가 건성인 대답이 되돌아온다. 너무나도 적당한 맞장구에, 하아, 코마에다는 기가 막힌다는 한숨을 흘렸지만, 히나타가 그것을 신경 쓰는 모습은 없었다.
기분을 고치려고 코마에다는 다리를 꼬고, 눈높이 아래에 있는 그의 정수리를 바라보았다. 짧게 가지런히 자른 머리카락 속에서, 뿅, 거기만 튀어나온 한 묶음의 머리를 보복 삼아 만져 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자유로운 손이 없었기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아아, 시시하네. 어딘가의 누구 씨의 말버릇 같은 걸 생각한다.
오른손이 자유롭지 못하니, 손을 사용해 그에게 치근덕거릴 수도 없고, 책을 읽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자유로운 입을 움직여 말을 걸어보자 해도 히나타는 상당히 집중하고 있는 듯 아까부터 건성인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혼자서 나불나불 말을 거는 것도 너무 허무해서, 결과 코마에다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모처럼 같이 있는데, 그런데도 지금의 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건 자신의 손뿐인 것 같다.
이보다 더 시시한 일도 없지 않나, 그의 흥미를 끄는 자신의 오른손에조차 질투해버린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가 단지 장난으로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코마에다를 위해서 하고 있다는 정도는. 그러니까, 불평을 말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
──코마에다에게는 왼손이 없다.
어떤 사정으로, 스스로 잘라냈다. 지금 떠올리면 어리석은 짓이었다고는 생각할지언정 그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전부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한 짓이다. 후회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편할 테니까, 그 대신이 되는 의수를 만들어 주겠다고 한 것은 『초고교급 메카닉』인 소우다로, 그것에 동의를 나타낸 것이 히나타였다.
처음엔, 코마에다는 말렸다. 자신 때문에 그런 것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그런 코마에다를 밀어붙이는 듯이 그들은 이것저것 이유를 늘어놓았다.
재료나 시간이 아깝다고 말하면 지금은 상당히 여유가 생겼다 하고, 그렇다면 그것을 좀 더 유익한 일에 사용하라고 말하면 너에게도 왼손이 있는 편이 여러 가지로 편할 거라는 말에 찍소리도 못하게 되었다.
확실히, 말할 필요도 없이, 이 섬에서 살기 위해서는 왼손이 없는 것은 확실히 불편했다. 한 손밖에 사용할 수 없어 다른 모두에게 꽤 폐를 끼치고 있다. 그런 쓸모없는 자신은 말할 필요도 없이 알고 있었다.
……히나타 군 주제에.
마지막으로 입에서 나온 것은 홧김의 말이었다. 그 말에 히나타는 즐겁게 웃으며, 뭐 맡겨달라고, 라며 가슴을 두드려 보였다.
그렇게, 코마에다의 의수 제작은 결정되고, 소우다와 히나타는 희희낙락하며 어떤 성능을 붙일까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야기를 들을수록 상당히 큰일이 되는 듯했다.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서 신경에 접속하고 구동 가능한──익숙해지면 진짜 손과 큰 차이 없이 쓸 수 있는, 그런 의수를 목표로 하는 것 같다.
자신 때문에 그런 걸 만들다니, 훌륭한 기술 낭비이야, 코마에다는 몇 번이나 말했다.
하지만 그때, 코마에다의 기질을 다 알고 있는 히나타는 그것을 흘러들었다. 그리고 소우다와 함께 멋대로 설계도를 쥐고는, 이것도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 하고 제작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코마에다가 히나타에게 오른손을 만져지고 있는 것도, 그 제작의 일환. 설계도를 그리는 데 필요한 계측이다.
“그런데, 굳이 네가 해야 해?”
“내가 하면 안 돼?”
“그렇지만 히나타 군은 그 밖에도 할 일이 있잖아. 이런 건 소우다 군에게 맡기면 될 텐데.”
“소우다 쪽이 좋아?”
“그런 건 아니지만……히나타 군은 바쁘잖아.”
“신경 쓰지 마.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소우다 군한테도 그렇게 말하고 왔어?”
“어.”
“싫다 싫어. 나중에 소우다 군에게 놀림당할 거야.”
“좋은 추세야. 소우다하고도 친해진 것 같아서.”
여하튼 얼마 전까지는 소우다는 코마에다를 노골적으로 두려워했다. 그 무렵과 비교하면, 소우다가 놀리다니, 상당히 관계가 부드러워졌다는 증거다.
그러나 스스로 그렇게 말하면서도, 히나타는 왠지 재미가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고, 거기에 코마에다는 고개를 작게 틀었다.
“그런데 손 사이즈를 측정하는 거잖아. 자 같은 거 안 써도 돼?”
“어, 그쪽은 문제없어. 사이즈 계측은 확실하게 끝냈으니까. 남은 건, 질감도 엄선하고 싶어서…….”
“……넌 그렇게 연연하는 사람이었어?”
“설비가 갖추어졌으면 진짜 재생 조치도 할 수 있지만, 이 섬의 시설로는 좀 힘들겠지…….”
그렇게,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를 말까지 하는 히나타에게 코마에다는 하아,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떨어뜨렸다.
“그런 건 됐어. 의수를 만들어 주는 것도 과분할 정도야. 게다가, 나도 스스로 잘랐는데 또 쑥쑥 자라다니, 놀라서 충격받을 거야.”
“그건 아쉽네.”
아쉽다니, 뭐가. 재생 수술을 시험해볼 수 없어서 아쉬운 건가.
아니면, ──설마, 생각난 가능성은 1초 만에 없앤다. 붕붕, 아플 정도로 고개를 젓는다.
그럴 리가 없다. 나 따위의 진짜 왼손이 없는 것을, 히나타 군이 아깝다고 생각해주고 있다니.
“저기……아직 끝났어?”
힐끗 내려다보니, 뭐가 그렇게 즐겁냐고 묻고 싶어지는 얼굴로 히나타는 오른손을 계속해서 만지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히 중간까지는 그는 길이를 측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냥 만지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질감을 측정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필요한 추측을 하고 있는지 어떤지 의문이다.
옆에서 보면 그저 여기저기 어루만지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아──코마에다에게도 굉장히 그렇게 만져지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간질간질, 손바닥 살의 감촉을 확인하듯이 손가락으로 기어져──왠지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다듬어진다. 그때마다, 큥, 가슴이 죄인다.
자신의 방에 단둘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만져지고 있고. 그것만으로 충족되는 것 같은, 하지만 이 정도로는 전혀 부족한 것 같은, 심하게 언밸런스한 감정과 욕구에 휘둘려진다.
절대로, 지금의 그는 즐기고 있을 뿐이다. 계측은 분명 끝났고, 질감을 측정하고 있다니 그런 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지적하면 어차피 시치미뗄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계측이야, 측정하고 있을 뿐이야,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한 번 의식해버렸더니 안 된다. 안됐다.
몇 번이나 신경을 돌리려 하고, 그래도 만져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도망칠 수 없어서.
얼굴이 뜨겁다. 이런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 왼팔을 들어 올리지만, 얼굴을 전부 숨길 수는 없었다.
“……응?”
그리고 그런 기색을 느낀 히나타는 코마에다를 눈을 치켜떠 올려다보고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너 무슨 얼굴을 하는 거야…….”
“……뭐야. 불만이라도 있어? 나 따위의 이상한 얼굴을 보여서 미안해.”
“그게 아니라…….”
히나타는 입을 닫은 후, 어째서인지 뺨을 붉히면서, “발정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라고 솔직하게 말해 왔다.
아아 맞아, 라고 생각했다. 생각하면 괜히 의식하고 만다.
만져지는 손가락 한 개 한 개가 전부가 성감대가 된 것처럼, 감도가 오른다. 열이 전해져서 부추겨지고, 그 아래에서 피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히나타 군이 계속 그런 식으로 만지고 있었는걸.”
“……마사지하는 게 아니라고.”
“그런 거랑은 달, 라…….”
오히려 그것보다 훨씬 질이 나쁘다. 왜냐하면, 그저 만져지고 있을 뿐인데, 거기에서 찌릿찌릿한 것이 흘렀다.
히나타 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져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아, 끝났어.”
“앗…….”
“……무슨, 이상한 목소리를 내는 거야.”
“그렇지만.”
떨어져 가는 손을 뒤쫓듯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낸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킥하고 웃어지면 토라진 것처럼 얼굴을 돌렸다.
“……역시 소우다 군 쪽이 좋았을지도.”
왜냐면 이렇게 두근거리는걸. 단지 측정하고 있을 뿐인데, 그것뿐인데, 이상한 기분이 되어 버리는걸.
그렇게, 나직이 말하자, 히나타는 왠지 불쾌한 듯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이젠 늦었어.”
듣다가 손을 빼앗기고, 또, 살그머니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를 쓰다듬어진다. 그 김에, 날름, 혀가 뻗어지고, 부드러운 부분에 가볍게 이빨을 세워져 “응읏, ” 오르는 목소리를 눌러 죽이면서, 코마에다는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 것도, 계측하는 거야?”
“그래, 맞아.”
“왠지 외설스럽네.”
“그야, 네가 마음대로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만족했다는 듯이, 히나타는 손을 뗐다. 겨우 오른손이 자유로워져서, 기쁜 듯, 외로운 듯한. 복잡한 기분이 뒤섞인 가슴이 지독히 술렁거린다. 아직 밝은 시간에는 어울리지 않는 충동이 솟아오르고 있다.
그것에 맡겨, 코마에다는 복수하는 것처럼 히나타의 가슴팍을 붙잡고, 입술을 터뜨리듯이 키스를 훔쳐냈다.
그렇게 몇 초 맞닿은 끝에, 혀끝으로 그의 입술을 핥아 떨어지려 하기 직전, 그 팔을 반대로 잡혀서, 억지로 산소를 빼앗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혀와 혀가 얽히자, 방안은 작은 물소리가 가득 차기 시작해 갔다.
──하지만 거기에, 창문 밖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려 왔다.
“어라, 오와리 씨. 오늘은 어디에 갔다 오셨나요?”
“오우, 바다에서 물고기 잡아 왔으니까 저녁에 먹자!”
그런 소니아와 오와리의 평범한 대화가 귀에 들려와, 퍼뜩 정신을 차린 듯 히나타의 입술이 떨어져 간다. 반사적으로 그것을 쫓을뻔하다가 코마에다는 직전에 몸을 멈추었다. 자신만 원하고 있는 것 같은 기색은 보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제 계측은 끝이라고 봐도 되지?”
매달리듯이 그의 가슴팍을 잡고 있던 오른손을 떼자, 히나타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어. 다음은 설계도를 마무리하고, 시제품이 완성되면 보여줄게. 너도, 뭔가 이렇게 하고 싶다는 희망이 있으면 지금 말해줘. 그거랑 소우다 녀석이 저것도 이것도 멋대로 옵션을 붙이고 싶어 하니까, 그런 게 싫으면 분명히 말해두라고?”
“옵션이라니……드릴이라도 달려는 거야?”
“저 녀석한테만 맡기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가벼운 농담으로 한 말에는, 의외로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끔뻑끔뻑 눈을 깜박이며 그 모습을 상상하고 코마에다는 망연자실한 목소리를 흘렸다.
“……진심이야? 왼손이 드릴이라니……드릴이라니, 크, 크큭…….”
도중부터, 이상한 포인트에 빠져버렸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자신도 모르겠지만, 코마에다는 배를 부여잡고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그럼, 더 불편해지지 않을까! 로봇 니다이 군도 아니고!”
“그러게, 그게 유일한 결점이지…….”
“게다가 히나타 군도, 봐, 안으려다가 드릴이 박히면 장난으로 넘길 수 없잖아.”
“그렇긴 해…….”
장난치고 너스레를 떨어도, 거기에 진지하게 골똘히 생각하는 히나타의 반응에 정말로 농담으로 끝날 이야기인지 조금 불안해졌다.
“……설마 소우다 군뿐만 아니라 너까지 흥미 있었어? 좀, 로켓 펀치나, 개틀링건이나, 그런 건 생각 안 했지?”
“아, 그거 오와리랑 나란히 좋은 전력이 될지도.”
“설마! 나는 보잘것없는 콩나물체형이라고? 오와리 씨와 함께하다니 송구스러워!”
“그래도 조금은 단련해둬. 자, 지금부터 밖에 가자. 이제 햇살도 약해지고, 시원해지기 시작했잖아.”
“……난 안 달릴 거야. 시원해졌다고 해도, 아직 덥잖아.”
최근 히나타는 오와리를 따르는 것처럼 몸을 단련하고 있었다.
아침과 저녁에는 섬 외각을 달리고, 시간이 있을 때는 트레이닝 룸에도 발길을 옮긴다. 이 건물에는 실제 총은 없지만, 사격 연습장──본래는 이 섬에 근무하는 미래기관 구성원들을 위한 시설이었을 것이다──까지 존재하고 있으며, 유사시에 대비해 자신을 단련하기 충분한 환경에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코마에다는 그를 따라 하려고 하지 않았고, 갖춰진 시설에도 거의 발을 디뎠던 적은 없지만.
“알겠다니까. 걸을 수 있는 만큼 걸으면 돼. 슬슬 시원해질 시간이고.”
“…잠깐만, 이야.”
말하면서, 자, 또 히나타에게 손을 당겨지며, 코마에다도 마지못해 침대에서 일어섰다. 베개 옆에 둔 읽던 책을 마련이 남는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차양 코트에 소매를 넣자, 그대로 히나타에게 팔을 잡혀서 방을 나온다.
생각했던 대로 밖은 아직, 희미하게 더위가 남아 있었다.
──세계를 석권했던 『인류 사상 최대 최악의 절망적 사건』은, 『진정한 초고교급 절망』 에노시마 쥰코의 죽음 이후, 완만하게 종식으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세계에는 아직도 절망이 북적거리고 있다.
그러나 그 핵심이 되었던 에노시마 쥰코 및 『초고교급 절망』이 자취를 감춘 것에 의해, 또, 키보가미네 학원의 졸업생으로 결성된 미래기관을 시작으로, 절망에 대항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절망을 불식시키기 위해 활동을 계속하는 성과도 있어서, 온 세상에 만연해 있던 절망은 조금씩이긴 하지만, 확실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히나타 일행은 이 작은 남국의 섬에 몇 명의 동료들만이 남겨진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격리되어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어째서인가 그들은 『절망의 잔당』이라고 불리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키보가미네 학원의 전 학생이자, 에노시마 쥰코의 영향을 받은 『초고교급 절망』이었던 히나타 일행 열다섯 명은 미래기관에 의해 그 신병이 확보되고, 이 재버워크섬에 와서 『희망 갱생 프로그램』 ──통칭 신세계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었다.
신세계 프로그램에서 히나타 일행 『초고교급 절망』은 키보가미네 학원에 입학한 이후의 기억을 빼앗기고 가상 공간에 있는 섬에서 동료들과 평화로운 수학여행 생활을 보낸다, 그럴 터였다. 그 안에서 서로의 인연을 길러, 희망을 되찾아, 절망을 극복한다.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래기관이 상정하지 않은 흉악한 바이러스의 침입에 의해, 피험자끼리 벌이는 살육 수학여행으로 변모했다.
죽었을 터인 에노시마 쥰코는 프로그램상의 존재, 얼터에고로서 되살아나, 모노쿠마의 모습을 한 그녀는 프로그램 안에서도 히나타 일행에게 절망을 계속 주었다.
그 진정한 목적은 숙적인 『초고교급 희망』 나에기 마코토를 꾀어내는 것이었던 것 같지만, 천성이 변덕스러웠던 그녀의 진의 따위, 이제 와서 누구에게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에노시마 얼터에고는 멸망했으니까.
──그녀를 소멸로 내몬 것은 그녀가 나에기를 유인하기 위한 말로만 여겼던 히나타 일행의 결단이었다.
프로그램 안에서 얻어 온 모든 것을, 동료랑 길러 온 모든 것을 잊고, 지금의 자신이 모르는 자신──『초고교급 절망』인 자신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기다리는 그런 현실 속에서도, 자신들의 힘으로 미래를 열 수 있다고 믿었던 그들은 나에기네가 제시한 선택지, 강제 셧다운을 선택해──그리고 에노시마 얼터에고는 사라지고, 히나타 일행은 현실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 프로그램에서 깨어난 것은 열다섯 명의 피험자 중, 프로그램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히나타, 쿠즈류, 소우다, 오와리, 소니아 다섯 명뿐.
깨어난 그들은 지금까지 현실 세계에서 지내온 시간의 기억을──즉 『초고교급 절망』인 자신의 기억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지만 프로그램 세계에서의 사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억하고 있었다.
희망도 절망도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거라고 맹세한 동료와의 인연을 느낀 그들은 절망의 기억은 있지만, 또다시 절망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당연히, 간단하게 절망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몇 번이나 고민, 갈등한 끝에, 지금 그들은 『절망의 잔당』이라 불리는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그런 히나타 일행이 지금 이 섬에 남아 있는 것은 결코 미래기관에 남겨졌기 때문도, 격리되어 있기 때문도 아니다. 히나타 일행은 자기 자신이 이 섬에 남는 걸 선택한 것이다. 그것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다른 동료들의 기상을 기다리기 위해서.
히나타 일행 다섯 명 외의, 프로그램 중에 사망한 멤버가 눈을 뜰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해지고 있었다.
신세계 프로그램은 실험대상이 현실과 다름없는 리얼리티를 느끼게 하는 것이며, 실제로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동안 그들은 그것이 프로그램 세계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므로, 거기에서 사망한 사람의 뇌는 실제로 자신이 죽었다고 인식해, 육체의 생명 활동은 유지되어도, 의식이 돌아올 확률은 기적적이라고 전해 들었다.
그래도, 그런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끌어당기려고, 바라는 미래를 만들려고, 히나타 일행은 섬에 남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잘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해석해서 동료들을 깨우는 방법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깨어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 히나타 일행은 점차 초조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지금까지 유일하게, 기적적이라고도 할 각성에 도달한 것이 코마에다였다. 원인은 모른다. 몇 가지 추론은 검거되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추론이기만 했다.
그렇지만, 그런데도, 코마에다는 확실히 깨어났다. 일시적으로 기억상실은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회복하고 있다.
그 각성은, 잠든 동료들이 언제 깨어나는지, 애당초 정말로 깨어날 수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상황에 절망을 느낄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믿고 기다리고 있던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었다.
코마에다의 각성 후에는 그 정보도 가미해서 신세계 프로그램의 해석은 진행됐다. 그러나 요 며칠, 그것은 막히고 있는 것 같다.
아니, 발전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현시점에서 가능한 일은 전부 끝내버려, 뒷일은 그 결과를 기다릴 뿐인 상태다.
그렇다고 해도, 완성했다고 할만한 건, 잠든 그들의 자아를 되돌리기 위한, 아주 작은 도움뿐이었다.
프로그램 마스터였던 얼터에고와 함께 몇 번이나 추정을 거듭하고, 이론상, 그것은 효과가 있다고 나왔지만, 단순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지금은 단지, 그것이 주효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로, 지금까지 계속 프로그램 해석에 매달려있던 히나타도 서서히 다른 일상적인 일에 손을 돌릴 여유가 생기고 있었다. 본격적인 트레이닝을 시작한 것도, 의수 제작에 착수했던 것도, 그런 경위가 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기상을 빌면서 기다린다. 그런 나날은 초조했지만, 이상하게도 온화하게 흘러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고 계속될 리 없는 불안정한 것으로──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무너지게 되었다.
섬 주위의 산책을 끝낸 히나타와 코마에다가 밖에서 막 돌아온 참에 갑자기, 파직, 소리를 내며 건물 내의 모니터가 일제히 영상을 비추었다.
『모두, 프로그램 룸에 와.』
거기에 비친 소녀가 침착한 목소리로 방송을 넣는다.
그리고 이어서 한 말은, 누구라도 바라고 있던 것이었다.
『──캡슐이 하나, 열렸어.』
──자아, 깨어날 시간이라고?
2.
방송을 우연히 들은 동료들은 제각기 작업을 중단하고 프로그램 룸으로 달려갔다.
방 앞에서 모인 사람끼리 얼굴을 마주 보고 무언으로 끄덕인다. 여기서 재차 말을 하지 않아도, 이 안에서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아까의 소녀가 가르쳐줬다.
안에 들어가자 그곳은 희미한 빛 아래, 중앙의 큰 기계를 둘러싸듯이,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캡슐이 원을 그리듯이 몇 개나 줄지어 있다.
그중 하나, 어제까지는 닫혀 있던 캡슐의 문이, 지금은, 열려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자고 있던 그녀가, 상반신을 일으켜서 앉아 있다.
그 모습을 본 일동은──그 자리에 감도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꿀꺽, 침을 삼키고, 들어가자마자 발을 멈춘다.
누구의 가슴에도 확실히, 그녀가 깨어난 것에 대한 환희는 있다.
하지만, 그 기쁨보다도 앞세워진 것은 본능적인 경계심. 지금까지 많은 수라장을 뚫어와, 그것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둔한 사람은 없다.
지금, 이 방안을 채우고 있는 무거운 기색은 누구에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캡슐 속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는 망연해하고 있는 듯했다.
허공을 올려다보며, 의미 없는 각도로 뒤로 젖힌 목덜미. 이쪽을 향한 등은 생기가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그 공기에 오싹 등골이 얼어붙는다.
그저 뒤를 향해 앉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풍겨오는 것은 이상한 기척.
더 말하자면 그것은, 누구보다도 자신들에게 익숙한, 압도적인──절망의 기색과 다름없다.
깨닫고 나니 양팔에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여기서 움츠러들어 멈추어 서 있을 수도 없다. 히나타는 한 번 더, 침을 삼키며 목을 적시고, 결심해서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츠미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그러자, 천천히.
느긋한 동작으로, 그녀는 돌아보았다.
처음, 그 눈은 공허했다. 바닥없는 늪처럼 탁해져, 멍하니 아무것도 담지 않았다.
그것은 몇 차례 깜빡임을 반복하는 사이에 조금씩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어라아? 히나타 씨인가요오?”
그녀는──츠미키 미캉은 느긋한 어조로 웃었다.
그 미소에 다시 전율이 흐른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 미소는 너무나도 부자연스럽다. 여하튼 웃으면서도 그녀가 자아내는 절망적인 공기는 변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주위에는 개의치 않고 츠미키는 뚜껑이 닫힌 캡슐을 차례로 보면서 혼잣말하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으음, 그렇죠……네, 떠올렸어요오. 신세계 프로그램이 끝났죠. 그래도, 어째선지 엄청 외로운 이유는……아아, 여러분 죽었군요.”
“츠미키, 씨……?”
주뼛주뼛, 소니아가 부른다. 그 목소리에 반응한 것처럼 츠미키는 입구에서 굳어있는 멤버에게 순서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쿠즈류 씨, 소우다 씨, 코마에다 씨, 오와리 씨, 소니아 씨…… 게다가, 히나타, 씨. 여러분은 살아 남아버렸나요오. 그렇지만 이상하네요……모노쿠마가 있었는데, 프로그램이 성공할 리 없는데요. ──아아, 하지만 그것도 분명, 그 사람의 계획 안이었겠죠. 그런데도, 왜일까…….”
거기에 있는 멤버를 확인하고, 츠미키는 신기한 듯 뺨에 손가락을 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극적인, 귀여운 몸짓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보고 있기만 해도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지금의 츠미키에게는 그리운, 싫은 냄새가 난다.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절대적인 절망이 밀어닥쳐 오는 것 같은, 그런──끝나버린 자의, 냄새.
“있잖아, 이건…….”
“……응. 절망, 하고 있네.”
눈앞에 작은 소리로 오간 대화를 듣고 츠미키는 생긋 미소를 지었다.
그 빛 없는 눈동자는 고인 색. 절망의 색. 지금의 세계에서는 아주 익숙한 색이었다.
그것은 그 학급재판 마지막에 그녀가 띄우고 있던 것과 같은──아니, 그것보다 현저한 절망을 비추고 있다.
생각해보면 신세계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츠미키는 다른 누구와도 다른 특수한 존재다.
