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ㅇ
[단간/히코마]나는 손을 잡고 싶었다 본문
캡션: 누군가와 손을 잡고 싶은 코마에의 이야기입니다. 왠지 갑작스럽게 자신의 안에 있는 트라우마와 마주 보고 싶어서 썼기 때문에 코마에다가 다이내믹 자살할 거라 싫어하는 사람은 주의해주세요. 전에 쓴 역강간 소설의 연속처럼 되어 있습니다. 조작 만세입니다. 그리고 꿈을 많이 꿉니다. 꿈을 꾸는 건 인간의 특권이야 히나타 군.
~잘 알고 있을 전회의 줄거리~ : 코마에다는 다이내믹 자살의 전초전으로서 히나타를 역강간 했더니 의외로 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그대로 침대를 점령해, 히나타에게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강요했다.
살면서, 여러 가지가 없어졌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얼굴은 들이 밀어진 총구의 기억에, 이불 속에서 올려다보던, 불을 끄러 가시는 어머니의 손은, 잠 못 이루는 밤에 올려다본 콩 전구의 주황빛으로 다시 칠해졌다.
좋은 부모님은 아니었다.
사랑받았던 기억도 없다.
그런데도, 거듭되어 이어지는 상실은, 언젠가 시야에 비치는 경치를 바꿀 것이다.
빨간 풍선이 날아올랐다. 푸른 하늘에 풀려, 태양에 비친 둥근 끝부분이 금빛으로 빛났다.
잊을 수 없는 경치가 있다.
――손을 잡자.
그것은 내밀어진 손가락 끝이다.
――사람이 많아서 길을 잃으면 곤란하니까.
그것은 퍼레이드의 기억이다.
그것은 잡은 손바닥이다.
시끌벅적하게 돌아가는 회전목마와 불빛에 비친 타워 캐슬의 첨탑과 울리는 제트 코스터의 모터 소리다.
두 손바닥이 감싸는 열과 쏠린 관심의 기쁨이다.
그것은, 코마에다 나기토의 안저 그 안쪽에, 뻗어가다가 사라지는 전류가 타오르게 한 기억이다.
그것은 코마에다의 안저가, 코마에다의 손바닥 세포가, 코마에다의 고막이 기억하는 정경이다.
――자, 손을
어릴 적에 갔던 유원지와는 비슷한 점이 전혀 없었다.
코마에다 주변에 사람은 없다. 시설만은 훌륭한 유원지 길 위로, 바람에 날리는 마른 풀이 굴러간다.
목적지인 생쥐 성에도 당연히 인적은 없었다. 돌로 쌓은 외벽은 유원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음울한 회색을 띠고 있다.
만약을 위해 좌우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스, 숨을 들이마셨다.
“……그럼, 시작해볼까.”
손안의 폭약을 움켜잡는다.
히나타를 생각했다.
저기 절망적으로 재능이 없는 너. 분수를 모르는 쓰레기 벌레.
그래도 키보가미네라는 곳을 찾은 너라면, 보잘것없는 너라면 이 내 행동의 의미를 조금은 알아주지 않을까.
‘하찮아.’
한쪽 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대로 팔을 앞으로 내밀고, 소형 폭탄이 코마에다의 손을 떠난다.
포물선을 그리며, 작은 폭약이, 문에 맞고,
이 유원지에서 언젠가 히나타와 이야기를 했다.
그건 분명 새로운 섬을 탐색하던 중. 깜짝 하우스에 들어가기 전이다.
즉 아직, 코마에다가, 히나타를 희망이라고 믿고 있었을 무렵.
“어라, 히나타 군.”
생쥐 성의 성벽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 뒤에 지나가던 히나타를 코마에다는 불러 세웠다.
응? 히나타가 발길을 멈춘다.
“왜? ……아아, 그 성인가. 별거 없었어.”
히나타가 체념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는 미리 이 성을 조사했던 것 같다.
코마에다도 히나타의 말에 동의하듯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다.
“그런 것 같네. 아쉬워, 안에 들어가면 재밌을 것 같은 성인데.”
“안이라니…… 놀 때가 아니잖아.”
코마에다의 말꼬리를 잡고 히나타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새로운 섬에 갈 수 있게 되어도 역시 탈출의 단서 하나 보이지 않는 현재 상황에 나름대로 초조해 하는 것 같다.
자자, 코마에다는 웃으며 양손을 들었다.
“유원지에는 내 쓰레기 같은 인생에서 보기 들문 좋은 추억이 있어. ……옛날에 갔을 땐 굉장히 즐거웠거든. 내가 갔던 유원지에는 말이야, 이런 성안에도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모두 모험가가 돼서 성안에 갇혀 있는 공주를 구해내는 거야. 재미있는 놀이기구였어.”
그때 코마에다는 오랜만에 맛보는 들뜬 분위기에 요설이 되어 있었고, 그런 코마