프로그램의 안에서 기억을 되찾아──『초고교급 절망』으로 돌아오고 죽은 것은 그녀뿐이었다. 프로그램 밖의 진실이 기록된 키보가미네 학원 파일을 입수한 코마에다 조차 자신들의 정체는 알아도 실제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초고교급 절망』으로 돌아오고 죽은 그녀는 지금도 마음속에서 절망한 채로 깨어나고 말았다. 지금의 짧은 교환으로도 그것은 충분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깨어난 직후인 현재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히나타 일행을 멍하니 바라보고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의심하는 것처럼, 쓱쓱, 눈을 비볐다.
“──저기, 여러분, 누구예요?”
“누구냐니, ……있잖아, 츠미키. 너는 프로그램 안에서의 일, 기억하고 있지.”
“네? 기억하고 있지만, 뭔가요?”
“그럼,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잖아?”
“그런 게 아니라요오……아아, 당신들은 잊었나요오? 자신들이 누구였는지.”
“아니……우리도 전부 기억하고 있어. 프로그램에서의 일도, 거기다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전의 일도.”
“……전부, 요? 그래도 이상하네요. 그것치고는 이상해요.”
“뭐, 가?”
“전부 기억하고 있다면, 왜──절망하지 않는 건가요.”
말하는 동안, 천천히, 서서히, 츠미키의 표정에서 미소가 떨어져 갔다.
그 얼굴은 무표정에 가깝지만, 그 안쪽에는 어두운 절망이 숨어 있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저기, 초고교급 절망 여러분? 어떻게 된 건가요? 설마, 저런 가짜 프로그램으로, 그걸로 정말 갱생해버렸다고 말하지 않겠죠? 절망을 잃었다니 그럴 리가 없겠죠오? 저런 건 결국은 게임이에요. 소꿉놀이예요. 현실 도피에 지나지 않아요. 거기다 훌륭한 자극적인 살육이에요. 그 사람이 전부 계획한 절망의 게임이에요. 그런데도, 왜 여러분은──절망하지 않는 건가요? 덧칠해지고 말았나요? 여러분의 절망은, 겨우 그 정도로 사라지는 것이었나요오?”
그렇게 그녀는 킥킥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그것에 압도된 것처럼 숨을 삼키는 기색이 전해져 왔다.
조용해진 그 자리에 울려 퍼지는 높고 사랑스러운 웃음소리는, 하지만 섬뜩한 어슴푸레함을 품고 있다. 그것은 자신들이 휘두른 과거의 그림자를 똑똑히 눈앞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저기, 히나타 씨? 당신, 왜 그런 정직한 눈을 하고 있나요? 자신이 한 짓을, 여러분이 한 짓을, 제가 한 짓을 전부 기억하면서, 왜 그렇게 깨끗한 눈을 하는 거예요?”
“──달라. 확실히, 우리는 절망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이제 절망하고 있지 않아. 앞으로의 미래는 자신들이 만들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하아? 뭔가요 그건? 의미를 모르겠어요.”
“에노시마 쥰코의 계획은, 실패했어.”
“……하아? 그럴 리, 없지 않나요.”
“사실이야. 인정해줘.”
그리고 히나타는 프로그램 안에서 그녀가 죽은 이후의 사건을 들려준다. 하지만 그것을 들으면서도 츠미키의 눈에서 의혹의 색은 개는 모습은 없고, 똘똘 뭉친 의구만이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에노시마 얼터에고의 소멸까지를 들은 츠미키는 가슴의 앞에서 기도하며 굳게 손을 잡고, 몸부림쳤다.
“하우우……그런,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있었다면, 거대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니! 그 사람이랑 또 만날 수 있었다니, 여러분은 얼마나 행운인 건가요……! 아아, 코마에다 씨는 만날 수 없었다 하셨죠? 안되셨어요오.”
“……딱히 나는 그 녀석을 만나고 싶지 않았으니까 상관없지만 말이지. 혹시 만날 수 있었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 오싹거려.”
“우후후, 인정하지 않는 건가요오? 정말로 보기 흉한 사람이네요오. 저기,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러면서 생긋 웃으며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얼굴을 돌린 그녀의 뺨에는──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차례차례 넘쳐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츠미키는 황홀에 몸을 피고 있었다.
“아아, 아아, 너무 절망적이에요. 이런 사람들이 그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었다니! 나는 만날 수 없었는데! 정말로! 절망적이어서……근사한 기분이에요오.”
눈물을 흘리며 웃음소리를 내는 모습은 광기를 띠고 있다. 그것을 보고 기분이 상했다는 식으로 눈살을 찌푸린 코마에다 이외는 애처로운 그녀의 모습에 괴롭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녀는 절망에 빠져있다. 절망의 안에 있는 자신에게 도취해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지금의 츠미키는, 매우, 상처받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눈물을 흘릴 리가 없다.
흩뿌리는 말 하나하나는 울부짖는 목소리여서. 들러붙은 웃는 얼굴은 일그러져 있다. 절망적이라고, 그 말에 매달려 어떻게든 자신을 유지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 마음이 아플 정도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아서.
“있잖아, 츠미키. 그건, 슬퍼서 괴로운 거 아니야?”
“……하아?”
히나타가 그렇게 말하면, 거기에 찬물을 끼얹어진 듯, 츠미키는 불쾌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도 일그러진 미소가 사라지지 않은 표정의 그녀에게 히나타는 말을 거듭한다.
“정말로, 지금의 그 절망은 너에게 있어서 훌륭한 거야?”
“당연하지 않나요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저에게 부여해준 것이에요! 물론, 슬퍼요! 괴로워요! 하지만 그건 제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이 저를 사랑해줬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당연히 훌륭하지 않나요!”
“……있잖아, 거짓말이잖아. 그건.”
“하?”
그것은 그녀답지 않은 조용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츠미키의 눈이 히나타를 넘어 그 뒤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조용한 표정을 띤 오와리가 가만히 츠미키를 응시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너, 울고 있잖냐. 슬픈걸, 얼버무리려 하고 있을 뿐이야. 그런 게 진짜 훌륭할 리 없잖아─.”
“오와리…….”
“절망이라든지, 지금은 난 잘 떠올리지 못하지만 말이야. 나는, 동료가 괴로워하는 걸 보기만 하는 건 싫다고. 너희도 그렇잖아.”
그렇지, 오와리는 다른 모두에게 말을 걸어, 그리고 다시 츠미키 쪽으로 되돌아보고,
“그러니까, 지금은 솔직하게 울라고.”
“──하? 동료는, 뭔가요? 언제 제가 절망하지 않은 여러분의 동료가 되었나요?”
그런 오와리를 가로막듯이 츠미키는 순식간에 미소를 지웠다.
경계하는 차가운 표정으로, 눈앞에 늘어선 여섯 명을 매섭게 올려다보고 있다. 아까처럼 싹 공기가 바뀌었다, 공격적인 모습에 오와리도 조금 주춤한 것 같았다.
“……동료야, 츠미키. 우리는, 동료야.”
“당신에게는 특히 듣고 싶지 않은데요. 히나타 씨, 당신이 저의 뭘 안다는 거예요?”
“그야, 전부 안다고는 말 못 해. 하지만, 아는 것도 있어. 내가 너와 보낸 시간은, 신세계 프로그램에서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그곳에서는 여러 일이 있었잖아. 프로그램 안에서, 모든 것을 떠올리고 절망할 때까지의 너는, 모두와 함께 섬을 나가기 위해 힘을 다해 주고 있었어. 누군가한테 바보 취급당했다고 해도, 너는 모두를 위해서, 용기를 내어 자신이 생각한 걸 말해줬어. 그때의 일, 기억하고 있지?”
히나타의 그 말에 츠미키는 생각해내는 듯이 턱에 손가락을 대고 위를 향한다. 그 자세 그대로, 천천히, 맥이 풀린 듯한 어조로,
“……그런 일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래서 어떻다는 거죠? 저런 건, 결국은 프로그램 중의, 과거의 제 찌꺼기에 지나지 않는데요?”
“아니야. 너의 안에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다면, 그때의 츠미키도 확실히 네 안에 남아 있을 거야. 확실히 신세계 프로그램으로는 우리는 기억도 잃고 있었고, 그 세계는 버추얼이었어. 그래도, 우리가 함께 경험해 온 건, 거짓말이 아니야. 우리가 동료였던 일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조바심을 보이기 시작한 츠미키에게 말을 하려던 참에, 그러나 히나타의 배후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더해왔다.
“빨리 너도 절망에서 깨어나는 게 어때, 라는 거야. 츠미키 씨. 정말, 보기 흉한 게 어느 쪽인지.”
도발 이외의 아무것도 없는 그 말에 츠미키의 눈이 날카롭게 그 목소리의 주인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 정도로는 동요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고 츠미키를 응시한다.
“어이, 코마에다…….”
“저기, 적당히 인정하지 그래? 『에노시마 쥰코는 이제 없어』 『절망해봤자 의미는 없어』라고. 어디에도 없는 옛날의 절망에 매달리기보단, 새로운 희망을 찾는 편이 긍정적으로 좋지 않을까? 저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코마에다, 그만해.”
그것을 들은 츠미키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져 간다. 옆에 선 쿠즈류가 제지하지만 코마에다는 그것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아니면, 이대로 그 녀석을 따라 죽을 생각이라면 나는 말리지는 않을 건데──뭐, 상냥한 다른 사람들은 다르겠지만.”
도중부터는 오와리에게 넬슨 홀드를 당하면서도 말을 마치자, 일단 기분이 풀렸는지 코마에다는 말의 칼날을 거두었다.
그러나 츠미키의 눈동자에는 변함없이 증오가 떠올라 있다. 살의가 떠올라 있다. 이미 그 주변은 일촉즉발의 공기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 있잖아, 츠미키, 너는 어떻게 깬 거야? 다른 애들은 아직 안 일어났는데, 너만 일어난 건 어째서인지, 짐작 가는 건 없어?”
너무나도 불온한 그 자리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그녀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히나타는 난처해하면서 물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그건 말이죠!”
그 질문을 들은 순간, 코마에다는 어떻게 되든 좋다는 듯이 츠미키는 돌아보고 표정을 빛냈다.
아까까지와는 돌변한 밝은 목소리로 말하고, 조금 사이를 둔다.
그 예상 이상의 반응에 놀라고 있자, 그녀는 아주 아주 중요한 비밀을 고하는 것처럼, 황홀이 숨을 들이쉬고 나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 사람이 저를 불러 준 거예요!”
“흐음? 그럼 저 녀석은 너를 길동무로 할 생각은 없었다는 거네. 기어이 버림받았구나, 축하해.”
“윽……!”
내버려 두면 어디까지나 남의 신경을 자극하기만 하는 코마에다의 입을 황급히 소우다가 막았다. 하지만 그 말의 칼날은 제대로 그녀의 마음에 박힌 듯했다.
반론의 말을 잃어 궁지에 몰린 눈으로 츠미키는 자신의 팔에 손톱을 세웠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는 더 절망하기 위해서 절망시키기 위해서 절망을 위해서 절망의…….”
스스로 타이르듯이 낮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외친다. 그 모습은 마치 자기 자신에게 암시를 걸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 계속 타이르지 않으면 뭔가가 망가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츠미키, 너는 정말로 그걸 바라고 있어?”
“……어.”
히나타의 목소리에 츠미키는 초연한 그대로 얼굴을 들었다.
“너 실은 이제 절망에서 해방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말……당신 따위에게 들을 이유는 없어요!”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츠미키는 캡슐 안쪽에 손을 붙었다. 그리고 가느다란 팔에 힘을 담아, 몸을 일으키려고 하면서 히나타에게 절망에 찬 눈을 향해 왔다.
“저기, 히나타 씨. 그래서 당신은 결국 뭔가요? 왜냐면, 프로그램 전에 저는 당신 따위는, 히나타 하지메라는 사람 따위는, 전혀 몰랐는데요. 아까부터 계속 이상했어요. 당신은 누구고, 왜 저희 안에 평범하게 섞여 있나요오?”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츠미키는 캡슐 밖으로 발을 내디딘다. 그리고 히나타 근처에 다가오더니, 그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본다.
그 눈을 보고 있으려니 깊은 어둠에 삼켜지려 한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히나타는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돌려주었다.
히나타의 태도에 츠미키가 눈을 크게 뜬다. 눈앞에 있는 것이 누구인지, 지켜보듯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라어라어라? 정말로 당신은 히나타 씨인가요? 왜냐하면, 전혀 다르지 않나요. 그, 평범하고 멋진 히나타 씨가 아니지 않나요오?”
“평범, 인가…….”
그 표현에 히나타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아, 신세계 프로그램에서의 자신은 재능을 잊고 있었다──그때는 실제로 어떠한 재능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자신은, 츠미키에겐 그렇게 보였구나.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그렇게 떠올린 순간, 히나타의 얼굴에서, 문득, 표정이 사라졌다.
그 일순간의 무표정을 본 츠미키는 겁먹은 듯이 숨을 삼키고──목 안쪽에서부터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카무쿠라 이즈루……윽.”
조금 전까지의 태만한 태도에서 완전히 바뀌어 분노로 그 눈동자를 태운 그녀는 지금도 덤벼들려는 기백으로 히나타를 노려봤다. 그 돌변한 태도에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멤버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지금까지 중 가장 위험하다고 느낀 오와리가 그 팔을 억눌러도 츠미키는 신경 쓰지 않고 몸을 앞으로 쓰러트려서 오로지 히나타 만을 올려다보면서 덤벼들려고 했다.
“카무쿠라 이즈루! 잘도 태연하게 그 얼굴을 보이네요! 당신이라는 자가 그 사람의 계획에 실패하고, 이런 곳에서 뭘 하는 건가요! 아아, 이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으려 했던 그 사람의 소중한 계획을, 이런 남자 따위가 아니라 제가 제가 제가………….”
호통친다고 생각했더니, 고개를 숙이고 신음하며, 그 안에서 무언가 깨달은 듯이 츠미키는 문득 얼굴을 들었다.
“──어째서예요……?”
그 눈동자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깊은 절망과 눈물로 흐리고 있었다. 광기 어린 표정으로 공허하게 눈앞을 바라보며 단번에 말을 늘어놓는다.
“왜 저는 살아있나요 저는 죽었을 거예요 그런데, 왜 저는 살아있나요 왜 죽지 않은 건가요 왜 그 사람이 있는 곳에 가게 해주지 않았나요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제가 홀로 이렇게 무의미하게 살아남은 건 어째서인가요.”
“츠미키, 진정해──.”
“제가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 같은 건 없는데 이미 충분히 절망했는데 그런데도 아직 절망이 부족한 걸까요 가르쳐주세요 제가 그 사람이 있는 곳에 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얼마나 절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오──!!”
히스테릭하게 외치는 그녀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비명을 뒤집어쓰고,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귀를 막지도, 눈을 돌리지도 않고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갑자기 그치자마자 츠미키는 힘이 빠진 것처럼 주저앉았다. 그것을 오와리가 받아들이고 소니아가 당황해서 곁으로 뛰어왔다.
“츠미키 씨, 괜찮으세요?!”
“……괜찮다고. 기절한 것뿐이야. 일어나자마자 이만큼 떠들었으니까, 몸에 반동이 오는 건 당연해.”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있던 오와리가 그렇게 받아들이자, 소니아는 안심했는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그 표정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동료가 또 한 사람 깨어났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기쁨보다도, 깨어난 그녀가 보인 절망의 충격이 강해서 그 자리는 곤혹의 색이 퍼지고 있었다.
“……어쨌든, 의무실에 데리고 가자.”
그렇게 말하고 히나타는 츠미키의 몸을 오와리에게 넘겨받으며 안아 올린다. 힘이 빠진 몸은 부드럽고, 팔에 묵직이 덮쳐 누르기 시작했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의 흔적이 애처롭다. 옆에 시중을 드는 소니아가 살며시 손수건으로 그것을 닦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히나타는 멍하니 과거의──『초고교급 희망』이자 『초고교급 절망』 이었던 카무쿠라 이즈루의 기억을 더듬었다.
──아아, 확실히 츠미키는 언제나 에노시마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외의 사람 따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이, 그녀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노시마에 의해서 소재를 숨겨진 카무쿠라 이즈루는 그녀를 통해서 츠미키와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그녀와는 제대로 대화가 성립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아가 싹튼 직후인 카무쿠라의 대인 능력이 현저히 결여된 탓도 있고, 그녀의 에노시마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 탓이기도 했다. 에노시마 이외에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좋은 존재였다.
“이 녀석에게 있어서, 에노시마 쥰코는.”
“……그 녀석을, 미칠 만큼 사랑하고 있었던 거야, 츠미키씨는.”
히나타가 입에 낸 말에, 너무나도 싫다는 듯이, 코마에다가 대답한다.
“그야말로 그 녀석을 위해서 사는 것 같았어.”
그것만 말하고, 그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코마에다는 총총걸음으로 먼저 가버렸다. 그 뒤에서 걸어온 쿠즈류는 히나타의 옆에서 어깨를 움츠리고 멈춰 섰다.
“실제로, 그런 놈은 많았다고. 에노시마의 카리스마는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말하면서 쿠즈류는 츠미키의 얼굴을 애처롭게 보고, “다만, ” 괴로운 듯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중에서도 이 녀석은 정도를 넘었어. 광신자들은 에노시마가 죽었을 때, 대부분 뒤쫓으려고 했지만, 이 녀석은 에노시마가 있는 곳에 가기에는 절망이 부족하다고, 더욱더 깊은 절망이 되어간 거야.”
그야말로, 사랑 때문에, 절망에 빠졌다.
다른 누구보다도 심한 절망에 붙잡히고 말았다.
그것이, 츠미키 미캉의 절망이었다.
무거운 공기를 떨쳐버리듯, 히나타는 어쨌든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코마에다가 불평을 말하고 싶은 얼굴이었지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라고 말하자, 갑자기 홱 얼굴을 돌려서 또 앞서간다. 매우 언짢은 기색이다.
코마에다가 에노시마를 싫어하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조금 전 일은 그것만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혹시 코마에다와 츠미키는 사이가 안 좋았어?”
조금 전의 대화로 희미하게 느끼던 추측을 학원 시대를 아는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우리도 그렇게 이 녀석들이랑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니까”라고, 겸연쩍은 대답이 소우다에게 돌아왔다.
그 후에, 당시를 떠올리며 쿠즈류와 소니아가 잇는다.
“뭐, 그래도 확실히 사이가 좋진 않았지.”
“얘기하자면, 코마에다 씨는 누구와도 친하지 않으셨지만요, 츠미키 씨만이 아니라, 정말로 사이가 좋았던 분은 계시지 않으셨던 것 같았고.”
“게다가, 츠미키는 에노시마를 만나고 나서 상당히 변했으니까─.”
그 소우다의 한 마디로, 다시 무거운 공기가 돌아왔고 말았다.
“……아, 이런.”
그것을 깨달은 소우다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그런 공기를 떨쳐버리듯 일부러 낙관적으로 말을 이었다.
“하, 하지만 말이야, 그 에노시마는 이제 없어. 츠미키도 지금은 낙담하고 있지만, 조만간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겠어? 그 녀석이 없으면, 분명 절망에서도 회복할.”
“──그건 틀렸어.”
하지만 소우다의 말은 작은, 하지만 잘 울리는 목소리에 가로막혔다. 흠칫 앞을 봤더니, 혼자서 앞을 걷고 있던 코마에다는 멈춰서서 이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코마에다, 이 자식, 대체 무슨.”
“소중한 걸 잃은 거야. 그러면 이제, 절망할 수밖에 없지.”
“어, 어이, 코마에다……?”
불리는 이름을 무시하고, 조금 턱을 올려. 절실히, 뭔가를 떠올리는 것처럼 코마에다는 말을 내뱉는다.
“알지. 잘 알고 있어. 그 기분. 이제 살아있는 것조차 고통이 되는 절망감. 차라리 이제, 죽는 게 나을 정도의, 최상급의 절망이라는 거지…….”
“코마에다. 그만해.”
“왜?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알겠으니까, 그만하라는 거야.”
히나타가 강하게 말하고 거듭할수록, 코마에다는 곤란한 듯이 눈썹을 숙였다. 그리고 동감을 요구하는 것처럼, 그 뒤에 선 쿠즈류에게 시선을 돌리고,
“자, 쿠즈류 군은 모르겠어? 너도, 페코야마 씨가 이대로 깨어나지 않는다면──.”
“윽, 이 새끼가……!”
“코마에다, 그만해!”
페코야마의 이름이 나온 순간, 쿠즈류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코마에다를 향해 치켜든 그 팔을 히나타가 붙잡아 만류한다.
한편으로, 주저 없이 금구를 입에 담은 코마에다는 그 모습을 기가 막힌 것처럼 싸늘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저기, 딱히 나도 일부러 괴롭히려는 건 아니야.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건──그 불운은, 훨씬 큰 행운이 오지 않는 한 수지가 맞지 않아. 게다가, 어떤 행운이 찾아온다고 해도, 절대 상쇄되지 않아. 가장 쉽게, 이보다 더 절망하게 되는 법이야. 아니, 그렇게 말하고 싶을 뿐. 정말로 그녀가 그 녀석에게 강제로 일으켜진 거라면, 그것이야말로 그 녀석의 목적이었던 거겠지.”
뭐, 어차피 그녀의 착각이라고 생각하지만. 시원스럽게 말하고 나가려고 하는 코마에다에게 뒤쫓듯이 소니아가 말을 걸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츠미키 씨의 절망을 풀어드릴 수 있나요.”
“……몰라, 그런 거.”
코마에다는 기가 막힌 듯 그렇게만 대답했다. 차가움마저 느껴지는 매정함. 하지만 그곳에는 어째선지──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처럼 쓸쓸한 울림이 섞여 있는 것처럼 들려서.
그 일순간의 모습에 뭔가를 느꼈는지, 쿠즈류는 아까까지 느꼈던 살의가 꺾인 듯했다.
“코마에다, 너……그 절망을 극복한 앞에 희망이 있다거나, 『초고교급 재능』이라면 절망을 극복할 수 있다거나, 평소처럼 말 안 할 거냐?”
“……그러게.”
조용히 질문받은 코마에다는 홱 얼굴을 돌리고, “자, 안 갈 거야?”라고 의무실 방향을 매정하게 가리키며 이번에야말로 걸어 가버린다.
그걸로, 남겨진 각자는 멍하니 얼굴을 마주 봤다.
“좋아, 그럼 갈까.”
그렇게, 코마에다의 뒤를 따르듯이 히나타가 말을 걸지만, 그러나 다른 모두는 왠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멈춰서, 히나타는 “왜 그래?”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뭔가, 역시 저놈도 변했지.”
앞을 나아가는 코마에다의 등을 보면서 진심으로 쿠즈류는 그렇게 말했다.
“코마에다가?”
“그래. 전보다 알기 쉬워졌어. 너무 희망 희망 거리지 않고, 거추장스러운 아첨도 줄었고, 수상쩍은 미소 같은 것도 없어졌고.”
그것에 소우다도 응응, 고개를 끄덕인다, 소니아나 오와리도, 그것을 부정하는 모습은 없었다.
“말은 독하지만, 거짓말하고 있진 않은지 의심하지 않아도 돼서 마음이 편하니까. 뭐, 태도가 바뀐 건, 우리가 한꺼번에 절망했으니, 뭔가 지금이 어울리기 쉬워졌긴 했지.”
신세계 프로그램 안──심지어 키보가미네 학원 입학 당시, 『초고교급 재능』을 가진 같은 본과생에 대해서, 부딪쳐지는 당사자가 질색할 정도의 열의를 가지고 희망을 품었던 코마에다는, 하지만 그 초고교급이 절망에 떨어졌다는 현실을 알게 된 이후, 숭배의 눈을 돌리는 일은 없어졌다.
물론, 그 뛰어난 재능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잊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열광적인 흥미는 이제 없어진 것 같았다.
지금의 코마에다는 예전처럼 거창하게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은 적어졌다. 그것에 의해 계속 그의 주위에 펼쳐졌던 선──『초고교급』에 대한 경계선이 옅어져, 이전처럼 접근하기 어려웠던 점이 지금은 없어졌었다.
그것은 과연, 희망인 『초고교급 재능』이라도 절망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현실을 알았기 때문일까──아니면, 진정한 희망을 찾아내서, 그 충동이 진정됐기 때문일까.
“어쨌든, 지금의 코마에다 씨는, 무리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만큼, 저희를 신뢰해주시는 거라면 기쁘지만요…….”
“뭐, 우리들보다도, 그렇지……?”
거기서 히나타는 자신에게 시선이 모이는 것을 느끼고 뒷걸음질 쳤다.
“뭐, 뭐야?”
왠지, 매우 미지근한 시선을 느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녀석 모르는 거냐』고 말하는듯한 눈으로,
“……뭐, 히나타, 겠지.”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그렇네요.”
“오히려 지금의 코마에다는 히나타 말고는 안 본다는 느낌 아니야? 우리는 안중에도 없을 뿐이지?”
“여, 역시 그건 아니지?”
“글쎄다…….”
부정해도, 시큰둥하게 어깨를 으쓱여, 히나타는 뺨을 긁적였다.
“아니, 왜냐면, 너희들이 있어 준 덕분에 코마에다도 절망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거잖아? 저 녀석도 너희를 인정하고 있다니까.”
“그야 그렇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역시 코마에다 씨가 가장 보고 있는 건, 히나타 씨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그렇지 않다니까.”
『맞아여! 코마에다 군은 여러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여! 단지……히나타 군과 코마에다 군 두 사람이 특별히 러─브 러─브할 뿐이에여!』
“그래, 러브러브……아니, 어이 이봐 자연스럽게 섞이지 마.”
『꺅.』
스피커에서 끼어들어 온 경박한 목소리에 히나타가 태클을 넣자, 앞을 걷고 있던 코마에다가 큰 한숨과 함께 멈춰서서, 두세 번 되돌아보고.
“저기, 너희들 제대로 할 생각은 있어?”
그렇게, 싸늘한 목소리에 재촉당해, 다들 당황하며 걷기 시작했다.
의무실로 옮기자, 비어 있는 침대에 츠미키를 재웠다. 가느다란 팔에 링거를 잇는다. 힘을 넣으면 금방 부러질 것처럼 그 몸은 여위어 있었다.
원래, 신세계 프로그램은 50일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 상정 기한을 넘은 지금, 캡슐의 생명 유지 장치가 일하고 있어도 잠든 피험자의 몸에는 쇠약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장기간의 잠에서 깬 직후인 츠미키는 아직 근력도 체력도 회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의 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움직임이었을 것이다.
그만큼──그녀에게 있어서 에노시마 쥰코는 커다란 존재였다. 죽어서도 그녀의 마음에 눌러앉은 커다란 절망은,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사랑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얼추 조치를 마치자, 단번에 따분해졌다. 하지만 바로 나갈 생각은 들지 않고, 모두 조용히 츠미키의 침대를 둘러싸면서 아무 말도 없이 서 있었다.
창밖은 저녁노을을 넘어, 밤의 색깔에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창가에 있던 소니아가 커튼을 닫는다. 거기에 따라, 파직, 자동으로 방의 전등이 붙었다고 생각했더니, 스피커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츠미키 씨의 모습은 내가 보고 있을 테니까, 방에 돌아가도 괜찮아?』
“나나미, ”
벽에 걸린 모니터에 소녀의 모습이 비친다. 츠미키의 각성을 알린 이후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계속 상태를 엿보고 있었을 것이다.
『응?』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나미는 표정이 옅은 그녀 나름대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누군가 또 한 명은 남는 게 좋다고. 다음에 일어났을 때 갑자기 자살하려고 하면, 넌 멈출 수 없잖아.”
“누, 누가 남을래??”
쿠즈류의 말에, 내키지 않은 듯이 소우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자 오와리가 자진해서 손을 들었다.
“아, 그럼 내가 남을게. 너희들은 앞으로의 일, 생각해놔.”
“아아, 부탁할게, 오와리. ……그래도, 괜찮겠어?”
육체파인 오와리에겐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은 서투른 것이다. 물어보자 의외로 시원스럽게, “저기서 정신 통일하고 있을 거니까 괜찮아”라고 예상의 대각선 위인 대답이 돌아왔다.
“너, 그런 단련도 하고 있었냐…….”
“뭐─그렇지. 니다이 아저씨한테도 참을성이 부족하다고 자주 들었으니까……앗! 그래도 밥은 부탁할게!!”
“네. 꼭 나중에 가져올게요.”
소니아가 부탁을 받자 안심했는지, 조속히 벽에 책상다리로 주저앉은 오와리는 그대로 눈을 감는다. 순간, 그녀의 주위만이, 공간에서 분리된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렇게 눈을 감은 두 명을 남기고, 나머지는 의무실을 뒤로했다. 복도에 나온 순간, 확 신체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지쳤다. 붙어있던 긴장이 풀렸다는 걸 잘 알았다. 전신으로 절망을 호소하는 그녀를 마주했을 뿐인데 휩쓸리지 않는 게 고작이었다.
그것은 다른 모두도 생각했었는지, 흘러나온 한숨은 하나만이 아니었다.
“꼴사납네……얼마 전까지는 저런 절망, 당연한 거였는데.”
“……저희 모두, 저런 느낌이었죠.”
“하지만 말이야. 다시 마주하니까 기분 좋은 건 아니지.”
생각을 토해내 공유하는 것으로, 조금씩 마음을 가볍게 해 간다. 그것은 누군가 한 명이 뭔가를 너무 떠맡아 무너지지 않도록, 프로그램에서 깨어나서 배운 것이다.
“소니아, 괜찮아?”
그중에서도 가장 낙심하고 있는 그녀에게 말을 걸면, 이쪽을 신경을 쓴 거겠지, 평소의 미소가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곧바로 미약한 것으로 바뀌고 만다. 그리고 그녀는 전에 없이 약하게 시선을 돌리면서, 툭, 중얼거렸다.
“……츠미키 씨에게, 신세계 프로그램에서 저희와 보낸 시간은, 정말로 단순한 거짓밖에 없었던 걸까요. 그녀는, 정말로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던 걸까요.”
“뭐, 어떤 의미에선 거짓이지. 거기는 허구로 가득 찬 장소였어. 거짓투성이인 장소.”
그렇게 대답한 것은 코마에다였다. 거기에 묻듯이 소우다가 반론을 돌려준다.
“그렇지만! 저곳에 있었던 일을 우리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고, 뭘 느꼈는지도 전부, 거짓말 따위가 아니야. 그래서 우리는 바뀌었어. 절망에서 벗어난 거야.”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본성 같은 것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저곳에서는, 현실보다도 거짓이 없었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겠냐.”
“거짓이라고 말하면 거짓이고, 현실이라고 말하면 현실이야. 결국, 그것을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문제겠지. ……우리도, 지금처럼 생각하게 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렸고.”
소우다에 이어서 쿠즈류, 히나타가 각각 말하면, 무언가 생각하는 것처럼 소니아는 살그머니 눈을 감았다.
“저는, 신세계 프로그램을 거치는 것으로, 절망하기 전의 마음을 떠올릴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제가, 그 프로그램 안에서, 살육 수학여행 속에서, 학급재판으로. 아무도 죽이지 않고. 누구에게도 살해당하지 않았기에. 살아남고 프로그램에서 빠져나왔으니까, 그렇게 생각했을, 뿐인 걸까요. 저희는 다른 분들을 결코──이해할 수 없는 걸까요?”
“그건──…….”
그녀의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는 듯한 말에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단 한 명 대답할 수 있는 입장인 코마에다도, 이때만은 공기를 읽었는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는지, 그저 침묵을 이어간다.
다시, 그 자리에 무거운 공기가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나는 왜 살아있는 건가요?
3.
──자아, 츠미키 미캉. 네가 깨어날 시간이라고?
탁, 손가락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사랑스러운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그래서 마법이 풀린 것처럼, 행복한 꿈의 세계가 멀어져 가서.
그렇게 나는, 눈을 떴다.
어두컴컴한──절망의, 새벽.
*
처음에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녹색.
그리고 두 번째에 눈을 떴을 때, 올려다본 끝에는 하얀 천장이 있었어요.
청결감이 감도는 새하얀 천장은, 어딘가, 그리워.
등에 느껴지는 침대의, 조금 딱딱한 시트의 감촉도, 벽 색깔조차도, 잘 기억하고 있어요.
여기는, 옛날의 내 유일한 안식처였던, 그 장소랑 비슷해요. 우연이 아니겠죠. 저기도, 여기도, 같은 역할을 맡은 장소였으니까, 비슷한 것도 당연해요.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나를 둘러싼, 더럽지 않은 흰색이 미워서 견딜 수 없어. 그 장소를 생각나게 하는 이 장소는 나에게 훌륭한 절망을 주었어요.
──저곳은 나에게 있어서 단 하나뿐인 피난처로, 하지만 그곳에서 나가면, 나는 그냥 돼지에 지나지 않았어.
문이 닫힌 교실 구석에서.
옥상에서.
체육관의 뒷마당에서.
창고 안에서.
집에서조차도. 매도당하고 맞고 걷어차이고 잘리고 갈취당하고 그저 그저 용서를 구걸해봐도 단 한 번도 그것은 주어지지 않았던, 그 무렵의 일을 떠올려버리니까.
나를 바보 취급하는 사람들을 떠올렸기 때문에.
나를 깔보는 사람들을 떠올렸기 때문에.
나에게 난폭하게 구는 사람들을 떠올렸기 때문에.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의 추악한 미소를, 떠올렸기 때문에.
나는 그런 세계에서 살아왔어. 그러니까 자신의 분수를 알고,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도록, 남의 안색을 살피며, 필사적으로 사과하고, 땅바닥에 납작 붙어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살아왔어요.
그런데도, 아무도 나를 용서해 주지 않았어. 용서해 준 것은, 그 사람뿐. 받아 준 것은 그 사람뿐.
그 사람 이외는 나를 바보 취급하기만 하고 떠나갔지만, 그런데도 나는 그 사람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것에게서는 어떤 꼴을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하지만, 그런데도,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 무렵의 다른 여러 사람과는 어쩐지 달랐어요.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않아. 오히려, 상냥하게 대해주려 하다니,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절대로, 뭔가 꾸미고 있을 거예요. 뒤에서, 저를 비웃고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나한테 상냥하게 대해줬던 사람은, 그 사람 말고는 없으니까.
──하지만, 괜찮아요, 바로 가면이 벗겨질 테니까요. 분명히 그럴 거예요.
금방 질리고 낙담하고 경멸해서 없던 일로 하고 내 전부를 비웃으면서 버리고 떠나갈 게 분명해요.
아아, 아니면 그땐 오히려 나를 죽여주는 걸까. 결국 그들도 위선자의 가면을 쓰고 있을 뿐이라고, 나를 절망 시켜 주는 걸까.
──어라, 그건 이상하네요. 왜냐하면, 내가 그들에게 뭔가를 희망하고 있다니, 그럴 리가 없으니, 그들에게 절망할 리도 없는데.
왜냐하면, 이런 날 알아주었던 건, 과거에도 미래에도 그 사람뿐이니까요.
다른 누구도, 나를 용서하지 못하니까.
그러니까, 아아, 어쩌죠.
지금의 난 어떡해야 할까요.
이렇게 내가 깨어난 이유는 당신이 그렇게 원했기 때문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내가 깨어난 건 기적적인 일이니, 시끄럽게 떠들며 기뻐하는 소리가, 나에게 그 확신을 줬어요. 그런 기적, 당신 이외에 일으킬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나는 아직, 당신을 따라 세계에 절망을 뿌려야 하는 걸까요. 이 섬에 있는 분들도, 절망으로 되돌려 주는 게 내 사명인 걸까요.
아니면.
나는 이제──당신의 뒤를 따라도 되나요.
저기저기 어떤지 알려주실 거죠?
알고 있어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아.
──저기, 당신의 절망을 보여주실래요?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즐거운 듯이 돌아다닌다.
예예 제대로 알고 있어요.
나의 나의 나의 나의──당신을 잃은 나의 절망이란. 초고교급 절망이란. 란. 란. 란. 영구. 영원히──잃는──절망, 의.
──쿵쿵. 입구에서 들리는 멋없는 소리에 사고를 가로막혀서, 츠미키 미캉은 황홀했던 얼굴을 순식간에 언짢은 표정으로 바꿨다.
*
의무실의 문은 두드린다고 생각했던 것보다도 낮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똑똑, 보다는 오히려, 쿵쿵. 반복해서 노크해 봐도, 안에서의 대답은 없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다. 츠미키가 프로그램에서 깨어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이송된 이 방에서 깨어난 이후, 츠미키의 목소리는 들은 적 없다.
“안녕하세요, 츠미키 씨. 식사를 가져왔어요.”
자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말을 건다. 역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츠미키는 자고 있지 않고, 침대 위에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니아는 살랑살랑 그쪽으로 다가갔다. 들어온 것은 알고 있을 텐데, 츠미키는 뒤돌아보지도 않는다. 그것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다.
그때, 깨어난 직후의 쇠약해진 몸으로 무리하게 움직인 츠미키는 그 반동이 나왔는지, 이 방에서 눈을 뜬 이후로 쭉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검사 결과를 보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건 아니지만, 이대로는 조만간 정말로 자기만 하는 건 아닐까 염려되고 있었다.
물론, 자신들이 보지 않을 때 일을 보러 서거나하고는 있겠지만, 이렇게 소니아가 방에 방문하고 있을 때는 침대 위에서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고, 입을 열려고도, 눈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건 자신들에 대한 거부인 모양이다. 아마, 그렇게 느끼는 건 잘못되지 않았을 거다.
오늘도 변하지 않는 그 모습에 소니아는 조금 눈썹을 떨어뜨리고,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듯 미소지었다.
“여기에 놓아둘게요.”
들고 있던 식판을 테이블에 놓는다. 그것과 교환해서 어젯밤의 식판을 든다. 지금 가지고 온 바로 직후의 식판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중량을 팔로 느끼고, 약간 슬픔을 느낀다.
깨어난 그녀도 먹을 수 있도록 위에 부담되지 않도록, 그렇게 생각하며 요리한 것은 소니아가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그는 오늘의 식사도 대부분이 남을 거라고 예상해서 만든 걸까.
매번 거의 손을 대지 않은 들고 있는 식판을 볼 때, 그가 어쩔 수 없지, 하고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보고 있는 측으로서는 허풍인 것처럼 보였고 괴로웠다.
거기다, 지금 상황에서 식량은 귀중한 것이다. 낭비해야 할 것은 아니다. 전부 드세요, 라고 강압적으로 말하고 싶다.
실제로, 입가까지 옮겨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역효과에 지나지 않았다. 절망한 눈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고 흥미도 품지 않고, 그녀는 완강히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도 눈을 떼고 있는 사이에 조금은 입에 넣는 것 같다. 거의 줄어들지 않아도, 아주 조금, 입을 댄 흔적은 있으니까.
지금의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저한의 에너지가 어느 정도인지, 그녀는 의식하지 않아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 아사하려는 것도 아닌 모양이었으니까 지금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뚜껑을 덮은 그것을 두고 갈 뿐.
하지만 사실은, 맛있으셨나요? 물어보고 싶다. 맛은 보증이 끝난 상태이지만, 지금의 그녀가 먹고 어떤 감상을 품을까. 지금도 물어보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다.
하지만, 서투르게 쿡쿡 찌르면 쓸데없이 껍질에 틀어박힐지도 모른다. 비위를 건드려서 식사조차 거절당하면, 본말전도다.
그래서 지금도 불필요한 일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소니아는 침대 옆의 둥근 의자에 앉았다.
“오늘도, 좋은 날씨네요. 세탁물도 잘 마를 거예요. 나중에, 시트를 바꾸게 올게요.”
그렇게 말해도, 역시 츠미키는 미동도 없다. 간신히 보이는 그녀의 옆모습에 가슴이 따끔 아픔을 느꼈다.
──키보가미네 학교 입학 당초, 항상 그녀가 띄우고 있던 비굴한 표정은 지금 거기에 없다. 절망에 떨어지고 나서 그녀는 옛날부터 쌓아둔 울적한 것을 폭발시킨 듯이 태도를 한순간에 돌변했었다.
절망에 물든 츠미키는 단 한 명 앞에서만은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것 이외에는 쓰레기라도 보는 듯한, 관심의 파편조차 없는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절망에 빠진 인간은 누구나 변했으니까.
그런데도,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는 그 어느 쪽도 아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표정을 띠고 있다.
의무실에서 눈을 뜬 츠미키에게는 처음의 격렬함은 없고, 마치 영혼이 빠진 인형 같았다. 소니아가 무슨 말을 건네도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자기 자신을 상처입히는 모습은 없고, 또 그녀에게 과한 압박을 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의무실에 항상 감시를 두는 것은 그만두고 있었다.
그래도 감시 카메라는 항상 움직이고 있고, 만일을 대비해 손이 닿는 범위에는 흉기가 될만한 건 절대 놓지 않았다. 원래 의무실에 있던 의료 기구도 지금은 다른 방으로 옮겨서 잠금이 걸린 선반에 들어있다.
누구보다도 인체에 대해 숙지하고 있는 츠미키라면 쪽지 한 장으로도 동맥을 찢어낼 수 있다. 반입하는 것에도 주의하고 있으며, 식사도 모두 숟가락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을 준비하고, 식기도 잘 부서지지 않는 플라스틱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아, 무언가 그 밖에 드시고 싶으신 건 없나요? 말씀해주신다면 최대한 준비할게요.”
분명, 대답은 없겠지. 알고 있지만 일말의 희망을 품고, 말을 건다.
예상대로, 되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침묵뿐.
소니아는 쓴웃음 짓고, “그럼, 또 올게요”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식판을 가지고 식당으로 돌아가자, 정확히 아침 식사를 끝낸 직후의 동료들이 소니아를 맞이했다.
“수고했어, 소니아 씨.”
입구의 근처에 앉아 있던 코마에다가 위로의 말을 입에 담자, 정면의 히나타가 대충 훑어보고 있던 서류에서 얼굴을 올린다.
이미 식기는 놓인 후이며, 아마 자신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도 좋은 보고는 할 수 없다. 소니아는 약하게 쓴웃음을 지었다.
“소니아, 츠미키는 어땠어?”
“예……여전하세요. 앗, 그래도, 조금뿐이지만, 식사는 입에 대시는 것 같지만요?”
“그렇구나. 그럼, 괜찮아.”
가지고 돌아온 남은 식사를 힐끗, 보고, 히나타는 가볍게 끄덕였다. 그의 눈에서 그것을 숨기듯이 소니아는 허둥지둥 주방 공간으로 향한다. 싱크대에 식판을 두자, 소우다가 말을 걸어왔다.
“소니아 씨, 이쪽에 식사 준비 해뒀습니다─.”
“어머, 고마워요, 소우다 씨.”
“아뇨아뇨. 소니아 씨에게 이런 역할을 맡기는 저희가 나쁜 겁니다.”
“아뇨, 괜찮아요. 전혀 힘들지도 않은걸요.”
츠미키를 돌보는 것은 동성이 좋겠지, 라는 것으로 소니아는 자진해서 의무실에 다니고 있었다. 그것은 누구에게 강요당한 것도 아니고, 소니아 자신이 먼저 꺼낸 말이다.
지금의 츠미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속죄가 되진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하지만, ……조금, 괴롭네요.”
소우다가 뺀 의자에 앉아, 식사를 앞에 두면서도 그것에는 손을 대지 않고 소니아는 고개를 숙였다.
“저로서는, 역시 츠미키 씨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 수 없어요. 저는──그렇게 깊이 어떤 한 사람을 사랑할 일은 분명, 없겠죠.”
낙담한 표정으로, 하지만 소니아는 확실히 단언한다.
“츠미키 씨에게 있어서 에노시마 쥰코가 어느 정도의 존재인지,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어요.”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에노시마 쥰코와 만난 것에 의해서 츠미키가 구원받은 것은 확실할 것이다. 그것을 실수였다고 부정하는 일 따위, 분명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니아・ 네버마인드는 한 명의 여자이기 전에 왕녀이며, 그 사랑은 국민에게 동등하게 바쳐지는 것이다. 그 사랑은 츠미키의 그것과는 비교할 방법이 없다. 이해할 리가 없다. 근본적으로 용납될 리가 없다. 그렇지만 그것을 그것과 결론짓기에는 소니아는 너무나도 자상했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정말로 남을 이해하다니 애당초 무리한 일이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게 처음부터 잘못된 거야.”
“하지만, 노력은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처음부터 이해할 수 없다고 거절해 버리는 것이야말로, 언쟁이나 분쟁의 원인이 되어버려요.”
“그렇다 해도, 노력해봤자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어. 그러니까, 네가 그렇게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예. 감사해요, 코마에다 씨.”
위안인지 좀처럼 알기 힘든 코마에다의 말에 그래도 소니아는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거기에, 혼잣말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난 뭔가 이해 못 할 것도 없는듯한데.”
“예?”
“아뇨, 소니아 씨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만.”
“소우다, 씨……?”
소니아가 얼굴을 들고 돌아보자, 거기에는 그가 니트 모자에 손가락을 대면서, 매우 차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신경 써주는 상대에게는 무조건 따르는, 그런 녀석도 세상에는 있어. 그래서, 그런 녀석은 좋든 나쁘든 상대에게 좌지우지되어버려. 츠미키도 말이야, 뭔가 극단적이지만 그런 거잖아. 게다가, 그 녀석은, 자신에게 호의를 향해 온 상대는 에노시마뿐이라고 믿고 있어. 그래서, 그 에노시마가 죽어버려서……그래서 정말로 어쩌지도 못하는 거겠지. ……저 녀석이 저렇게 된 이유도, 어쩐지 나는 알 것 같아.”
언제나 경박하게 행동하는 소우다가 드물게 가라앉은 말투가 되어, 소니아는 당황스러운 눈을 돌렸다.
그것을 감지한 소우다는 쓴웃음 짓고, “난 할 일 있으니까 먼저 갈게”라며 자리에 일어서 그대로 나가 버린다. 그리고 그것과 엇갈리듯이 들어오고 있던 쿠즈류는 그 자리에 남은 미묘한 공기를 알아채고 의아스러운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야, 도대체.”
툭, 중얼거린 의문은, 하지만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식당 안에 있던 세 명은 조금 전까지와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 쿠즈류에게 평소처럼 말을 걸어온다.
“아아, 쿠즈류. 안녕.”
“안녕, 쿠즈류 군.”
“안녕하세요.”
“오, 오우…….”
“식사 준비해올게.”
평상시와 변함없는 모습이, 그러나 지금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쿠즈류가 조금 주춤하면서도 테이블로 향하자, 그 사이에 코마에다가 일어서서, 주방 공간을 향해갔다.
그런 그를 침착하게 배웅하면서, 쿠즈류는 히나타의 한 칸 옆에 앉았다.
“……무슨 일 있었냐?”
작은 목소리로 묻자, 히나타는 조금 골똘히 생각하면서, “글쎄, ” 어쩐지 모호한 대답을 해 왔다.
그사이, 식사로 돌아갔던 소니아는 식사에 입을 대자, “아, ” 작은 목소리를 흘리며 순간 손을 멈추었다.
그것을 깨달은 코마에다는 카운터 건너편에서 그녀에게 말을 건다.
“소니아 씨, 그거 벌써 식었지. 같이 데울까?”
“……아니요, 괜찮아요. 무척, 맛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억지로 미소를 만들어 보여주고 소니아는 식사를 재개한다. 그런, 어딘가 어색한 모습을 본 쿠즈류는 얼굴을 찌푸리고, 다시 히나타에게 물어본다.
“……진짜로 무슨 일이 있었어?”
“……어떻게 하면 츠미키가 기운 차릴까 얘기했었어.”
“아─……아직도 그러냐, 그 녀석. 어쩔 수 없는 녀석이네, 정말로.”
입으로 그렇게 말하면서도, 쿠즈류의 얼굴에는 그녀를 걱정하는 기색이 보였다. “그렇지, ” 히나타는 수긍하고, 정신을 차린 듯 입을 열었다.
“소니아한테만 맡기고 있는 것도 미안하고, 츠미키의 모습도 안정되고 있는 모양이야. 슬슬, 우리들도 병문안 가보자.”
“아아, 그러자. 저 녀석도 상당히 약해져 있는 것 같으니까.”
예의 바르게 식사를 입에 나르는 소니아의 얼굴이 흐려지고 있는 것을 깨달은 쿠즈류는 수긍했다.
“네, 쿠즈류 군, 기다렸지.”
두 사람이 끄덕이고 있자, 쿠즈류의 식사를 옮겨 온 코마에다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쟁반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거기에서 접시를 하나하나 들어서는 쿠즈류의 앞에 놔간다. 그 공정은 모두 한 손으로, 하지만 척척 끝내버려, 손을 빌려줄 틈도 없었다.
“오우. ……미안하네.”
“? 이나야, 천만에.”
다 차린 요리접시를 앞에 두고 쿠즈류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코마에다는 의아해하며 웃는다. 팔랑, 내용물이 도중까지 밖에 없는 왼쪽 소매를 흔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쿠즈류는 손을 모으고 나서 차려진 식사에 젓가락을 대는 것이었다.
“변변치 못한 차지만, 드세요.”
식사를 끝내고, 소니아는 먼저 다 먹었던 쿠즈류의 식기와 함께 자신의 식기를 싱크대로 옮겼다.
그 뒤를 코마에다가 쫓아, “그런 건, 내가 할게. 소니아 씨는 앉아 있어 줘.” “아뇨, 제가 할게요. 하게 해주세요” 하고, 그런 대화를 나누다가 결국은 둘이서 함께 식기를 씻고, 거기에 있는 인원수 분의 차를 끓여서 돌아왔다.
넷이서 함께 테이블을 에워싸고, 밥그릇을 손에 든다. 따뜻한 녹차에 한숨을 토하고 있자, 그것을 가늠한 것처럼, “저기, 잠깐 괜찮을까”라고 히나타가 입을 열었다.
“뭐냐, 히나타?”
차를 홀짝거리면서, 쿠즈류가 다음을 재촉한다. 히나타는 조금 말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나서, 결심한 듯이 그것을 입에 냈다.
“아까 이야기의 계속인데 말이야. 전부터 묻고 싶었지만……츠미키는, 키보가미네에서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어?”
학원 시절의 츠미키를, 이 자리에서 히나타만 모른다. 츠미키뿐만이 아니라, 이 섬에 있는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본과생이 아니던 히나타가 자신 이외의 열넷 명과 만난 것은 프로그램의 안이 처음이었다.
각각의 됨됨이는 대략 파악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에서의 이야기. 학원에 입학한 후 절망에 떨어질 때까지의 그들은 모른다.
그래도, 프로그램 안에서는 츠미키는 여자들과 나름대로 친해 보였다. 사이온지에겐 일방적으로 멸시되었던 것 같긴 했으나, 그 외에 싫어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깨어난 츠미키를 보아하니, 에노시마 이외에 아군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소니아와 오와리나, 그런 모두가, 학원 시절의 그녀에게 있어서는 적이었던 걸까.
그 질문에, 소니아는 눈을 내리깐다.
“……그건, 히나타 씨도 아시는 대로, 프로그램 안과 대부분 비슷해요. 사이온지 씨는 괴롭히기도 하셨으나, 그래도 사이가 나쁘진 않았어요. 어디까지, 친구로서의 교환이라고 알고 있어요.”
“뭐, 옆에서 봤으니 그렇게 쳐도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게 친해 보였다고?”
“그런, 가? 그 녀석들, 보고 있으면 꽤 조마조마했었는데.”
“뭐, 츠미키 씨도 저런 사람이었으니까. 사이온지 씨도 그러면서 자세를 무너뜨리고, 반대로 자신 이외 사람이 괴롭히는 건 허락하지 않는다, 같은 느낌이 되고 있었어. 그 왜, 좋아하니까 괴롭히는 경우, 자주 있잖아?”
소니아와 쿠즈류의 말에 코마에다이 덧붙인다. 그것에 쿠즈류가 의외라는 눈을 돌렸다.
“……너 잘도 봤네. 난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쿠즈류 군은 혼자 행동하고 다녔으니까 말이야. 나는 『초고교급 초고교급 마니아』였다고? 특별히 할 일도 없었으니까 모두의 모습이라든지 잘 보고 있었을 뿐이야.”
“오랜만에 들어보네, 그거…….”
“그럼, 키보가미네에선 츠미키도 나름대로 잘 다니고 있었던 거네?”
“예,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츠미키 씨는 이쪽에서 다가가려 하면 경계하셔서, ……사실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으셨다고 생각해요. 그걸……그녀가 나타나서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어요.”
“……네가 나쁜 게 아니라고.”
“아니요. 저는, 중요한 동기생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 그녀의 절망에 손을 놓고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무력자예요.”
말하면서, 고개를 수그리는 그 어깨에, 하지만 격려하듯 손이 올려져 소니아는 얼굴을 들었다.
“히나타 씨…….”
“확실히, 과거의 일은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늦지는 않았잖아?”
“그럴, 까요.”
히나타는 그것에 힘차게 끄덕였다. 처음에 불안해하던 소니아는 서서히 밝은 표정을 되찾는다.
그때, 드르륵 큰 소리를 내고 식당의 창문이 밖에서 열렸다.
“배고파─!”
그렇게 소리를 내면서 창문에서 들어 온 오와리는 그대로 창가 테이블에 앉는다. 오늘도 아침 단련을 하고 왔을 것이다, 몸은 아직 땀에 젖어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샤워보다도 식사가 우선 사항이었다.
“오와리 씨, 제대로 문으로 들어와 주세요.”
“미안, 그렇지만, 배가 달라붙었다고─.”
나무라는 소니아에게 변명하면서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는 오와리는 거기에 준비해둔 그녀용 식사 산에, 눈 깜짝할 사이에 덥석 물고 있었다.
“어라, 그렇게 말하고 보니 뭔가 너희들 기운 없었지 않았나?”
그렇게 음식을 먹고 나서 간신히, 아연실색한 주위를 알아챈 듯 두리번거리며 둘러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무심코 풋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언제나 변함없이 활기차게 먹는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히나타는 그녀에게도 물어보았다.
“저기, 오와리는 츠미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응─? 신음하면서 고기를 뜯어 먹고, 오와리는 입가에 부스러기를 붙인 채로 조금 골똘히 생각했다.
“난 그 녀석이랑은 그렇게 이야기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뭔가 떨어대서 짜증 난다고는 생각했는데, 그래도 그 녀석은 좋은 녀석이라고? 항상 상처 치료도 해주거든. 빨리 건강해지면 좋겠네.”
“……부탁이니까, 때려서 어떻게든 해보려고는 하지 말라고?”
“바보, 그런 짓 안 해.”
“너, 분명 기억을 잃었던 코마에다는 때려서 고치려고 했었지.”
“엑, 그랬어?”
쿠즈류가 말하는 것을 들은 코마에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자신의 몸을 껴안으면서, 창백한 얼굴을 하고 웃었다.
“아아, 하지만 그 정도의 불운을 받으면, 기억을 되찾는 행운도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그건 그것대로 합리적인 생각일지도 몰라!”
“코마에다, 입 다물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으면서 그런 말 하지 마.”
“나도 별로 널 때릴 생각은 없다고. 약한 녀석을 때려도 재미없으니까.”
슬쩍 그렇게 말하고 오와리는 다시 식사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굉장한 스피드로 줄어가는 식사 산을 보면서 차를 마시고 히나타는 자리를 뜬다.
“히나타 씨, 벌써 가시나요?”
“어. 차, 고마워, 소니아.”
마지막에 그녀에게 미소짓고 식당을 나오자, 곧바로 히나타는 표정을 지웠다.
──츠미키가 깨고 나서, 이틀.
그녀가 깨어난 일은 그날에 이미 나에기네에게 보고해 뒀다.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도.
나에기네는 미래기관 구성원 안에서도 얼마 안 되는 자신들의 아군이다. 그들에게 비밀사항을 만들 이유는 없다. 그것보다도, 히나타는 그들에게 부탁해서 나에기네 이외의 미래기관에는 후자의 사실을 은폐하도록 했다.
지금 이대로는, 체력이 회복되었다고 해도, 츠미키는 절망인 채다. 미래기관이 그것을 알게 된다면 즉시 『절망의 잔당』으로 간주하여, 그녀는 살해당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나에기네는 히나타 일행이 손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이주간, 기한은 한정돼있다. 그 이상은 숨기기 어렵다고.
그 기한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그녀를 절망에서 되돌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식사를 거의 입에 대지 않는 지금의 상태로는 쇠약해져 가기만 하는 몸도 걱정이었다.
정말,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람의 마음은 쉽게 측정할 수 없어, 그 해결 방법은 아직도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 두겠어요, 인가.”
그녀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그렇게 정한 히나타는 의무실로 발을 돌렸다.
──감정은 귀찮은 것이군요.
마음속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
의무실, 심플한 표시가 된 방 앞에 서서 가볍게 문을 노크하자, 생각했던 것보다 음울한 소리가 울렸다.
소니아가 말했던 대로, 확실히 무거운 소리가 난다.
멍하니 그런 걸 생각하면서 한동안 답장을 기다리지만, 안에서는 소리가 돌아올 기색은 없었다.
이것도, 소니아가 말한 대로인가. 그 이상 기다리지 않고, 히나타는 문에 손을 걸었다.
“여, ”
소니아와 다른 기색이 들어왔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본 츠미키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돌렸다. 순식간에 방 안의 공기가 팽팽한 것이 된다.
그런 그녀에게 히나타는 편안함을 가장하고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방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오랜만이네, 츠미키. 기분은 어때?”
“………….”
히나타에게 말이 걸린 순간, 이 방에서 눈을 뜬 이후 처음으로 츠미키의 눈동자에 빛이 깃들었다.
그때까지 띄우고 있던 체념이 싹 지워지고, 대신에 강한 증오를 품은 눈이 히나타를 흐릿하게 관통한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조금 괴롭다.
약간 눈썹을 찌푸리고, 히나타는 문을 닫았다. 끽, 작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매우 무겁게 울린다. 그 여운에 섞이듯이, 그녀는 작게 입을 열어서.
“──시시한 걸 물어보네요.”
며칠 만에 듣는 그 목소리는 피곤한 것처럼 들렸다.
당연하겠지, 최저한의 식사는 입에 넣고 있다고 해도, 거의 마시지도 먹지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태도로 다시 내보내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것은 뛰어난 정신력에 따른 것──요는 고집에 의한 것이다.
그래도. 히나타는 안도에 표정을 풀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소니아가 식사를 옮겼을 때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해서 입을 안 열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말하면서 히나타가 침대 옆의 의자에 앉자, 츠미키는 경계한 듯 몸을 경직시켰다.
이것은, 소니아의 이야기와는 모습이 상당히 다르네. 무기력해서 무슨 말을 해도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상대가 다르기 때문일까, 『카무쿠라 이즈루』가 상대이기 때문일까.
깨어난 직후의 그 반응을 보기만 해도, 상당히 원망받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덕분에 츠미키는 입을 열어 주었다.
이건 기뻐해야 할까, 아니면 슬퍼해야 할까. 쓴웃음을 지으며 히나타는 무릎에 양팔을 두르고, 몸 앞에서 느슨하게 양손을 맞잡았다.
“……뭘 하러 온 건가요. 저를, 비웃으려고 왔나요?”
긴박한 공기를 부수지 않고, 억제한 목소리로 그렇게 고하는 모습에는 프로그램 안에서 항상 떨고 있었던, 자신에게 자신이 없었던 소녀의 모습은 없다.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히나타는 그녀에게 눈을 맞춘다.
“그런 짓은 안 해. 잠시 츠미키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뿐이야.”
“당신과 할 이야기 따윈 없는데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지금도 봐, 이야기해주고 있잖아.”
“윽…….”
꼬투리를 잡는 히나타의 말에 츠미키는 분한 듯이 입가를 일그러트리고 꽉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것처럼, 비꼬는 각도로 입술을 느슨하게 한다.
“그런 거로 도발? 하는 거죠? 하지만 말했었죠. 『당신과 이야기하는 일은 없어』 거든요──카무쿠라 이즈루 씨?”
“그만둬. 나는, 히나타 하지메야.”
“글쎄, 그건 어떨까요오……?”
그렇게 말한 뒤 가만히 올려다보는 눈동자는 모든 빛을 차단한 것 같은, 절망인 그대로 어두운 공허한 색을 하고 있었다.
“음, 그렇네요오……듣고 보니 확실히, 카무쿠라 이즈루는 이렇게 얼빠진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럼 역시, 지금의 당신은 히나타 씨, 라고 부를까요.”
“그래, 그렇게 해줘.”
“그럼, 더욱 당신과 이야기하는 일은 없지요.”
생긋 그렇게 단언한 그녀는 그대로 흥미를 잃은 것처럼 입을 닫았다.
하지만 히나타도 이 정도로 기죽을 각오밖에 없는 것이 아니다. 이 정도의 절망, 그야말로 『초고교급 절망』에게 있어서는 쉽게 넘어갈 일이다. 아니, 아직 약하다.
──아아, 하지만 이 감각이 무엇인지를 떠올린다. 그렇다, 절망하고 있던 코마에다를 상대했을 때도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이 두 사람은 어딘가 닮았다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걸 실감하는 동시에 머릿속에 코마에다의 목소리가 울렸다.
『희망은, 절망 따위에 지지 않아.』
프로그램 안에서 몇 번이나 들은 말. 그때는 수상쩍기만 했던 그 말이 지금은 조금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준다.
“츠미키. 너는 아직, 절망하고 있어?”
그 말을 듣고, 츠미키는 질렸다는 듯, 정말로 재미없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린다.
“……당연하지 않나요. 정말이지, 쓸데없는 걸 물어보네요.”
“아아, 그렇지. 그래서 내가 온 거야.”
“……그래서? 당신은 뭘 하고 싶은 건가요? 저와 함께 절망해 주실래요? 아니면 저를 죽이실 건가요?”
“바─보. 그런 짓 안 한다니까.”
츠미키의 말을 가볍게 끊어 버리고 히나타는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오늘도, 잘 개어 있다. 오와리가 바닷가를 달리는 모습이 작게 눈에 들어왔다. 아직 해가 높지 않은 지금의 시간은 그렇게 덥지도 않고, 비교적 움직이기 쉬운 시간대.
“저기, 츠미키. 잠시 밖에 나가보지 않을래?”
“왜요?”
“이런 곳에 틀어박혀 있으면 기분도 가라앉기만 하잖아? 딱히 못 걷는 건 아니지.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 산책하러 갈래?”
“후후, 거절이에요. 그것보다, 제가 도망치거나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츠미키는 도망치지 않아.”
“후훗. 여전히 무르시네요, 히나타 씨. 정말로 카무쿠라 이즈루가 아닌 것 같아. 바보같이 착한 사람이라니까요.”
“어떤 말을 해도 괜찮아. 무슨 말을 들어도, 나는 너를 믿고 있으니까.”
그것을 들은 츠미키는 짓던 냉소를 감추었다. 그저 차가운 무표정만이 히나타에게 향해진다.
“있잖아요, 뭔가 착각하고 있지 않나요? 저는 여러분에게 신뢰받고 싶어 하거나 용서받고 싶어 하거나 받아들여지고 싶다거나 그런 일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면 전 여러분 같은 건 필요 없거든요. 그 사람 말고는 필요 없어. 애초에, 그 사람을 배신한 여러분들을, 제가 용서할 리 없잖아요. 질색이에요.”
츠미키는 부드럽고, 상대를 깔보는 듯한, 처절한 미소를 띠고 말을 잇는다.
“그러니까 아무리 저에게 상냥하게 대해도, 의미는 없어요. 그러니까, 내버려 두실래요? 아니면 역시 절망해주실래요?”
“그런가…….”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히나타는 “하지만, ”라고. 츠미키의 말은 통하지 않은 모습으로 시원스럽게 계속했다.
“우리는, 너를 용서해줄게. 너는 우리의 동료니까 말이야.”
“──윽,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요.”
“그래, 말해줄게. 몇 번이라도.”
너를 믿고 있으니까. 물러서지 않고 히나타가 한 번 더 말하자, 이번에야말로 츠미키의 얼굴에 확실히 초조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 드러난 마음을 좀 더 끌어내려고 히나타는 말을 거듭한다.
“그때, 너는, 누구도 용서해주지 않는다고 말했지. 그건 틀렸어. 우리는, 네가 어떻든, 너를 용서하고 받아들일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야. 비록 절망하고 있다 하더라도.”
“……윽, 틀렸어요!”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듯 츠미키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틀렸다고요……저는 누구에게도 용서받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용서해준다니, 그런 일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야 그런 말을 들으면……절망할 수 없잖아요……누군가에게 용서받는다면, 절망할 수 없게 되잖아요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츠미키는 외쳤다. 한탄했다. 소리쳤다.
목소리가 마를 정도의 통곡은, 마음속으로부터의 절규. 자신을 속일 여유마저 벗어던진 그 목소리에 히나타는 확신을 강하게 했다.
“츠미키, 역시 너는──.”
사실은 용서받고 싶구나, 받아들여지고 싶은 거지.
하지만, 전신으로 필사적인 거부를 나타내는 지금의 그녀를 향해, 그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그것보다도 빨리, 힘껏 잘 내던져진 베개를 히나타는 반사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사이에 츠미키는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 가버렸다.
“츠미키…….”
불러도, 반응은 없다. 열리나 싶었던 마음의 문을 완고하게 닫아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는 그 태도에 히나타는 작게 숨을 내쉬고 그 머리맡까지 다가갔다.
기척을 느껴, 츠미키의 몸이 경계로 굳어지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처음부터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었다.
베개를 돌려주고, “또, 내일 올게”하고 발길을 돌린다. 문을 나오는 순간, 조금 되돌아보았지만 츠미키에게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곧바로, 히나타는 지친 듯 옆의 벽에 기대었다.
눈을 감고, 깊게 한숨을 토한다. 조금 아픈 머리를 누르고, 등에 닿는 차가운 벽에 체중을 기댔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상당히, 찍힌 것 같다. 감정이 뒤죽박죽되어서 일관성이 없다.
자기 자신을 강하게 다지지 않으면, 끌려가 버릴 수도 있는 강한 감정. 깊은 절망.
그것을 시시하다고 하는 목소리가, 머리 안쪽에서 울린다.
그녀 자신이 그렇게 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말한다면, 이대로 마음대로 절망하게 두면 된다. 더는 그녀에게 시간을 할애할 의미가 없고, 더 유익하게 시간을 쓸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래, 낭비는 모두 배제하고, 잘라 버리면 된다고.
하지만 그 목소리를 지우듯이 강하게 고개를 젓는다.
확실히 그렇게 해버리면 편하겠지.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잘못되었다. 그녀의 절망에도 의미가 있다. 그녀를 버리지 않는다. 절망에 물들어있는 그녀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천천히 숨을 토한다. 거기에 가까이 오는 기척을 느끼고, 히나타는 곧바로 눈을 떴다.
“──히나타 군?”
“……코마, 에다?”
“왜 그래, 기분이라도 안 좋아?”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라고 묻는 것보다도, 그가 걱정스러운 듯 물어 오는 쪽이 빨랐다. 눈앞까지 얼굴을 가까이하고, 슬쩍 안색을 살피는 코마에다는 얼굴을 찡그린다.
“안색이 나쁜데. 의무실……은, 지금 츠미키 씨가 있었지……. 이제 문병이 끝났으면, 방에 돌아가는 게 어때?”
“아니, 괜찮아. ……좀, 지쳤을 뿐이야.”
“……그래.”
히나타의 대답을 들은 코마에다는 잠깐, 어쩐지 상처 입은 것처럼, 가라앉은 표정이 되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그것보다, 오늘은 시간 비었어?”
“엇, 응. 비었는데.”
“나도 오늘 낮에는 달리 할 것도 없어. 같이, 방에서 보낼래?”
“……어, 그, 말은.”
그것은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권유였던 모양이다. 눈을 깜박이고, 기쁜 듯이 뺨을 붉히고 코마에다는 수긍했다.
“그럼, 가자.”
“으, 응.”
그의 동의를 얻어낸 히나타는 크게 하품을 하면서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아직 당황스러움을 남기면서도, 코마에다는 그 뒤를 쫓았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확실히, 그에 대한 의심이 떠올라 있던 일을, 그때의 히나타는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도 방을 나가고, 복도를 걸어서 멀어져가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다시 실내가 고요함으로 가득 찬다. 자신을 위협하는 자는 사라졌다. 하지만 츠미키는 강하게 자신의 어깨를 껴안은 채로, 모포를 감싸고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흘러넘치는 것이 있다. 그것을 제지하는 것처럼, 고통마저 느낄 정도로 강하게 자기 자신을 껴안고 있었다.
──왜, 기쁘다고, 생각해버린 거야.
누군가가 걱정해줘서, 상냥한 말을 걸어줘서.
단지 그것만으로 마음이 서서히 따뜻하게 되다니, 그런 거, 옛날의 나는 그럴 수 있지만, 절망인 나에게 있어선 안 될 일이야.
방금 상냥한 말을 건 그도, 매일 식사를 가져다주는 그 여자도, 다른 누구라도, 뒤에서 나를 바보 취급하는 게 틀림없다. 그 상냥한 미소도, 곤란한 듯한 얼굴도, 분명 가짜가 틀림없다.
그런 건데. 알고 있을 터인데, 그 순간만이라도 조금이지만 가슴에 따뜻한 것이 떠올랐다니.
그들이 거짓말을 뱉을 리가 없다고,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믿고 싶어지다니.
그것은 죄다. 그 사람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절망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것과 반대인 따뜻한 마음을 한순간이라도 안아 버리다니, 다른 사람에게도 용서받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어버리다니──아아, 절망적!
절망에 취해, 몸부림친다. 그렇게 하면, 아까 품었던 따뜻한 마음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다.
──아아, 아아, 이래야 해. 그런 어리광 부리는 이상주의자에게 져서는 안 돼.
자신은, 자신만이라도, 절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초고교급 절망』의 이름을 계승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사람의 이름을 후세에 빛나는 절망과 함께 계승해 나가지 않으면 안 돼!
절망을. 절망을. 더욱더 깊고, 괴로운, 커다란, 절망을.
그래,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모두에게 절망을 되찾게 해야 한다. 아직 깨지 않는 그들에게도, 잠들어있는 중에도 절망을 줘야 한다.
그 얼굴을 차례로 떠올려, 그 절망을 떠올리고, 절망에 잠기고 있다. 하지만 그 도중──물을 끼얹어진 것처럼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 되돌아오고 만다.
『너를 믿고 있어.』
『너를 용서할게.』
『너는, 우리의 동료니까.』
“……시끄럽다고요.”
되살아난 그 말이, 어째선지, 빠져들었던 절망을 방해한다.
그것이 싫어서, 팔에 손톱을 세웠다. 그것은 자는 동안에 짧게 잘려있었지만, 그래도 툭, 피부를 찢자, 거기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들어온다.
그것을 보고 침착해지자, 다시 츠미키는 자신의 안에서 흔들리는 절망에 몸을 맡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그녀가 기분 좋은 절망에 잠길 시간은 자꾸자꾸 침해당하게 됐다.
히나타의 내방의 뒤, 여태껏 소니아 밖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의무실에 그녀 이외에도 히나타를 비롯한 사람들이 각각 찾아와서는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가게 되었다.
예를 들면 어떤 때 온 쿠즈류는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츠미키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엑…….”
설마 그 『초고교급 야쿠자』가 이럴 줄 몰랐던 츠미키는 작게 놀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러나 쿠즈류는 얼굴도 들지 않고, 그대로 츠미키를 향해 힘을 담고 호소하듯이,
“나는 말이다, 너에게 은혜를 느끼고 있어. 이쪽의 세계에서도, 프로그램 중에서도, 몇 번이나 목숨을 구해줬으니까 말이지. 그러니까──또 절망시킬 만한 일은, 절대 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든 그는 그 한쪽 눈으로 츠미키를 강하게 응시한다. 그 눈빛에 꿰뚫리기 직전에, 츠미키는 홱 관심 따윈 없다는 것처럼 얼굴을 돌렸다.
그런 자신의 비겁함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더욱 강한 시선이 꽂히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익숙해진 모멸을 포함한 것이 아니라──그것과는 전혀 반대의 것 같아서, 가슴이 들썩거렸고, 어쩐지 무척 침착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말은 해둔 쿠즈류는 그 이상은 아무 말 없이 시원스레 방에서 나가버렸다.
“……뭐였던 거예요.”
그가 나간 후, 츠미키는 탈진한 것처럼, 입안으로 중얼거렸다.
쿠즈류가 말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다. 절망에 떨어지고 나서는 그와의 교류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성실하게 예를 말하는 걸까.
그렇다, 그들이 이야기해오는 건, 대부분 옛날이야기다. 절망에 빠지기 전의, 키보가미네 학원에 들어가고 나서의 나날의, 실없는, 지금은 너무 그리워서 실감 나지 않는 일상의 이야기. 혹은, 신세계 프로그램에서 보낸 기간의 이야기.
프로그램 안에서 이야기는, 츠미키는 마지막까지 완전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키보가미네 학원에 입학했을 때와 같은, 아니 그 이상으로 비참한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상당히 버거운 것이었다.
그때 상처의 치료를 해줘서 살았다거나.
덜렁거리는 츠미키 덕분에 자리가 누그러졌다거나.
아아 정말 그런 창피한 일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상관없을 텐데.
절망하지 않았을 무렵, 그 사람과 만나지 않았을 무렵의 일 같은 건, 그립다고조차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터, 인데.
하지만, 그때마다 가슴의 안쪽에서 쑤시기 시작하는 것이 있다.
일일이 작은 그 진동에 마음이 흔들리고, 그렇게 생긴 틈에서, 거기에 넣어둔 약해서 비참한 자신이, 어리석은 기대를 하고 만다.
아아, 그것은 얼마나 절망적인지.
──아아, 역시 빨리 회복하고, 이런 사람들 절망시켜 주는 편이 좋은 걸까요…….
비참한 과거에서 눈을 돌리고, 웃기지도 않는 현실로부터 눈을 돌리고, 절망적인 미래를 생각하면서 츠미키는 후아암 하품을 띄운다.
“그래서, 소니아 씨는 말이야─.”
그런 츠미키의 반응은 신경 쓰지도 않고, 침대 옆에 앉은 소우다는 아까부터 혼자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쿠즈류와는 달리, 그의 이야기는 길었다. 츠미키가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은 걸 기회 삼아, 소우다의 이야기는 점점 본줄기에서 어긋나고 있다.
맞장구를 치는 사람이 없다면, 이야기 방향이 수정되는 일도 없다. 덕분에 오늘 아침 식사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것이, 어느새 소니아・네버마인드의 이야기로 멋대로 슬라이드 해,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가 실현할 수 없는 사랑의 고민을 멋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건 호감 있다고 생각해도 될까……?”
‘엄청나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예요…….’
하아, 하품을 가장하고 깊이 숨을 토한다.
이런 건, 마치 보통의 학교 클래스 메이트끼리의 대화 같다. 너무 절망에 어울리지 않아서, 절망적.
대체로, 이 분홍 머리의 남자 자체가, 꽤 절망적으로 유감이다. 역시,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던 만큼 장점은 있다.
그는 그 『메카닉』으로서의 재능이 귀중하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근성이 절망적으로 겁쟁이이었기 때문에 노는 보람이 있다고 그 사람도 말했다.
그것을 생각하면 점점 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사람이 관심을 가진 존재라니, 재밌을 리가 없다.
하지만 소우다는 그런 츠미키의 마음속 같은 건 당연히 눈치채지 못하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내버려 두면 계속 이야기할 것 같은──그것이 츠미키를 위해서라고 착각하는 듯한 그를 향해, 츠미키는 홱 목을 돌렸다. 눈을 마주치자 소우다는, 오, 하고 눈을 크게 떴다.
“저기, 소우다 씨.”
“우왁, 너, 말하는 거냐!”
갑자기 말을 걸어와서, 소우다는 의자에서 뛸 듯이 놀랐다.
아아, 정말로 유감인 사람. 거짓말을 내뱉을 수 없는 겁쟁이. 아마 지금 이 섬에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유혹하기 쉬운 건, 이 남자가 틀림없을 것이다. 생각하면서 츠미키는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댔다.
“당신, 잘도 그렇게 태평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수 있네요오? 그만큼의 일의 일익을 담당하고, 그런데도 네, 절망이 아니게 됐습니다아? 그럴 리 없지 않나요오. 다른 여러분에게 끌려간 걸지도 모르지만, 당신도 이 섬의 밖에서는 중죄인이죠오?”
그렇다, 그것을 말한다면 다들 이상한 것이다.
이제 절망하지 않는다고 각자 말하지만, 그런 일을 간단히 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간단하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어서 『초고교급 절망』인 것이다.
게다가, 그 남자──카무쿠라 이즈루와 코마에다 나기토까지 절망하지 않는다니, 그런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토록 절망적이었던 두 사람까지 바뀌어 버렸다니, 너무 이상하다. 그 프로그램이 그렇게까지 효과가 있었다니──그런 건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어차피, 이 외딴 섬에서 같은 처지의 동료하고만 살고 있으니까 잊는 게 당연하다. 잊으려고 해서, 현실 도피를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과거는 지울 수 없다. 들이댄다면 생각 날 것이다. 자신이 범해온 절망적인 행위를. 그 절망을. 지금도 봐라, 단지 이 정도의 말에도, 그는 당황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을 잇는 소우다의 반응은 츠미키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달랐다.
“……뭐야, 역시 나냐. 그렇게 약해 보여? 아니, 뭐……부정은 안 하는데.”
예상했었다고,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표정은 딱딱했다. 조금 전까지 경박했던 얼굴이 어딘가 그늘이 있는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그 어디에도 절망의 색깔은 보이지 않는다.
“알고 있어. 나도, 지금까지 저지른 일에서 도망치려고는 생각 안 해. 무섭지만 말이야, 이 섬에서 나가면, 남겨진 녀석들에게 도게자하면서 돌아다닐 생각도 있고, 그때가 오면 죽을 각오도 하고 있어.”
“무섭지는 않나요.”
“무섭다고. 그거야, 당연히 무섭지. 그렇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이제 절망에서 도망치고, 다시는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아.”
확실하게 표정을 다시 잡고, 그는 그렇게 말했다.
“허센가요.”
“허세라니, 계속하면 정말로 될 거라고, 분명……아마!”
그것은 단언하지 않으면, 딱히 근사한 대사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소우다는 가슴을 펴 보인다. 웃고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공포로 얼굴을 경직시키고, 그래도 입꼬리를 올렸다.
“게다가, 소니아 씨도, 나보다 더 무거운 걸 짊어지고 있는데, 그렇게 다부지게 노력하고 있잖아? 내가 먼저 주저앉을 수 있겠냐.”
그것은 오기로밖에 안 보인다. 타인과 비교해 보려고 해도, 결국 그도 죄인임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아니꼽게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아도 자각하고 더욱이──이전 에노시마 쥰코에게 파헤쳐진 자신의 약함 소심함을 알고서 오기를 부리고 있다. 이래 보여도 수많은 절망을 뚫어 온 남자, 그렇게 간단히 굴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렇게, 약간 그를 다시 보게 된다. 하지만 그 직후, 그것을 엉망으로 하는 말이 계속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가슴 펴고 노력하면, 언젠가 소니아 씨도 뒤돌아 봐주시겠, 지?? 좋았어, 나는 해낼 거라고─!”
“……당신, 그토록 무시당하면서 아직 잘도 기대할 수 있네요.”
“그야, 자신의 손으로 미래는 만들어 가는 거니까! 믿는다면, 밝은 미래도 분명 올 거야!”
뭐, 히나타의 인용이지만, 조금 쑥스러운 듯이 웃는 얼굴에는 정말 구역질이 나온다.
무엇이 미래는 만들어 가겠다는 건지. 그 사람들의 미래는 빼앗겼는데. 그 사람의 절망은 빼앗겼는데.
하지만 절망은 그런 것이다. 그것은 슬퍼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일찍이 한번 절망에 빠졌으면서, 왜 이렇게 올곧게, 무른 이상론을 입에 내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러니까! 소니아 씨가 나에게 돌아 서주는 미래도 반드시 와!”
“아뇨 그 미래만은 절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너무 자신만만하게 말해서 짜증이 나 그만 대꾸하고 말았지만, 그것에는 또 의외로 소우다가 침울해하면서 바닥에 끌려갔다.
지금까지 저렇게 당당히 이야기하고 있었으면서, 이 정도로 낙담하다니, 정말로, 잘 모르겠다.
“……그, 그래도 말이야……조금은 봐봐, 가능성이라는 게 있잖아…….”
“……………….”
이번에는 츠미키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무언. 거기에 마음대로 데미지를 받은 소우다는 멋대로 한탄하고, 하지만 아마 한탄하는 데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바로 또 일어선다.
“나, 나는 지지 않아……지금이라면 타나카 녀석도 없으니까……!”
‘그런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소우다의 한심함에 기세를 무너뜨린 츠미키는 마음속으로 무심코 태클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입으로는 내지 않는다. 그대로 소우다를 방치하자, 그는 주눅 들어 입술을 삐죽이며, 불쾌한 듯이 내뱉었다.
“그나저나, 진짜로 성과 없네. 이 섬에서 유일한 커플이 히나타와 코마에다니까…….”
“?!”
무심코 되돌아보고 말았다. 기세가 붙은 동작에, 뒤돌아본 앞에 보이는 소우다의 눈이 경악으로 물든다.
“가, 갑자기 놀라게 하지 마!”
겁먹은 듯 물러나는 소우다에게 츠미키는 눈을 크게 열고 강렬한 시선을 집중시켰다.
“당신이야말로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누구와 누가, 뭐라고요?”
“……어라, 몰랐어?”
알 리가 없고, 일어날 리가 없다.
그들은 그 프로그램이 첫 대면이었을 것이고, 처음엔 함께 행동하고는 있었지만, 코마에다 나기토의 본성을 알고 나서 히나타는 다른 모두와 똑같이 그를 혐오하고, 피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츠미키가 아는 한은.
그리고 그 후 그 관계가 개선되었다고도 생각되지 않고, 그런 일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코마에다 나기토니까.
확실히, 지금의 히나타는 『초고교급 절망』이었던 전원을 동료라고 인정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코마에다는 마지못해 인정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저 사람이 용서받을 수 있나요.”
“뭐?”
“저런 일을 한 사람인데. 저런 사람인데. 누구보다도 망가져 있는데. 결함품인데. 그런데! 어째서 인정받은 건가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다니, 그런 일이 가능하나요!”
“어, 어째서라고 해도……그야, 역시, 성별조차도 넘는 사랑이라는 녀석 아니야?”
“하아? 당신,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요.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코마에다 나기토가 얼마나 극악인인지, 당신도 알고 있겠죠. 그 남자는! 게다가 카무쿠라 이즈루도, 알맹이 없는 인형이라고요? 그런데도, 그런 게 사랑이라니 이상하지 않나요!”
기백에 밀리면서도 소우다가 말하자, 거기에 한층 더 츠미키는 대꾸한다. 아까까지의 무기력한 모습과 달리 격렬함에 당장이라도 목이 졸린 것 같은 박력을 느끼고 소우다는 가볍게 허리가 빠져 있었다.
“조, 조금 진정해! 그거 뭔가 사심 들어가 있잖아!”
“아무래도 좋아요. 그런 거! 어째서, 어째서인가요! 네?!”
“아─, 그런 거, 내가 본인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
“……앗, 그렇네요오.”
소우다가 도리어 화내면서 외치자, 지금까지의 분노는 어디로 갔는지, 츠미키는 시원스럽게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그리고 머리 판에 기대있을 뿐, 소우다에게 관심은 없어진 것처럼 창밖을 바라본다.
그 이후로 무엇을 말해도 츠미키는 건성, 소우다도 거북해서 그날은 일찍 떠나기로 했다.
그때의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모르는 채로.
당신은 왜, 살아있나요?
4.
오늘 밤은, 평소보다 밖이 밝은 것처럼 보였다. 창밖을 보면 거기에는 둥근 형태의 달이 떠올라 있고, 맑은 하늘에는 막힘 없이 별이 반짝 빛나고 있다.
재버워크섬의 하늘은 일본의 그것과는 역시 다르다.
정든 고향과는 전혀 다른 별자리 위치에는 처음에는 당황했다. 창틀에 팔꿈치를 짚고 바람을 맞으며 히나타가 다시 한번 회상하자, 방에 배치된 샤워실의 문이 열렸다. 김을 두르고, 머리부터 물을 떨어뜨리는 코마에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온다.
“히나타 군. 뭔가, 재밌는 거라도 보여?”
“아니, 평소대로야.”
“그래.”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코마에다는 침대에 앉았다. 히나타는 창가에서 떨어지고, 드라이어를 한 손에 그 뒤쪽으로 돌아가, 긴 머리카락을 정중하게 말려 준다. 간지러워하면서, 코마에다는 웃으며 예를 전했다.
“고마워, 히나타 군.”
대충 다 말린 히나타가 손을 떼자, 코마에다는 침대 위에 쓰러졌다. 얼굴 앞에서 손을 파닥파닥 흔들어 바람을 보내고, 후우, 지친 듯 한숨을 토한다.
오늘은 종일 손이 비어 있는 각자가 건물 내의 청소를 했던 것 같다. 덕분에 상당히 깨끗해졌지만,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까지 써서 평소에 운동 부족이었던 코마에다는 상당히 피곤한 듯했다.
그래도, 현재 깨어난 멤버 중에서 가장 청소의 소양이 있는 것은 코마에다이겠지. 그래서 그도 기합이 들어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 섬에서 깨어나고 나서, 대대적인 청소는 하지 않았다. 그럴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겨우 깨달았을 때 깨달은 사람이 조금씩 청소하고 있었던 정도였다.
게다가, 막상 청소하게 되면, 이 건물은 사는 인원에 비해 애초에 너무 넓은 것이다. 얼마 전에는 소우다가 청소 로봇을 만들까, 말하고 설계도를 그렸지만, 재료가 부족해서 현재 제작은 좌절되었다.
그러나 먼지가 쌓여, 그것을 보던 코마에다・소니아의 발안으로, 대청소가 계획된 것이었다.
오늘 하루 만에 건물 내 거의 전역에 걸쳐 청소를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오와리의 기동력이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래저래 총지휘하던 코마에다가 제일 지쳤을 것이다. 체력이 없기도 하고, 왼손을 사용할 수 없어서 불편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여자 두 명보다 녹초가 된 것 같다.
“수고했어.”
위로의 말을 걸자, “그런 거 안 해도 돼”라고 쓴웃음을 짓는다. “그런가”라며 대신에 뺨을 쓰다듬자,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는 얼굴로 가볍게 턱을 들어 올린다. 그것만으로 무엇을 조르고 있는지 바로 알았다.
입술을 거듭해 맞추자, 만족스럽게 눈이 감겼다. 조금만 들고, 뺨에, 그리고 귀에 작게 입맞춤을 떨어뜨려 가면, 조금씩 코마에다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해, 귓불을 삼키니 작은 교성과 함께 민감한 몸이 꿈틀 튀었다.
“……저기, 그거뿐이야?”
요염한 눈길로 그렇게 속삭여져서 그대로 휩쓸려갈 뻔한 이성을, 하지만 히나타는 나머지 한 걸음에서 잡아 멈췄다.
무릇이던 공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을 알면서도 그로부터 일단 몸을 떼고, 그것을 의아해하는 눈과 눈을 맞추고 묻는다.
“있잖아, 코마에다. 넌 츠미키한테 안 가볼 거야?”
“뭐야, 분위기 깨는 질문이네.”
“미안, 그래도 듣고 싶어서.”
다른 모두는 츠미키한테 한 번은 얼굴을 내민 것 같았다. 하지만 코마에다만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강요할 생각은 없는데, 그렇게 물어보자 기막힘이 섞인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가봤자, 츠미키 씨는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안 그럴 것 같은데……너희들 사이 나빴어?”
“아니. 표면상으로는 엄청 좋았을 텐데?”
그렇게 말하며 생긋 웃는 코마에다에게 히나타는 자신의 추측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잘 알고 있다, 코마에다가 남을 속이려 할 때의 미소다.
“아─그렇구나, 그래. ……프로그램 때는 그렇게 안 보였는데.”
“싫네, 사이가 나빠질 정도의 접점도 없었어. 사이가 좋아질 접점도 그렇고. 그치만 봐, 그녀도 『초고교급 보건 위원』이었던 것 같으니까, 나 따위가 친하게 굴다니 우습잖아?”
“아아, 대충 알겠으니까.”
그러니까 입 다물어, 라고 입술을 막자 그는 조용히 뒤따랐다.
──동족 혐오, 라는 걸까.
프로그램에서 본 바로는, 코마에다와 츠미키는 조금 방향성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과도하게 비하한다는 점이다.
츠미키는 사람에게 미움받는 것을, 공격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어 행동이었겠지만, 그러나 반대로 자기 비하가 지나쳐 다가가기 어려웠고, 코마에다에 대해서는──그것은 진심으로 하는 비하에 더해서, 지금 생각하면 상대를 비꼬기도 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코마에다가 말하는 말은, 칭찬조차 어딘가 찜찜한 것이었다. 그 때문인지, 코마에다가 다가가는 상대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지금에 와서는 그것도 대부분 가라앉았고, 이쪽도 익숙해졌지만.
그런 걸 생각하면서 하는 키스는 코마에다에게도 발각되었을 것이다, 꾸짖듯 입술을 깨물고, 그리고 입술을 뗀다.
“지금, 츠미키 씨 생각하고 있었지.”
“아니, 널 생각했어.”
그렇게 고하면, 가늘어진 회색 눈이 얼굴을 들여다본다. 누운 채 이쪽을 올려다보는 그의 입술이 키스를 조르는 것처럼 보여서 자연스럽게 한 번 더 입맞춤을 떨어뜨렸다.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 이려나?”
입술이 떨어진 후, 여운을 맛보듯이 오른손으로 입술을 만지며, 뻔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고, 코마에다는 몸을 일으켰다.
“뭐, 딱히 나는 상관없어. 히나타 군이 만나러 가라고 한다면 갈게.”
“아니, 별로 억지로 하라는 건 아니야.”
“하지만, 히나타 군은 그날 이후로 매일, 그녀를 만나러 가고 있지?”
“어, 그렇지……?”
평범하게 물어봤을 뿐일 터다. 하지만, 어째선지 질문을 받은 순간, 뜨끔하게 된다.
그런 히나타에게 코마에다는 함축성을 갖는 웃음을 지으면서,
“그럼, 역시 내일은 나도 따라갈까?”
“엑.”
“왜? 뭐 꺼림칙한 일이라도 있어?”
“아니, 그건 아닌데……설마, 의심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
“엥, 무슨 말이야? 히나타 군, 그녀와 둘이서, 의심받을 만한 짓이라고 하고 있어?”
“아니라니까! 애초에 그 방은 나나미가 보고 있다고.”
“그럼, 같이 가도 되지?”
“……그래.”
별로 싫지는 않았지만, 왠지 석연치 않은 것을 느끼면서 히나타는 수긍했다.
그 목 뒤에, 코마에다의 팔이 둘린다.
“……오늘은 지쳤잖아.”
“아니야. 괜찮, 아.”
호흡이 닿는 거리에서 작게 속삭임을 나누고, 히나타는 그 가냘픈 몸을 껴안았다.
코마에다는 몸을 숙여서 그 포옹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후엔, 뜻이 담긴 말은 필요 없다.
순간의 달콤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었다.
*
절망은, 꿈에 조용하게 다가온다.
“────윽!”
어둠에 떨어진 방 안에서, 밤의 정적을 찢는 소리 없는 비명이 거론되었다.
벌떡 일어난 히나타는 그 어둠의 저편에 있을 수 없는 뭔가를 응시하듯이 눈을 크게 열면서 난폭한 호흡을 반복한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크게 몸을 떨었다.
머릿속에는 꿈의 잔재가 가득 차 있어서, 구역질마저 한다.
“──히나타 군, 왜 그래.”
그러나 거기에, 그런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방 안에는 희미한 빛이 켜졌다. 히나타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니, 자고 있던 코마에다가 몸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아아. 미안, 코마에다. 깨웠어?”
“아니야, 괜찮아.”
말하면서 코마에다는 그의 팔에 살짝 닿았다. 그 순간, 히나타는 과한 반응을 돌려주었지만, 곧바로 닿는 상대가 적이 아니라고 알았는지, 반사적으로 그를 뿌리치려고 했던 팔을 멈췄다.
그것을 확인한 코마에다는 이번에는 그 신체를 정면에서 껴안는다. 히나타의 등에 팔을 둘러, 느긋한 리듬으로 그 등을 두드리자, 아직 굳어있는 목소리로 이름을 불린다.
“코마, 에다……?”
“응, 나야. 자, 히나타 군. 괜찮아, 히나타 군. 넌, 여기에 있으니깐.”
그렇지, 히나타 군. 반복해서 부르는 동안 히나타의 몸의 긴장이 풀어진다. 크게 심호흡을 반복하는 그 어깨를 살그머니 껴안으면서, 코마에다는 몇 번이나 그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그사이에, 거칠었던 호흡은 진정되고, 느릿했던, 조용한 숨소리로 바뀌어 간다. 거기에 흐트러짐이 없는 것을 확인한 코마에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팔 안에 기대어 온 그를 침대에 눕히고, 땀이 배어 나온 이마를 살짝 어루만진다. 딱 머리카락이 자라는 근처, 거기에 어렴풋이 떠오른 상처에 닿고, 그곳에 입술을 맞췄다. 그것은 마치, 낙인 같았다. 절대 사라지지 않는, 그를 놓지 않는, 그에게서 떠나지 않는 희망의──그리고 절망의 상징.
──한밤중, 히나타가 일어나는 건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코마에다가 이렇게 재우는 것을 그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평소에는 모두의 선두가 되어 이 섬에서의 생활을 이끄는 역할을 맡은 히나타에겐 겉으로 보기에는 망설임 따위 없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매우 눈부시고, 한번은 포기하고 있던 희망조차 모두에게 믿게 할 것 같은, 그런 강한 존재감이다.
그러나, 그런 그라고 해서,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에서 도망치는 것도 할 수 없다. 지금의 모습을 보고, 코마에다는 더 강하게 확신한다.
『──그래도 너는 히나타 하지메를 좋아해?』
──아아, 당연하지 않은가.
낮에 걸려왔던 그녀의 질문에, 홀로, 마음속으로 수긍한다. 그녀와 주고받은 말을 떠올리면서, 그의 잠을 지키기 위해서, 코마에다는 방의 불을 껐다.
그날 오후, 대청소 도중에 코마에다는 청소도구를 한 손에 들고 복도를 걷고 있었다.
벌써 오전 중의 청소로 지쳐 있었기에 그 발걸음은 무겁다. 하지만 멍하니 걷고 있는 듯하지만, 그 머릿속에서는 눈부실 정도로, 다음에서 다음으로 사고가 둘려 있었다.
현재 이 섬의 상황. 지금까지의 기억. 떠오르고는 사라지는 그것들을 조사해 간다.
그리고 그러면서 여러 번 의문을 느낀 코마에다는 혼자, 컴퓨터 룸으로 발을 디뎠다.
평상시는 별로 다가가지 않는 방이지만, 지금은 청소라는 명목이 있다. 하지만 코마에다는 청소 용구를 적당하게 바닥에 내던지고,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모니터를 향해 조용히 말을 걸었다.
“저기, 우사미, 있어?”
『왜 그러시나여, 코마에다 군?』
코마에다의 목소리에 반응해 곧바로 모니터는 밝아지고, 거기에 하얀 토끼 봉제 인형의 모습이 표시되었다. 그 봉제 인형은──우사미는, 어째서인지 기뻐하며 주변에 꽃을 날리고, 들떠서 코마에다에게 말을 건넨다.
『코마에다 군이 저를 불러 주다니 별일이네여. 그래서, 무슨 일인가여? 진로 상담, 핫, ……아니면 사랑의 고민 상담인가여?! 두, 두근두근해여……자, 뭐든지 컴온이에여!』
“아─네네, 뭐 그런 거긴 하네.”
『후엣?! 진짜인가여?!』
적당히 끄덕이자, 우연히 맞췄던 우사미는 이쪽으로 다가가는 것처럼 화면에 크게 표시되었다.
사이에 모니터가 있었으므로 정말 거리가 가까워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코마에다는 조금 모니터로부터 거리를 두고 입을 열었다.
“저기, 히나타 군의 최근 바이털 데이터 있지. 그거 보여줘.”
『호엣?』
“자, 뭐든지 컴온이랬잖아.”
코마에다가 생긋 미소짓자, 지금까지 크게 표시됐던 우사미는 단번에 모니터 안쪽으로 후퇴한 것처럼 작아졌다.
『그, 그건 안 돼여. 뭐든지 들어주겠지만 뭐든지 가르쳐줄 수는 없습니당! 왜냐하면, 개인정보이라구여!』
“그런 딱딱한 말 하지 말고……나중에 내 데이터 전부 히나타 군에게 흘려도 화 안 낼게.”
『그런 문제가 아니에여!』
“저기……나와 너 사이잖아? 같이 파이널 데드룸에 도전했던 그때의 일, 안 잊었지.”
『에, 에, 그, 그때는……굉장했어여…….』
그렇게, 그걸로 무엇을 상상했는지, 우사미는 살짝 뺨을 붉혔지만, 곧바로 깜짝 놀란 것처럼 양손을 들고,
『……아니, 그렇게 달콤한 말에 속거나 하지 않을 거니까여─!』
“엥? 너는, 우리의 선생님 아니었어? 저기, 우사미 선생님?”
『후, 후에에에……, 그, 그런, 선생님을 바보 취급하지 말아주세여! 저는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것만으로 간단히 함락되는, 그런 엉덩이 가벼운 여자가 아니니까여!』
땀을 날리며 동요하면서도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우사미의 모습에 지금까지 웃고 있던 코마에다의 표정이 돌변했다.
움찔, 두려워하듯이 떠는 우사미에게 마치 흥미를 잃었다는 듯이 차가운 눈을 향하고, 하아, 한숨을 내쉰다.
“……뭐, 그것도 그런가. 우사미 따위를 믿었던 내가 잘못이지.”
『그, 그렇게 간단히 포기하면 서운해여…….』
“그럼 가르쳐 줄 거야? 저기, 선생님?”
『그, 그건…….』
우우, 곤란해하는 신음을 흘리면서 그대로 우사미는 입을 다물고 만다.
이건, 좀 더 밀고 나가면 넘어올 것 같네. 확신한 코마에다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한 그때, 모니터 속, 우사미의 앞에 갑자기 한 명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깐 코마에다 군. 우사미를 괴롭히면 안 된다고?』
“……이런, 나나미 씨에게 들켰나.”
왔네, 라며 코마에다가 쓴웃음을 짓고 어깨를 으쓱이자, 나나미는 그것을 담담하게 반박한다.
『들켰나, 가 아니지? 숨기려고도 안 하면서 우사미를 괴롭히다니, 코마에다 군은 처음부터 나에게 들킬 생각이었잖아.』
“뭐, 우사미든 나나미 씨든,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거든, 난. ──그래서, 부탁, 다시 하는 게 좋을까?”
『……안 돼. 우사미도 말했지, 개인정보라고.』
“하지만, 이 섬에 있는 모두는 일련탁생이나 마찬가지야. 서로, 무슨 이상이 있으면 확실하게 파악해둬야 하는 거 아닐까.”
『히나타 군에게 이상이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래.”
깔끔하게 코마에다는 그것에 수긍했다. 나나미가 살짝 표정을 찌푸리고, 그 뒤에 숨은 우사미가 몰래 땀을 날렸다. 코마에다는 어디까지나 가벼운 상태를 가장하면서 자신의 패를 내보인다.
“내가 보기엔, 요즘 체중이 줄어든 것 같거든. 신체를 단련하기 시작했으니까 줄은──건 아니라고, 나 따위라도 알 수 있어. 게다가, 요즘 제대로 안자는 거 아닌가 싶어서.”
『? 같이 자고 있으니까, 그건 코마에다 군이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히나타 군이 자는 척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자고 있어도 정말로 쉬고 있는지는 모르잖아. 그러니까, 그걸 확인하고 싶은 거야.”
물어보는 어조로, 하지만 그곳에는 확신이 숨어 있다. 그런 코마에다의 모습을 살피듯이 나나미는 빤히 응시하더니,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코마에다 군.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어째서 히나타 군 본인에게 안 물어보는 거야. 나중에 알면, 히나타 군도 화내지 않을까.』
“나 따위가 그런 걸 물어도, 히나타 군이 솔직하게 대답해 줄 리가 없잖아. 오히려 같이 못 자게 될지도 몰라. 그건 안 돼.”
『몰래 데이터를 보는 건 괜찮아?』
차분하게, 하지만 양보하지 않는 상태로, 모니터 너머의 나나미는 묻는다. 그런 그녀에 코마에다는 눈을 맞춘 채, 싱긋 웃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된다고 말한다면, 앞으로 해킹을 시도할 건데.”
『네가?』
되묻는 나나미의 목소리는 약간 놀라움의 빛을 띠고 있었다.
당연하다, 미래기관의 서버는 강고한 프로텍트로 지켜지고 있다. 코마에다에게 그것을 해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초고교급 프로그래머』와 같은 능력이 없으면, 그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코마에다의 표정에는 불안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적당히 말해서 둘을 동요시키려는 건 아닌 모양이다. 거기에는 확신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신은 성공한다고. 그런 애매한 것의 확신은, 하지만 그가──『초고교급 행운』인 그가 말하자, 싫은 현실성을 띠고 만다.
“괜찮아, 갑자기 정체 모를 버그가 발생하고, 잠깐 시스템 다운만 될 테니까, 안심해줘? 어디까지나, 일시적으로 이 섬의 시스템이 떨어질 뿐이고, 둘은 본부에 백업이 있으니까 빨리 돌아올 수 있잖아.”
『……나를 위협하는 거야? 게다가, 그건 이 섬에 있는 너희도 위험에 노출된다는 소리야.』
“설마. 하지만 나나미 씨가 협력해 주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코마에다 군, 너란 사람은.』
『치, 치아키…….』
자신의 『행운』을 방패 삼아 어처구니없는 협박을 하자, 나나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이런 때, 살아있는 몸이라면 “골치 아파”라고 말했을 것이다.
『……내 권한으로는, 그런 건 못한다고 알고 있지?』
“권한 같은 건 상관없어. 나는 말이야, 너희의 양심에 호소하고 있는 거야.”
『나는 프로그램이야? 부모님은 없고, 양심이란 것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나.』
“그렇지, 너는 프로그램이야. 그것도 잘 만들어진, 사람과 아주 가까운──맞지?”
『하지만, 사람은 될 수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분명 너는 나보다 훨씬 사람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
『안 그렇, 다고 생각해. 코마에다 군이야말로 엄청 사람다워.』
“아하하, 고마워. 그래서, 다시 묻겠는데, 대답은 『아직이야』?”
『………….』
코마에다의 말에 나나미는 잠시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임을 멈추었다. 같은 화면상에 있는 우사미까지도 조금 전까지의 떠들썩함은 어디로 갔는지, 딱 정지하고 말았다.
그리고, 몇 초의 공백 후.
『……미래기관에서부터, 열람 허가가 내려졌습니다.』
그렇게, 나나미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은 순간, 코마에다는 만면의 미소를 지었다.
“아아, 다행이다. 이걸로 시스템 다운의 위기는 벗어났네. 역시 나에기 군이야.”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태도가 부자연스러워서 거짓말 같다. 어딘가 호들갑스러운 언동이 오히려 신용할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은 그 특유의 행동이었다.
깨어나고 나서 코마에다는 변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이 말하고들 했지만, 이런 부분은 변하지 않는구나.
냉정하게 분석하면서도, 나나미는 약간 개운치 않은 것을 느꼈다. 분하다, 그 감정은 기계적인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고, 대신이라는 듯이 작게 쓴웃음을 짓는다.
『허가가 나왔다면, 어쩔 수 없어, 우사미.』
『그, 그렇져……하지만, 왜일까여……?』
『분명 그건, 』
그렇게, 나나미가 우사미에게 대답하려고 할 때, 모니터에 하나 더 윈도우가 열려, 그곳에 비치는 동안의 정장 차림의 청년이 말을 이었다.
『이 건에 대해서는, 코마에다 군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건 고마워, 나에기 군.”
그의 출현에 놀라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코마에다는 상냥하게 말을 돌려준다. 거기에 조금 면목 없다는 듯, 나에기는 뺨을 긁적였다.
『코마에다 군, 미안해. 도청하는 짓을 해서.』
“그렇지않아. 나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실제로는 프로그램인 나나미의 온정에 걸었다기보다도, 그녀 너머에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미래기관의 누군가에게──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에기를 동요시키고 있었다.
착한 그라면 분명, 자신의 소원을 실현해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에게 알려지기 전에 우사미나 나나미 단계에서 어떻게 해결하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 해도 상당히, 조건이 좋은 내기였다.
『나나미 씨, 』
『알았, 어.』
나에기가 재촉하는 목소리에 나나미는 기계적으로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이 비치고 있던 윈도우는 모니터 구석으로 축소되어 밀려나고, 대신에 모니터에는 복수의 윈도우가 전개되어 간다.
각각 다른 수치 데이터나 그래프가 표시되고, 코마에다는 닥치는 대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인 체중 저하, 수면장애의 모습 있음. 그 외에도 자질구레한, 보통과 다른 값을 나타내는 그 속에서, 특히 하나의 항목에 코마에다는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분명하게 이상한 값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면, 코마에다는 그 의미까지는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코마에다에게 거기까지 전문적인 지식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 소견 부분에는, 요주의 항목, 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건.”
코마에다의 시선이 그곳에 고정됐던 것을 깨달은 것일까, 조용히 나나미가 설명을 추가해 왔다.
『……지금의, 히나타 군의 데이터는, 다른 모두와는 크게 다른 부분이 있어. 사실대로 말하면, 통상 인간의 데이터가 아니야. 카무쿠라 이즈루의 데이터에 가까, 워.』
“……그건.”
『히나타 군은 카무쿠라 이즈루──초고교급 희망의 상태로 있는 것이 늘고 있다. 그런 거야.』
그것은 단순한 사실이라는 듯이 나나미는 담담하게 말했다. 억양이 없는 말투, 하지만 그 뒤에 어떠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듣고 있는 이쪽의 심경 때문일까.
지금까지 품어온 추측이, 맞았다. 확신을 얻기 위해 이런 데이터까지 찾아, 그걸 위한 도박은 성공하고, 하지만 코마에다의 표정에는 그것을 기뻐하는 모습은 없다. 험하게 찡그려지는 그 얼굴에 나나미는 작게 숨을 내쉬는 기색을 보였다.
──히나타 하지메는 한번 사라진 인간이다.
원래는 아무런 재능도 없는 예비 학과생이었던 히나타는 키보가미네 학원의 희망육성계획──일명 『카무쿠라 이즈루 프로젝트』의 피험자가 되어, 직접 뇌에 메스를 넣는 것으로, 히나타 하지메로서의 그때까지의 기억을, 감정을, 자아를 잃었다. 그때 한 번, 히나타 하지메는 소실되고, 평지가 된 그 뇌에 카무쿠라 이즈루의 자아가 싹튼 것이다.
하지만, 카무쿠라 이즈루는 학원이 바라는 『희망』이 되지 못했다.
에노시마 쥰코에게 주목한 그는 『키보가미네 학원 역사상 최대 최악의 사건』을 거쳐 『초고교급 절망』으로 타락하여, 그리고 다른 열넷 명과 함께 신세계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프로그램 안에서는 카무쿠라 안에서 기적적으로 추출된, 입학 당시의 히나타 하지메의 인격이 활동하고, 성장하고, 그리고 깨어나기까지의 기억을 모두 되찾은 뒤에도, 기적적으로, 그 히나타의 자아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지금도 카무쿠라로서의 자아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카무쿠라 이즈루의 자아 위에 히나타 하지메로서의 의식이 덮어 쓰인 것뿐이다.
그 만들어진 『초고교급 희망』으로서의 재능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르는 사이에 몸에 박힌 지식, 기능, 그것들 모든 것이 히나타에게, 자신이 아닌 자신──『초고교급 희망』 카무쿠라 이즈루로서의 자신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현실이, 히나타 하지메 자신의 자아를 위협하고 있다고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언제 또 자신이 사라지고 다른 자신으로 교체될지 모른다. 그 공포는 다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겠지.
코마에다는 약간 알 수 있다. 과거 그 몸을 좀먹고 있었던 병에 의해, 지금의 자신이 언제 없어지게 될까, 그 불안을 느꼈던 적이 있다. 제 죽음을 느낀 적이 있다. 그렇기에 비로소.
그렇다고는 해도 그 무렵의 자신에게는 자신의 목숨 따위는 별거 아니었으니까, 자신이 없어진다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이 죽어서 슬퍼할 가족도 이미 없으며, 기억해줄 것 같은, 그런 친한 사람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건 히나타에게는 들어맞지 않는다. 그는 사라지고 싶다고 바라지 않을 것이고, 자기 자신인 채로 살고 싶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여기에,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게 두려워하면 두려워할수록, 그렇기에 그 공포는 꿈에 나오는 것이다. 밤중에 눌리는 그의 잠꼬대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역시, 너도 뭔가 짚이는 일이 있구나.』
나나미에게 말을 걸어져, “응, ” 코마에다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생각이 옳은지는 아직 자신을 가질 수 없어. 나나미 씨, 부탁해도 될까?”
치켜뜬다면서 모니터를 올려다보는 코마에다에게 나나미는 조금 사이를 두고 승낙의 뜻을 표했다.
『코마에다 군이 느끼고 있는 히나타 군의 이변은, 카무쿠라 이즈루의 재능──초고교급 희망의 재능 탓, 이라고 생각해. 카무쿠라 이즈루의 재능은 너무 크기 때문에, 히나타 군의 마음으로는 견딜 수 없어. 그래서 카무쿠라 이즈루는 히나타 하지메로서의 기억도 감정도 없는, 히나타 군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어. 그건 이제, 알고 있지. ……음, 컴퓨터 메모리를 떠올리면 알기 쉬울까? 용량이 가득 차면 움직임이 늦어져서, 언젠가는 부서져 버려. 보통 사람은 뇌의 대부분 영역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카무쿠라 이즈루의 재능을 발휘하려면 그 대부분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초고교급 희망의 재능이었어. 그런 대단한 재능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뇌의 용량을 압박해. 재능 이외의 기억이나 감정이나 정동 따위, 띄우고 있을 여유는 사실은 없는 거야. 그리고 지금도, 그 재능은 히나타 군의 자아를 억압하고 있어. 카무쿠라 이즈루로 돌아가려고 해. 그러니까 히나타 군은 가능한 한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지 않도록 세이브하고 있고, 코마에다 군과 같이 있으려고 해.』
“나랑?”
마지막 말이 의외라고 할 뿐, 코마에다는 드물게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 되었다. 거기에 나나미는 확신을 담아, 코토다마를 발사한다.
『왜냐면, 코마에다 군을 좋아하는 마음은, 히나타 군만의 것인걸. 아주 아주 중요한, 보물일 거야.』
히나타 하지메가 히나타 하지메이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는 히나타 하지메를 필요로 한다, 원하는 자가, 그리고 히나타 하지메가 요구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필요가 있다. 카무쿠라 이즈루가 아닌, 히나타 하지메에게 강한 감정을 부딪쳐 오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제일의 것이──코마에다 나기토다.
“……아하. 그런 식으로 내가 도움이 되고 있었다니 몰랐어. 아아 하긴 그렇네……카무쿠라 이즈루, 그는 날 시시하다고 말했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 그런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집착하는 것으로, 자신은 카무쿠라 이즈루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려 하고 있다──그런 건, 응, 있을법하네.”
『코마에다 군, 그건 틀렸다고 생각해.』
『응, 나나미 씨가 말하는 대로야. 히나타 군은 널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나에기 군?”
나나미의 말에 반신반의하는 코마에다에게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나에기가 말을 거듭해 왔다.
『그런 너니까 더욱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는 히나타 군의 일을 알려준 거야. 넌, 자신이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 좀 더 알아줬으면 좋겠어. 너 자신의 가치를. ……그래도, 히나타 군은, 너에겐 들키고 싶지 않았겠지만 말이야. 그는 너에게 자신의 가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반면, 자신의 약한 부분은 보이고 싶지 않아 하거든.』
“나의, 가치……저기……?”
『어라, 이것은 쓸데없는 거였던, 걸까……이런, 미안해, 코마에다 군, 이따가 또 연락할게!』
그럼, 이라며 거기서 나에기로부터의 통신은 두절되었다. 뒤에서 토가미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으니, 업무 사이에 연락해 준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마지막 말의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본론은 끝났다.
그러니까, 이것은 쓸데없는──원망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히나타 군은 지금도 『초고교급 희망』으로서의 재능을 계속 사용하고 있어. 초고교급 프로그래머, 메카닉,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너는, 알고 있었으면서 말리지 않았구나. 나나미 씨.”
코마에다의 규탄에 나나미는 조금 부루퉁하게 뺨을 부풀렸다.
『심술궂네. 우리들로는 말릴 수 없었어. 알고서 말하는, 거지. 게다가──너라도 말릴 수 없어.』
“……아아. 그렇겠지.”
『히나타 군은, 누구보다도 재능을 바라고 있었어. 그러니까 그것이 위험하다고 알고 있어도, 자신에게 그 힘이 있다면, 그것을 모두를 위해 사용하는 걸 주저하지 않아. 위험하다고 알고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분명 기뻐할 거야.』
그것은 마치, 마약처럼.
가슴을 펴고 자랑할 수 있는 재능에, 키보가미네 학원을 동경하고 있던 소년은, 그렇기에 카무쿠라 이즈루 프로젝트에 뽑혔다. 절망에 빠져, 절망에서 깨어난 지금도, 그런 그의 근본적인 부분은 변하지 않는다. 히나타는 그 인공 재능을 우려는 해도, 싫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 대가도 없는, 편한 것이 아니었다. 너무 큰 재능의, 그 대가라는 듯이, 히나타에게서 조금씩, 감정이 희미해져 가는 듯했다.
그것은 매일 같이 생활하고 있으면, 오히려 알아보지 못하고 넘길 것 같은 사소한 변화로──하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변화.
정말로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히나타 하지메는 카무쿠라 이즈루에 다가가고 있다.
게다가 코마에다가 깨달은 이유는 그가 가끔 보이는 표정이었다.
평소에는, 어느 쪽인가 하면 표정이 풍부한 그가, 아무도 보지 않은 사소한 순간, 그 표정을 지우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과거 코마에다가 만난 그를 상기시키는 것.
그 시절 같은, 소름 끼치는 절망의 색은 지금은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비로소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정말로, “아무것도” “없는”──공허를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은 명백하게 히나타 하지메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카무쿠라 이즈루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그의 안에 남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를 위협하는 악몽의 정체를 재빨리 추측할 수가 있었다.
『……정말, 넌 머리가 좋다니까. 이건, 히나타 군에게, 숨겨 달라는 말을 들었는데……그것도, 허사였던 것 같네.』
하─아, 쓴웃음 짓는 나나미는 안고 있던 어깨의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상쾌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코마에다 군. 하나, 물어봐도 되려나?』
“뭐야, 나나미 씨?”
『카무쿠라 이즈루는, 네가 좋아하는, 초고교급 희망이야? 그래도 너는 히나타 하지메를 좋아해?』
그 심술궂은 질문에 코마에다는 망설이지 않고, 가슴을 펴고 대답해 보였다.
“싫네. 지금의 내 희망은──히나타 하지메야.”
『……응.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괜찮아.』
만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꽃이 피어나는 미소를 띠고, 나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러─브 러─브네여~』 정해진 문구를 이어 말하는 우사미는 당연하게 무시하고, 코마에다는 이번에야말로 이야기는 끝났다는 듯, 모니터 앞에서 떠나려고 했다.
거기서,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어라? 코마에다, 너 이런 곳에서 뭘 하는 거야.”
그러면서, 이 방에 있는 일은 드문 코마에다의 모습에 히나타는 살짝 눈을 크게 떴다.
거기에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코마에다는 되돌아봐서 대답한다.
“뭐냐니, 청소하고 있었는데?”
“아니, 어떻게 봐도 안 하고 있잖아, 지금은.”
“잠깐 쉬고 있었어. 나나미 씨와 여러 가지 이야기하고 있었거든. 그렇지, 나나미 씨?”
코마에다가 동의를 요구하자, 나나미도 짠 것처럼 끄덕이며 수긍했다. 히나타는 그것에 의아한 시선을 향해온다.
“나나미랑? 그렇다면 일부러 여기까지 안 와도 이야기할 수 있잖아.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그건──비・밀.”
“……너 말이야.”
놀리듯이 한 글자 한 글자 정중하게 말하자, 히나타는 어이없다는 듯이 힘을 뺀다. 그런 그를 더욱 연기에 빠뜨리려고, 코마에다는 한쪽 눈을 감아 보이면서,
“그렇게 알고 싶어? 힌트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인데.”
“……아, 그럼 나는 일이 있어서.”
“응, 일 열심히 해.”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코마에다는 컴퓨터 룸을 나갔다.
단 하나, 마음으로 결정한 일을, 숨기면서.
──그것이, 오늘의 낮의 일이다.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코마에다는 다시 그의 이마를 쓰다듬는다. 지금은 편히 자는 것 같아, 그것에 안심하지만 언제 또 악몽을 꿀지 모른다.
코마에다가 깨어난 이후, 특히 서로 마음을 주고받고 나서는 두 사람은 함께 자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었다.
방은 별도로 주어졌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침대는 어느 한쪽뿐이다. 그것을 알게 된 쿠즈류에게, 차라리 같은 방에서 지내라, 그렇게 욕을 먹은 적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부정한 목적으로 함께 자고 있던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에서 눈을 뜬 동료들은 절망에서 깨어나도, 꿈속에서 과거의 절망에 쫓기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악몽에 시달려 눈을 뜬 순간,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만으로, 고독하지 않다고 아는 것만으로, 구원받는 거다.
그것은 코마에다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신경을 쓴 히나타가 잠자리를 같이하게 된 것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 히나타라도, 아직 악몽 속에 있는 것이다.
한밤중, 눌리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고 있었다. 숨을 어지럽히면서 벌떡 일어나는 모습도, 공허한 눈으로 뜨는 것 같지만. 분명 자신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몇 번이나 자는 척을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안 좋다고 느꼈을 때는 무심코 말을 걸고 흔들어 일으키고, 그리고, 그의 이름을 부른다.
말로는 악몽이라고는 해도, 그 내용은 보는 당사자의 기억에 의한 것이다. 코마에다도 자신의 소중한 상대를 잃고 나면 자신의 손에 행운이 날아드는 꿈을 수없이 꾼다. 그때마다, 통증조차 잊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마음이, 다시 슬퍼지는 걸 느끼는 것이다.
그래도, 코마에다에게 있어서 그것은, 절망으로 떨어지기 훨씬 전부터 계속되어 온 일이었다. 이미 일상다반사다, 마음은 이미 낡고, 그 정도로 일일이 절망하거나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자신과 그를 함께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무엇보다도 히나타의 그것은, 절망 시대의, 카무쿠라 이즈루로서의 절망적인 과거만이 아니다.
히나타가 꾸는 꿈은──자기 자신이 사라지는 꿈.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자신』이 지워져 가는 자초지종이 매일 밤 상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그 후, 유일하게 그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던 나에기가 알려줬다.
그것은, 나에기만이 알고 있다, 알려줬던 일이었다. 매일 밤 잠자리를 같이해도 코마에다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왜 안 말해준 거야──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짊어진 것을, 그에게 떠넘기고 싶지 않다.
그래도.
히나타 군이라면, 그런 절망도 넘을 수 있어!
그리고 빛나는 희망을 손에 넣을 수 있어!
──라고, 이전의 자신이라면 말할 수 있었을 터.
하지만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그런 것은 단순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추상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라고, 지난 지금이라면 생각할 수 있다.
히나타가 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섬에 있는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어째서냐면 그는 약함을 아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함 때문에 인공 재능이라는 욕망에 져서, 자신을 잃고, 절망에 빠져, 그러나 지금은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그 위로 다시 한번 얼굴을 들며 걸어가고 있다. 그것을 강함이라고 하지 않으면 뭐라고 말할까.
하지만, 지금 그를 침식하고 있는 것은 그런 그 자신──카무쿠라 이즈루로서의 자신이다. 히나타는 그것을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 맞서고 있다.
그러니,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렇게 곁에 있는 일 정도. 안타깝게도 이젠 오로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이런 상태의 히나타를 절망인 츠미키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다. 뭐, 그런 사람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에게 절망이라는 과거를 똑똑히 과시하고, 마음을 상처입힐 존재일 것이다.
그래도, 코마에다에게는 츠미키 미캉이 어떻게 되더라도 자신은 상관없지만, 히나타는 그렇지 않다. 그 때문에 남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괴로워하고, 심로를 늘리고, 결과적으로는 괜히 신경을 긁히게 되더라도, 히나타 하지메는 그녀를 버리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뭐, 그런 착한 점도 결국 좋아하게 됐지만.”
하아, 무거운 숨을 토해낸다. 헝클이며, 곧은 히나타의 머리에 손가락을 대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랑스럽게, 존귀하다는 듯이 그의 형체를 확인하도록.
『초고교급 희망』 카무쿠라 이즈루는 확실히 희망인 재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재능은 히나타 하지메인 그가 가져야만 희망이 있다고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코마에다는 지금의 히나타 하지메를 좋아하는 것이다.
원래라면 단순한 예비 학과로, 아무런 재능도 없는 일반이라서, 그러니까 인공적으로 주어진 큰 재능에 곧바로 무너져 버릴 것 같아, 실제로 한 번은 사라졌을 터였는데, 그대로 지금 이렇게 아슬아슬한 곳에서 계속 싸우고 있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어쩔 수 없는 자신조차 버리지 않고 받아들였다. 살라고 말했다.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그때까지 단지 희망이라는 어렴풋한 희망에 매달려 살아온 자신을 부정하고(두려워하고) 논파해, 마음을 받아주었다.
그 순간부터 코마에다 나기토가 사는 의미는 히나타 하지메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간과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그를 괴롭히는 것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히나타 군. 내가 너를 지키다니, 그런 건방진 일은 없겠지만. 하지만──.”
──나나미 씨도 그렇게 말했으니까 말이지.
사실은, 자신 같은 게 끼어들 일은 아니겠지만. 분명, 이대로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 어떻게든 될 일이겠지만.
하지만, 그런 여유 같은 건, 사실은 있는 것 같아도 없다.
이주일, 나에기에게 전해 들은 기한까지, 앞으로 일주일 정도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때까지 그녀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일에 분명 그는 마음이 괴로워질 거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니까, 코마에다 나기토는 결정했다. 이건 분명 쓸데없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츠미키 씨 정도라면,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왜 살아있냐고? 그거야, 뻔하지.
5.
해 질 녘, 츠미키는 침대에 누워서 졸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연달아 내객을 받아내서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지쳤다. 소니아를 시작으로 히나타, 오와리, 소우다, 한 번 더 소니아……그런 반복. 이야기를 거는 것에 반응을 돌려주지 않아도, 그곳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정되지 않는다. 겨우 혼자가 된 지금, 긴장을 늦출 수 있게 된다.
설마, 이렇게 자신을 지치게 해서 세뇌라도 하려는 생각인가, 그런 생각이 지친 머리에 떠오른다. 그런 것에는 절대로 지지 않지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쪽이 얼마나 절망을 속삭여봤자, 여기에 있는 모두가 절망에 시달리지 않는 현실에도 질려 있었다.
처음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보통 “ ”의 문병을 하러 온 것처럼 부드럽게 이야기를 하고 가는 그들에게, 서서히 자신까지, 정말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자신에게 “ ”같은 건 있었던 적이 없으니까. 그들이 자신의 “ ”일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가슴이 술렁여서 진정되지 않는다. 간질간질 뭔가 따뜻한 같은 것이 솟구쳐 온다.
그 감정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자각해버리는 건 자신으로서는 용서할 수 없었다.
목숨을 끊을 생각은 없어졌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섬에서 나가기도 어려운 듯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들을 절망시키는 것인데──자신이 절망을 희석되면 어쩌자는 건가.
아아,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고조차 성가시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소니아가 저녁 식사를 가져온다. 그 전에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있고 싶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잠든다.
하지만 그 귀에, 점점, 또 완전히 귀에 익숙한 노크 소리가 닿고, 츠미키는 깜짝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번에는 누구일까. 소니아가 오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 시간에 다른 누군가가 온 적은 지금까지는 없었다.
경계하면서 들어오는 모습에 눈을 부릅뜨고 있자──들어온 그는 그런 츠미키의 모습에 싱긋,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녕, 츠미키 씨. 생각했던 것보다도 건강해 보이네.”
“코마, 에다 씨……?”
팔랑, 왼팔을 들어 올려 휘두르면, 알맹이 없는 소매가 스륵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주제넘을지도 모르지만, 나도 일단 네가 걱정됐으니까 말이야. 병문안이라는 걸 해봤어.”
커튼이 열려있는 창문에서는 새빨간 석양이 보인다. 그것을 등진 츠미키의 얼굴은 역광을 받아내고, 코마에다의 위치에서는 그림자가 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각도에 의해 겁먹은듯한, 화내는듯한, 복잡한 표정이 엿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코마에다에게 있어서 익숙한 것이다. 에노시마 쥰코를 싫어해 희망을 바란다고 공언하고 있었던 코마에다는 츠미키에겐 상당히 적대시되고 있었기에.
신세계 프로그램에서는 서로 첫 대면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절망적인 기색은 그립게 느껴지지만,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이랬다.
“처음엔 히나타 군이랑 같이 올 생각이었는데, 바쁜 것 같아서 말이야. 혼자서 와버렸어.”
“거짓말이네요.”
“뭐, 그렇지. 사실은 처음부터 혼자서 올 생각이었어.”
“……뭘 하려고 왔나요. 당신은, 저 같은 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잖아요?”
“응, 맞아. 하지만 말이야, 공교롭게 히나타 군에게는 그렇지 않단 말이지……그러니까, 어떻게 해줄 수 없을까?”
쓴웃음을 하면서, 팔랑팔랑 왼쪽 소매를 흔들며 계속한다. 그것이 성가셔서 츠미키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보다. 그 사람의 왼손은 어떻게 했나요.”
깨어나고 나서 쭉 신경 쓰이던 일이다. 그녀의 왼손을 빼앗고 달아난 코마에다를 츠미키는 아직 용서하지 않았다. 이 섬에서 재회했을 때, 주위에서 말리지 않았으면 그 시점에서 그것을 되찾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아, 그거?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 없어졌었어. 재가 돼서 바다에라도 뿌려진 거 아닐까?”
“! 그걸 용서한 건가요?!”
“나도, 프로그램 사이에 벌려진 이쪽에서의 일은 어쩔 수 없어. 만약, 네가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 아니야?”
“윽…….”
바보 취급당한 것 같아, 츠미키는 확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않아, 라고 충동적으로 대꾸할뻔해서, 하지만 꾹 참았다.
감정에 맡기고 비논리적인 말을 거듭하여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이용당할 틈을 보이게 될 뿐이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의 일부가 빼앗기고, 잃어버린 그 사실은 매우 절망적이며, 츠미키는 그 생각에 잠시 젖었다.
──하지만 그런 절망적인 기분이 되면서도, 한편, 츠미키는 안도하고 있었다.
저절로, 정신이 나간 미소가 떠오른다.
아아, 그렇다. 이 느낌이다. 피부를 뜨겁게 하는 이 절망적인 감각.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거처. 그 사람이 있던 장소다.
“……역시, 당신은 저를 비웃으러 와줬네요오.”
어딘가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 방에서 눈을 뜨고서,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면, 그때마다 하는 것은 미지근한 말뿐이라서, 정말로 상태가 이상해져 곤란하다. 하지만 역시──이 남자만은 변함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코마에다는 건성 거리는 모습으로 침대 옆의 의자에 앉으면서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응? 그런 거 아니야. 너를 비웃다니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잖아. 주제넘을 수도 있지만, 이래 보여도 나도 걱정하고 있어.”
“예, 그건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
속이 뻔히 보이는 말을 입에 담자, 생긋 웃으며 대꾸한다. 역시 의표를 찔렸는지 순간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히나타 씨가 소중하나요.”
“……뭐야, 들켰었나. 뭐, 어차피 소우다 군이겠지.”
“잘됐네요오. 당신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니.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자, 알겠죠? 저기저기, 그렇다면, ──알고 계시죠?”
그렇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고귀한 일이라고. 그녀를 떠올리고 황홀한 표정이 된다. 녹을 것 같은 눈동자를 코마에다에게 향하면서도, 거기에는 그녀의 허상밖에 비추지 않았다.
“분명 당신에게 있어서 히나타 씨가 그렇듯이, 저에게는 그 사람이 전부예요. 그 사람이, 그 사람만이, 저를 용서해 준 거예요. 저에게 있어선 영원한 존재예요. 그 이외엔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러니까 이제, 내버려 둬주세요. 아니면──당신도 함께 절망해 주실 건가요오?”
“그건, 거절할게.”
“아니면, 히나타 씨, 저에게 주실 건가요? 저기, 당신을 사랑해 주시는 히나타 씨라면, 분명 저도 봐주시겠죠? 저만을 바라봐주시겠죠? 용서해주시겠죠? 아니면──당신이 용서해주실 건가요오?”
저기, 저기, 어떤가요??
그렇게 속삭이면서 얼굴을 대고, 그의 얼굴을 아래에서 올려다본다. 공허한 눈동자를 글썽이고, 회색 눈동자를 똑바로 꼼짝 못 하도록 시선을 붙잡는다. 정면에서 마주 바라본 코마에다는, 하지만 바로 눈을 돌리고, 구토가 났다는 듯이 입가를 오른손으로 덮었다.
그건 언뜻 보면, 츠미키에게서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르다. 그렇지 않다.
그는, 도망치지도 숨을 생각도, 전혀 없었다.
“……아아, 정말로, 절망적이네…….”
툭. 덮은 손 사이에서, 쉰 목소리의 중얼거림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 바로 후에, 그는 키득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뭐──뭐가 이상하나요!”
“아니, 뭐, 그거야, ……그렇지?”
그렇게 말하다 말고, 또 참을 수 없다는 듯 계속 웃는다. 계속 킥킥 웃는다. 그리고, 계속 비웃는다.
그 웃음소리에 오싹, 피부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거기에서 풍겨오는 것은──광기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그리고 그런 웃는 어조로, 코마에다는 노래하듯이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은, 용서받는 것은, 요구되는 것은 행복이야.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하지만 말이야……너는 왜 그것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행복은 언젠가 없어지게 돼. 그것을 잃는 불운이 반드시 찾아와. 그런 것도 모르면서, 너는 사랑을 원했던 거야?”
“뭐──.”
“하지만 잃은 지금은 어때? ──절망……이지. 잘된 게 아니야, 절망이야. 네가 무엇보다도 원하고 있던 절망이야. 그 녀석도 그걸 바라고 있는 거야……너에게 보다 깊은 절망을 선물해준 거라고.”
“그런 거…윽 당신한테 안 들어도 알고 있어요!”
“정말로? 그렇다면 말이야, 좀 더 기뻐하면서 절망해야지. 자, 그 녀석처럼 말이야? 뭔가 미지근하거든, 너.”
“……윽.”
갑작스러운 표변에 압도당했다는 듯이 츠미키는 일순간 말을 잃었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린다.
이것이 코마에다 나기토의 수법이다. 흘러가서는 안 된다.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런 건 자신은 충분히 알고 있다──그럴 터다.
“윽, 역시, 변하질 않네요……그렇죠, 당신 같은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뀔 리 없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처음부터 절망──.”
“저기 말이야,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거든.”
“어…….”
그렇게, 확 내뱉어진 말에 츠미키의 목소리는 끊겼다. 그것에 개의치 않고 코마에다는 자신의 말을 늘어놔버린다.
“우선 나로서는 네가 절망하지 않았어요, 라고 말해서, 그걸로 미래기관을 납득시켜주고, 히나타 군의 마음고생이 줄면 그걸로 좋거든.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 뭐, 하지만 히나타 군은 상냥하니까, 널 정말로 낫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긴 한데.”
그렇게 말하고, 하아, 고개를 숙이며 멋대로 지친 한숨을 내쉰다. 그런 그를 눈에 비추면서, 츠미키는 자신이 그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아아 안된다. 이해할 수 없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그저 그저 그 목소리는 귀에 불쾌한 노이즈로밖에 닿지 않는다. 그저 그저 휘저어진다. 휘둘린다.
그의 어지럽게 내질러지는 말의 탄환에 따라가지 못한 시점에서, 농락된 시점에서, 츠미키는──그의 술책에 휩쓸려 있었다.
“저기, 그래서 너는 아직 절망하고 있는 거야?”
“──윽.”
그리고 다시 한번 고개를 든 그의 눈에는 여실히, 혐오가 깃들어 있었다.
그것은, 그리운 눈이다. 일찍이 『초고교급 절망』에 물든 사람에게, 그는 항상 이 눈을 향했다.
『초고교급 절망』 중에서도 코마에다 나기토 만큼 이질적이었던 자는 없다.
그는 희망을 추구하며 절망으로 떨어졌다. 아니 다르다, 원래 그의 성질은 절망이었는데, 그런데도 그는 희망을 추구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은 또한 절망이라고 불리는 몸이면서도, 희망을 사랑하고 절망을 싫어한다.
그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왼손을 빼앗는다.
그런 모순투성이의 존재. 모순밖에 없는 존재. 위화감밖에 없는 존재. 무슨 소리를 들어도 모르는 존재.
아아 그렇다. 코마에다 나기토는 애초에 모순투성이의──망가진 인간이었다.
“저기, 츠미키 씨?”
차가운 눈으로, 깔보는 눈으로, 그는 절망인 자신을 내려다봤다. 단지 거기에 있는 것은──증오의 시선. 그것에 츠미키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런 츠미키의 모습을 확인한 코마에다는, 하아, 지친 듯 숨을 내쉬었다.
“저기 말이야……나 따위가, 초고교급인 너희를 싫어하다니, 그런 건방진 일은 없을 텐데. 그런데도 예전부터 넌 엄청 짜증 났었거든. 넌 나 따위와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그런 큰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어째서 항상 벌벌 떨고 있는 거야. 좀 더 가슴을 펴면 되잖아. 나 따위가 말하는 것에 그렇게 일일이 무서워하고 말이야, 왠지 이쪽이 잘못한 것 같잖아.”
“윽, 당신에게 듣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라도, 자신에게는 대단한 재능이 없다니,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니, 그런 거짓말만! 사실은 저희를 깔보고 있었겠죠, 그렇죠? 재능이 없다고 시치미떼면서, 초고교급 재능을 깔본다. 그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겠죠오?”
“……놀라운데. 설마 너한테 그런 식으로 생각되고 있었다니. 왜 내가 너희들을 깔본다는 거야?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대단한 재능도 가지지 않은 내가, 그런다고?”
“그럴 리 없어요! 당신에게 치켜올려지고, 그때마다 제가 얼마나 기분이 나빴는지 알고 계시는가요? 모르겠죠? 당신은 자신에게 자신이 있으니까 그럴 수 있어요!”
“나도 자신 없어. 여하튼 나는 너희들처럼, 희망에 알맞은 재능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재능 같은 건 상관없어요! 재능 같은 게 있어도, 누구에게도 용서받을 수 없어. 그 사람 말고는 용서해주지 않았어! 당신 따위가, 제 기분을 이해할 리 없어요!”
그 말에, 코마에다를 둘러싼 공기가 싸아 차가워졌다.
“……재미있는 말을 하네. 재능 같은 건 상관없어? 부럽네.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니. 너는 정말로 재능에 얽매여 있지 않구나. 저주받지 않았구나. 너의 재능은 너에게 있어선 그 정도구나. 그 정도의 재능이구나. 아아 그런가, 그래서 너희는 간단하게 희망을 버리고 절망에 빠진 거구나. 그렇다면 넌 이제 자유잖아. 더 잃을 건 없어.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윽.”
아니야! 큰소리로 반박할뻔해서, 하지만 그 말은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왔다.
──하지만, 뭐가, 아니지. 뭘 그렇게나 부정하려는 거야?
재능을 바보 취급당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런 거, 그 사람의 도움이 되기 위한 도구로밖에 아니──────『──였나, 정말로?』
──아.
『──정말로, 그런가요?』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정말로 너에게 있어서 너의 재능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였어?”
『그 재능은 무엇을 위해 있나요?』
그것은, 그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렇게 쉽게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는 거야?”
『누군가에게 원해졌던 건가요?』
그의 목소리에 겹쳐 들리는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지독히 익숙한 것으로.
“그 녀석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만 있는 거야?”
『나는 이 재능을 재능이 재능의 재능이 아니라────.』
그것은 그것은 그것은 그것은────이것은, 내──목소리에 겹쳐져, 그가 소리 높여 노래했다.
“──그건 틀렸어! 무슨 짓을 하든 간에, 자기 자신으로부터 떼어낼 수 없으니까 비로소 『초고교급 재능』이 아닐까!”
“────시끄러워요오!!”
밖에서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외침을 싹 지우려고 배 밑에서부터 소리를 질렀다.
모든 목소리를 거절하는 것처럼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세계의 모든 것을 거부하는 것처럼 침대 위에서 손발을 움츠리고.
목이 마를 정도로 목소리를 높인 그 후에, 그 몸은 힘을 다 써 버린 것처럼, 털썩 침대에 쓰러졌다.
휘저어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은 참담한 모양으로 그 얼굴을 가리고, 그 아래에서 흐느껴 우는 목소리가 들려 온다.
“싫어요……이제, 용서해줘……아무도 나를 용서해주지 않아……용서해준 건 그 사람뿐…….”
그저, 그저, 그것만을 계속 중얼거린다. 내몰린 아이와 같은 그 모습에 코마에다는 연민조차 머금은 눈으로, 탄식했다.
“나는 히나타 군이 아니고. 그 녀석도 아니니까, 너를 용서할 수 없어. ……하지만, 왜 그렇게 용서받고 싶어 하는 거야?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거야? 너는, 그렇게 확실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두는, 너를 괴롭히거나 하지 않아. 용서하려고 하는데, 말이야.”
말하면서, 코마에다는 천천히 코트 안쪽에 손을 넣는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그것을 목격한 츠미키는, 그가 꺼낸 물건에, 다시 경계로 몸을 경직시켰다.
“──읏.”
칼날의 은이, 저녁놀의 빨강을 비추어, 마치 피로 젖은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그 소유자처럼 위태로움을 가지고, 반짝, 야릇하게 흔들렸다.
코마에다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게 오른손에 든 그것을──칼을, 흔들며 웃는다.
“싫네. 그렇게 경계하지 마. 그냥 과일칼이야. 딱히 너를 상처입힐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야.”
“윽, 그런 것,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무슨 말이야. 너처럼 굉장한 재능의 소유자를 나 따위가 어떻게 해볼 생각을 할 리가 없잖아! 뭐, 네가 정말로 절망에 떨어지고 있는 거라면, 죽어 주는 편이 나중에 희망으로 연결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히나타 군은, 널 믿고 있어. 지금도, 너는 자기들의──동료라면서, 말이야.”
빙글빙글, 위태롭게 칼을 갖고 놀던 코마에다는 갑자기 그 손을 멈추었다.
그 손안의 칼날을 츠미키가 주시하고 있자, 그는 갑자기, 예쁘게, 웃으며.
“그러니까 나도 너를 믿어 볼게. ──『초고교급 보건 위원』 츠미키 미캉 씨.”
그리고 코마에다는 셔츠의 옷자락을 걷어붙여, 그대로 역수로 쥔 칼을──자신의 배에, 꽂았다.
“무슨──?!”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코마에다는 대담하게, 자신에게 칼날을 찌른다. 그 터무니없는 행동에 츠미키가 아연실색하고 있자, 코마에다는 나이프를 단번에 뽑아 버렸다. 적색의 흔적을 남기며, 가벼운 소리를 내고 칼이 떨어진다.
그 상처에서는 예상 이상으로 심하게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단지 찌를 뿐만 아니라 후벼판 건가, 머리 어딘가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는 츠미키의 눈앞에서, 그 피의 안에서, 그는 무릎을 꿇었다.
“뭐, 뭐 하는 건가요!”
“뭐라니, 보면 알잖아……윽.”
몇 방울 튄 피를 뚝뚝 떨어트리며 웃는 얼굴은 너무나 창백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그 미소는 허세도 무엇도 없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였다.
마치 다치는 일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마치 죽는 일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아아, 그것은 확실히 몹시 그다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의미 따윈──생각하고, 그리고, 설마, 라고. 츠미키는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저를, 시험하는 건가요.”
“──…….”
츠미키가 도달한 대답에, 후, 웃은 직후. 가느다란 몸을 휘청거리나 싶었더니, 코마에다는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털썩, 생각했던 것보다도 무거운 소리가 리놀륨으로 된 바닥에 울렸다. 그 사이에도 그의 몸 밑에, 철철 붉은 핏물이 퍼진다.
“아──.”
그것을,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머리가 새하얗게 되었다. 그저, 그래도 츠미키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뭘 무서워하고 있는 건가요. 난.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알아서 죽잖아요.
알아서 자신을 찌르고, 알아서 죽어 가는데, 그걸 보고 왜 내가 이렇게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면 안 되나요.
어째서 이 손발은──지금이라도 그를 돕기 위해, 움직이려 하는 건가요.
『츠미키는 모두를 도우려고, 그렇게나 노력하는 거 아니야?』
“그런, 그런 것……옛날이야기에 지나지 않아요……!”
머릿속에 떠오른 목소리에, 부정의 방향으로 고개를 젓는다. 필사적으로 지우려고 하는 그 눈은, 하지만 눈앞의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아, 이대로 두면 나ㅡ에 ㅡ어버릴 거야.
자연스럽게, 그런 일을 생각하고, 고개를 젓는다.
그런 일, 지금의 나하고는 상관없다. 눈앞에서 한 명 죽어봤자, 그런 건 새삼스럽다.
지금까지 몇 명이나, 절망으로 이끌어 왔다.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여러 목숨을 빼앗고, 죽게 내버려 두고, 절망시켜서, 절망해 왔다.
그런데, 어째서, 이제 와서.
눈앞에서 상처를 입는 그를 보면서.
──이렇게,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일까.
아아, 이것은 절망과는 다르다. 이렇게 타들어 가는 충동은, 그것과는 전혀 정반대였다. 전혀 정반대로──하지만, 그것이 나였다.
──처음에는 재능 같은 건, 상관없었다.
예전부터 눈치만 살폈고, 그래서 나는 사람의 변조도 알아차리기 쉬웠다.
상처만 입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자연스럽게 그 기술이 몸이 배였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보건 위원이 되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서 도움이 되고, 그것이 기뻐서, 나는 노력했다. 그때는 감사하고 있던 누군가가, 다음에 만났을 때는 나를 멸시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고 해도,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리고, 그사이에 깨달았다.
누군가를 치료하는 그 순간, 상처 입은 그 누군가는 나보다도 약해서. 나를 의지할 수밖에 없어서. 내가 필요하다고 해주니까. 나를 무시하지 못하는 거라고──그렇게 눈치챈 순간,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꼈다.
그러니까, 나는 치료를 계속했다. 보건 위원으로 계속 있었다. 내가 여기에, 있기 위해서.
간호사의 길에 뜻을 두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그랬더니 주위에는 나 따위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뿐이라서. 하지만, 그중에서 『초고교급』으로서 키보가미네 학원에 선택된 것은 나였다. 머리가 나쁘고, 둔해 빠지고, 따돌림당하고 있는 나였다.
그러니까 내 재능 같은 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나는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니, 생각해본 적 없다.
게다가 이것은, 이 기분은, 재능 같은, 그런 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좀 더 다른 것.
그렇기에 나는──『초고교급 보건 위원』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몸에 밴 재능이, 아니──본능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사명감이, 어디에선가 되살아난다.
──눈앞에 부상자가 있다. 약해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왜 나는 그것을 도우려 하지 않는 거야.
그런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려 왔다.
그것은 왠지 그리운 목소리처럼 느껴졌다.
항상 마음 깊은 곳에 억누르고 있던 목소리였다.
그것은 저주처럼 몸을 움직인다. 마음을 움직였다. 혈류가 술렁이기 시작해, 그를 치료하라고 호소해 온다.
눈앞에서, 약해지고 있는 사람을 돕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음. 항상 틀어막았던 그 마음은 진정되지 않아서, 아아, 너무 절망적이라고 할 수 없어서.
그렇지만 이 순간이야말로──살아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느꼈다.
깨달았을 때는 시트를 찢고 있었다. 부상자의 상태를 재빨리 확인하면, 찢은 시트를 대고 상처를 압박한다.
아주 자연스러운 동작은 몸에 배어든 그것. 가볍게 그의 뺨을 두드리면서, 츠미키는 그 이름을 다급히 불렀다.
“코마에다 씨, 코마에다 씨, 저기, 대답해주세요.”
“……큭, 어라, 무슨 일이야, 츠미키 씨……?”
“윽, 그렇게 많이 말하지 않아도 돼요!”
“……니, 그렇게, 조급해 하지 않, 아도, 괜찮, 다, 니까.”
“됐으니까 입 다물어!”
손을, 옷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환부를 압박하자, 출혈이 약간 누그러졌다. 하지만 이걸로는 임시방편의 응급 처치밖에 안 된다.
그렇다, 여기는 의무실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냈지만, 선반에는 전부 열쇠가 걸려 있어, 손에 닿는 곳에 치료 도구는 아무것도 없다. 항상 들고 다니고 있던 자신 전용의 그것도, 지금은 빼앗겼었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이대로는 손쓸 방법이 없다. 하지만──포기하지 않고 츠미키는 최대한의 조치를 했다.
코마에다의 상처는 찌른 것뿐만이 아니라 도려낸 탓에 상당히 깊게 보였다. 무엇보다도, 주저 없이 칼을 뽑은 탓에 출혈이 심하다. 어쩌면 굵은 혈관, 어떤 장기를 다쳤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것은 확인할 수 없다.
수술이 필요한 부상이라면 마땅한 설비가 갖추어진 방이 아니고서는 치료할 수 없어서──아아, 이 섬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겠지만──그래도 적어도 수혈팩은 없는지, 주위를 둘러 보도 비슷한 것은 발견되지 않아서, 입술을 깨문다.
지금, 자신 혼자서는 그 한 사람 살릴 수 없는 것이 분했다.
──이때, 그녀는 깨닫지 못했다.
의무실에서의 이변은 감시 카메라를 통해 재빨리 나나미에게 감지되어, 섬에 있는 동료들 전원에게 이미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복수의 발소리가 복도에서 달려오는 것도.
지금의 그녀는 그런 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그 의식에 있는 것은 눈앞에 쓰러진──환자뿐이었다.
“코마에다 씨, 죽으면 안 돼요. 절대 죽으면 안 되니까요!”
“으, 응……엄청, 엉뚱한, 말을 하네…….”
“그러니까,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렇지만, 안, 그러면, 바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 도중, 끄덕, 고개를 숙인다. 얼굴을 찡그리면서 츠미키는 적절한 조치를 베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렴풋이 눈을 다시 뜬 코마에다는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움직였다.
“왜 그러나요.”
그 입가에 귀를 가까이 대자, 숨이 빠져 쉰 목소리가 들려왔고.
“──히나타 군에게는──…….”
“……어.”
작게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들이댄다. 띄엄띄엄 말하는 그 말을 들은 츠미키는 찰나 놀라움에 눈을 부릅뜨고, 그리고 거기에는 확실한 사명감의 빛이 켜졌다.
영혼에, 본능에, 불꽃이 타오른다.
이제, 아무것도 망설일 여지는 없다.
츠미키는──힘차게 그에게 고했다.
“당신은 제가, ──죽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 문이 열렸다.
──내가 사는 이유는.
끝.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하얀 천장이었다.
본적 없는 천장이다. 얼굴을 옆으로 돌려 방의 모습을 확인하고, 아아, 의무실인가, 하고 간신히 알았다.
등에 느껴지는 건 딱딱한, 침대의 감촉. 그다지 감각은 없지만, 오른팔에는 가느다란 관이 뻗쳐져, 그것은 링거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살았나──역시.
딱히 감회도 없이 그런 걸 생각했던 코마에다가, 아까까지의 반대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거기에는 의자에 앉은 히나타가 시무룩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히나, 타 군.”
생각했던 것보다도 오래 의식을 잃은 모양이다. 처음에 쉰 목소리밖에 새지 않아, 억지로 목소리를 내려고 하니 배 근처에 통증을 느꼈다.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에게로 눈을 돌린다. 그것을 본 히나타는 아까까지의 언짢은 듯한 얼굴을──걱정의 표정을 완만하게 무너뜨리고, 코마에다 위로 덮쳐 오는 것이었다.
“……눈을 떠서, 다행이다.”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느낀다. 이쪽을 신경 써서 체중을 걸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겠지, 그런 그는 작게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등에 팔을 두르려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코마에다는 조금 얼굴을 움직이며, 그 이마에 입술을 붙인다.
“미안해.”
가볍게 닿으려 했던 한 입술은, 하지만 그쪽에서 피하듯이 떠나버려 닿지 않는다.
아아, 아쉽네, 태평하게 생각하고 있자, 그 대신에 양 뺨을 양손으로 꽉 잡힌 채로.
“정말이야, 이 얼간이! 멍청아!”
“우, 와……평소보다, 너무하, 네.”
마치 어린아이 같다, 그렇게 내심 쓴웃음을 짓고 있자, 히나타는 기가 막힌 듯 입술을 씰룩댔다.
“당연하잖아. 나 참, 넘어져서 과일칼로 배를 찌르다니, 뭐 하는 거야 너……! 츠미키 덕분에 큰일이 되지 않고 끝났으니까. 제대로 고맙다고 하라고.”
그것을 듣고 코마에다는 이번에야말로 복받쳐 오르는 기분을 숨기지 않고 표정에 드러냈다.
아아, 마지막으로 부탁한 걸 그녀는 성실하게 지켜줬구나. 그 거짓말에 속아 준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오른다.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고, 목멤을 누그러뜨린다. 아까보다도 숨쉬기 편해진 것을 확인해, 코마에다는 혀를 적시고 재차 입을 열었다.
“그래도 목숨에 지장은 없잖아? 이 정도의 상처로 너에게 걱정받다니 역시 나는 행운이야.”
“……아아. 그토록 성대하게 출혈하고 있던 것에 비해서는, 중요한 혈관도 장기도 다치지 않았어. 여기의 시설과 츠미키의 조치만으로 충분했던 걸 감사하라고?”
“네─.”
“그거랑 앞으로는 더 제대로 조심하고 다녀.”
못 박듯이 눈을 마주쳐 오는 히나타에게 코마에다는 빙그레 웃었다.
“히나타 군, 정말로 날 걱정해줬구나…….”
“……왜 얼굴을 붉히는 거야, 어이. 난 진짜로 걱정했으니까!”
“후후. 나 따위가 너에게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 그래도, 너의 그런 얼굴을 볼 수 있다니, 역시, 굉장한 행운이야!”
평소의 상태로 그렇게 말해보자, 히나타는 뺨을 경련시켰다. 잡고 있던 코마에다의 뺨을 그대로 좌우로 당기면서, 코끝이 닿을 거리까지 얼굴을 대고,
“너, 상처가 나으면 기억해두라고……?”
“……별로, 지금 당장이라도 나는 좋은데?”
질리지 않는 모습으로, 도발하는 듯이 곁눈질을 향하는 코마에다에게 히나타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그 뺨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떨어졌다고 생각한 그것은 코마에다의 눈앞에서 가볍게 쥐고, 그리고,
“아얏.”
엄지손가락에 걸고 나서, 기세를 붙여 튕긴 집게손가락은, 탁 좋은 소리를 내며 코마에다의 이마에 닿았다.
“너무해, 히나타 군……나 부상자인데.”
“시끄러워. 이래 봬도 봐준 거니까.”
“하지만……이건 히나타 군이 새겨준 자국이지. 소중히 할게!”
그러면서, 약간 부어오른 이마를 하고 웃는 코마에다의 머리를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히나타는 휘저었다. 받는 대로 있으면서 코마에다는 솟아오르는 웃음을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 그런 두 사람을 불편한 듯이 지켜보고 있던 또 한 명이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저, 저기이, 실례해서 죄송하지만, 히나타 씨. 코마에다 씨는 아직 안정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요오…….”
그 목소리에, 코마에다는 깜짝 놀란 듯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러나, 곧바로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고 침대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경계를 뒷전으로, 히나타는 그녀에게 “미안, ”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돌려주었다.
아아 그렇지, 그 사실에 생각이 미친 코마에다는 몸에서 힘을 빼고, 재차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츠미키 씨……너에게는 답례를 말해야겠지.”
“헤, 히, 아뇨.”
말이 걸린 츠미키는 놀라움에 뛰어올랐다. 어디에서 들고나온 걸까, 간호사복을 몸에 두르고, 무료한 듯이 링거를 안고 있다.
“츠미키 씨. 고마워.”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단번에 거동이 수상해져 시선을 방황하기 시작했다. 곤란한 듯이 눈썹을 숙이는 그녀는, 왠지 그리우면서도 흐뭇하다고조차 생각되는 것이었다.
“우, 휴우……저기, 코마에다 씨, 정말로 안정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오……그, 당분간은 히나타 씨도 인내의 아이 1로 있어야 해요!!”
“츠, 츠미키……너, 무슨.”
“하지만 바람피우는 건 안 돼, 히나타 군.”
“안 펴!”
히나타의 전력의 태클을 귓전으로 받아내고, 찌─잉하고 이명이 드는 것을 느끼면서, 코마에다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확인한다.
그녀는 이제, 절망하지 않는다고.
불안하게 히나타와 코마에다를 보는 눈에서는 그 어두운색이 사라지고 있어, 그 표정에는 익숙한 절망의 색은 없었다. 히나타의 말로 보아하니, 코마에다의 부상을 치료한 것도 그녀인 것 같다.
자신이 자는 사이에 사태는 바뀐 것 같았다. 그것은 아마, 좋은 쪽으로.
“다행이네, 히나타 군.”
“……아아, 그러네.”
히나타는 무언가 복잡한 얼굴로 코마에다를 봤지만, 살짝 미소짓고, 코마에다의 말에 수긍했다.
그런 두 사람을 츠미키는 애절한 표정을 짓고.
“정말, 두 분은 사이가 좋으시네요오……조금, 부러워요.”
“츠미키, ”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에 그림자가 걸렸다. 하지만 그것은 절망의 그것이 아니라,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린 아픔 같았다.
그런 그녀에게 돌아서서 히나타는 머리를 숙였다.
“다시 한번, 고마워.”
“……아니요. 히나타 씨도 도와주셨잖아요. 게다가, 저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걸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에요. 그렇지만, 감사해요.”
“아니, 왜 내가 고맙다고 듣는 거야?”
“……그때. 다치신 코마에다 씨를 앞에 두고, 히나타 씨는 모든 걸 저에게 맡겨 주셨어요. 제 일을 믿어주셨어요. 저를 믿어주셨어요. 그러니까.”
망가지기 쉬운 소중한 것을 끌어안듯이, 츠미키는 가슴 앞에 살짝 손을 대고, 눈을 내리깐다.
“떠올렸어요. 떠올리고 말았어요. 약해져 있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 치료하고, 도울 일이 생겼을 때의, 기쁜 마음. 고맙다고, 들을 때마다, 구원받는 기분. 계속, 계속 잊고 있던 것. 잊으려 하고 있던, 것.”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눈을 감고, 길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그것을 천천히 토해내면서, 츠미키는 말을 이었다.
“……저는, 절망을 위해, 많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았어요. 구할 수 있는 생명을 구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오래 살지 못하는 목숨을 굳이 오래 끌어서, 고통을 주기도 했어요. 전부, 제가, 저의 의지로, 그 사람을 위해서.”
떠올리면, 그 무렵, 절망 속에서 마비되어 있던 마음의 아픔이, 지금은 확실히 느껴졌다.
하지만, 정말로 괴로운 건 떠올렸다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괴로웠어. 누군가를 상처입힐 때마다,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 같기도 해서, 그래서 절망적이었어. 그걸로 좋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츠미키는 얼굴을 들었다. 울 듯한 얼굴로, 하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고, 지금까지 자각하고 있지 않았던, 『그 사람』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 가슴의 안쪽에 감추고 있던 그것을, 고한다.
“사실은, 싫었어. 항상 항상, 싫어했어요…….”
“츠미키…….”
히나타가 부르자, 그 눈동자가 순간, 주저로 흔들렸다. 더 이상의 말을 입에 담는 것은, 분명, 절망에 대한 배신이 된다. 그래도, 깨달아버린 마음은, 절규하기 시작한 마음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잊지 않았어요. 잊을 수 없어요. 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살아올 수 있었어. 그건 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
가슴에, 소중했던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도, 그 눈동자는──앞을 향하는 빛을 띤 채.
그 얼굴에 절망의 어두운 그림자는 없고.
다만, 쓸쓸한 듯이 웃고 있었다.
“……다치고 약해진 코마에다 씨를, 도우려고 했던 지금의 저는 이제──절망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요, 그렇죠.”
좋아하지 않았고, 적대시하고 있던 그였는데도, 버릴 수가 없었다. 구해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다는 일이, 기쁘다고, 생각해 버렸다.
──아아, 죄송해요. 나로서는, 당신의 뜻을 이루지 못했어요.
그렇게, 말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몸 안이, 절망을 버리려고 하는 자신에게 벌을 주려는 듯이, 환상의 아픔을 호소한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대가.
그 아픔을 소중히 안고 있으면서도 그림자를 뿌리치듯 츠미키는 의연하게 가슴을 폈다.
“……당신들을 동료라고는, 아직 인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당신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나는──죄를, 갚고 싶어. 그토록 많은 생명을 빼앗아 놓고, 절망의 잔당이 우습다고도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저는──자신보다 약한 누군가를 치료해 줄 수 있는,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뺨에 한 줄기,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고하는 그것은, 본심에서 나오는 것으로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그러니까, 여러분과 함께 있게 해주세요. 제가, 누군가를 돕기 위해, 갚기 위해서, 그걸 위해서.”
그리고, 몸의 앞에서 양손을 모으고, 늠름한 표정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츠미키가 머리를 숙인 순간.
“아얏.” “우왁.” “꺅.” “너, 위에 올라타지 말라고!”
복수의 목소리와 함께, 방문이 걸리는 무게에 이기지 못하고 열리자마자, 거기에서 눈사태를 일으켰던 것처럼, 밖에 있던 동료들이 안에 쓰러졌다.
소우다를 제일 아래에 두고 그것을 덮듯이 쓰러진 그들은, 맨 위의 소니아부터 순서대로 일어나자, 다리가 꼬이면서도 츠미키에게 달려온다.
“읏, 츠미키 씨…….”
“어이 너희들,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코마에다의 병문안을 왔더니 너희가 진지한 이야기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거보다.”
기가막힌 듯이 히나타가 말하지만, 그러나 거의 귀에 닿지 않은 것 같았다.
“츠미키, 너, 들었으니까! 이제 두 번은 없다고!”
갑작스러운 일에 츠미키가 눈을 희번덕 뜨자, 안에 들어온 엿듣기 집단은, 순식간에 그녀의 주위를 둘러쌌다.
“후, 후에에??”
“아, 역시 이래야 츠미키라는 느낌이지……이제 괜찮다는 느낌이 들어.”
“우, 후유우……저, 절망하고, 여러분에게 폐를 끼쳐서, 죄송했어요오.”
그렇게 말하며 기세를 붙여 고개를 숙인 츠미키는, 기세가 지나쳐서 넘어지고 만다. 그런 그녀를 도와 일으키는 소니아는 그대로 츠미키의 양손을 잡고, “츠미키 씨, 지금부터 저와 제대로 사귀어주세요!”라고 성대한 고백을 해서, “소, 소니아 씨?? 배, 백합임까, 백합입니까?!” 하고 이번에는 소우다가 눈을 희번덕거리고, 거기에 “바보가”라며 쿠즈류에게 맞는다.
“백합이 뭐야? 맛있는 거냐?”
“오와리 씨, 백합은 꽃이에요오…….”
“예, 그래요. 츠미키 씨도 오와리 씨도, 꽃처럼 귀엽고 멋져요.”
라며, 거기에서 츠미키를 끌어들이고, 점점 태클을 걸 곳이 가득한 대화가 고조되는 것이었다.
“…………어─이, 너희들. 코마에다의 병문안 온 거라면서─?”
“괜찮아, 히나타 군. 나는 봐, 무사하니까. 그리고 네가 걱정해줬으니까, 그걸로 충분해.”
입구 부근에서의 그 소동에 따돌림을 당한 코마에다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천장을 봤다.
──뭐, 결과 올라잇, 라는 걸까?
그렇게, 마음속으로 시치미 떼고, 밝은 얼굴이 된다. 약 때문인지, 왠지 또 졸려졌다. 그것에 저항하는 것처럼 눈을 깜박이다가, 하지만 뭐 상관없지, 라며 결국 눈이 감기는 대로 맡기기로 한다.
눈을 감은 순간 급속도로 의식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잠에 빠지는 순간, 그 이마에, 따뜻한 손바닥이 얹히는 것을 느껴서.
“잘자.”
그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코마에다는 온화한 잠으로 돌아갔다.
──『동료들』이 떠드는 목소리에, 미소를 띠면서.
* * *
떠들썩했던 동료들은 부상자인 코마에다가 잠든 것을 보고 의무실에서 나갔다.
코마에다의 의식이 돌아온 일과, 츠미키가 절망에서 회복한 일, 그 두 가지의 축하를 하려고 식당으로 이동한 그들을, 지금은 코마에다의 곁에 있고 싶어, 라고 말하고 배웅한 히나타는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아, 숨소리를 내지 않고, 숨을 죽이는 것처럼 정적을 지키며 온화하게 자는 그의 잠자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츠미키의 처치가 적절했기 때문에 코마에다는 부상에 의한 발열도 이미 사그라지고 진통제도 잘 듣고 있는 것 같다.
편안한 잠을 탐하는 그의 얼굴을 지켜보면서도, 하지만 히나타는 자기 자신이 상처 입은 듯한 침통한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모두가 나가고, 코마에다는 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표정에 드러난 그것은──어딘가 냉철하게도 보이는, 평소의 히나타답지 않은 것이었다.
“코마에다.”
조용히, 하지만 분명히 호소한다. 당연히, 거기에 대답은 없다. 정적 속에 단지, 자신의 목소리의 여운이 남아있을 뿐이다. 히나타 자신, 그 일을 확인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낸 것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여운이 사라졌을 때, 히나타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는, 언제가 돼야 자신을 소중히 여겨줄까.”
씁쓸하게 말하고, 깊은숨을 토한다. 그 여운은 가라앉은 방에 묵직하게 남아, 재차 울적한 기분을 더해갔다.
입 앞에서 양손을 잡고, 하아, 한 번 더, 이번에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지만, 그 정도로는 지금의 기분을 바꾸지 못했다.
“……아직, 자신은 죽어도 좋다고. 죽고 싶다고, 사실은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낸 그 말은, 그에게 묻기에는 무서운 것이었다. 그것은 아마──코마에다는 주저하지 않고 끄덕일 일이었을 테니까.
──사실은 알고 있다. 코마에다의 상처는 사고가 아니라는 걸.
만일의 일이 없도록, 그 방에서는 칼은 모두 치우고 있었고, 당연히 누구나 갖고 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저 방에 과일칼이 있었는가.
미래기관의 감시 대상이었던 츠미키가 스스로 가지고 왔을 리 없다. 그런 거, 코마에다가 가지고 온 게 당연하다.
하지만 코마에다는 그것으로 무엇을 하려 했는가. 과일이라도 깎으려고 한 것일까. 그러나 그 방에는 과일은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았다. 애초에, 지금의 코마에다에겐 과일을 깍는 그런 섬세한 일은 할 수 없다.
그럼 어째서 그는 그것을 그 방에 들고 온 것인가. 정해져 있다. 결과를 보면 뻔한 일이다.
코마에다는 자신을 다치게 할 목적으로 저것을 반입한 것이다.
혹은, 그 칼은 츠미키를 향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히나타는 그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마에다는 자살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다친 그의 모습을 본 순간, 그 프로그램에서의 최후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렇지만 지금의 코마에다는 정말로 죽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코마에다는 그 상처가 치명상이 되지 않는다고, 중상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자신을 찌른 것이다.
아마, 자신의 『행운』을 믿고.
그렇기에, 태연하게 자신을 다치게 했다.
확실히 결과만을 보자면, 다친 코마에다를 앞에 둬서 츠미키는 본래의 그녀를 되찾고, 절망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코마에다의 예측대로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코마에다의 치료를 할 때, 히나타의 조력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것도 아마──코마에다의 생각에 의한 것일 터다.
코마에다는, 히나타에게 『초고교급 재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계속 그것을 꺼리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다시, 씁쓸한 한숨이 새어 나온다.
코마에다는, 변했다. 이전부터 그를 알아 온 모두는 그렇게 말하고 있고, 신세계 프로그램에서의 그와 지금의 그와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히나타도 알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코마에다는, 변하지 않았다.
그, 근본적인 자세도, 분명 아무것도
그, 현명함도. 그, 고독한 마음의 본연의 자세도.
그것은, 제일 가까이 있는 히나타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이다.
“……빨리 깨달아 줘. 재능 같은 건 상관없어. 너는, 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있는 그대로의 네가,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라고.”
자신의 배에 칼을 꽂는다. 그 범행에 소름이 끼쳤다. 그것은 프로그램에서 죽은 그를 연상시키는 것이니까, 그런 이유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아무리 죽지 않는다고 『믿고』 있든, 크게 다치지 않는다고 『믿고』 있든, 주저 없이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상이 아니다.
자칫하면, 목숨이 위험해지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도박이다.
그렇기에, 그렇게까지 굳게 『믿을 수 있는』 그것이야말로, 그가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그의, 내용물이 없는 왼손 소매에 눈을 돌린다.
몸의 부족은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부족은──어떻게 보충할 수 있는 걸까.
“……있잖아, 부탁할게.”
그 대답은, 모른다.
히나타는, 그저 기도하듯이 손을 잡았다.
“──────살아줘.”
그 속삭임은, 정적 속에 그저 녹아나갈 뿐이었다.
- 본 카레 CF에서 「아들을 동반한 검객」을 패러디한 것. “배가 고파도, 인내의 아이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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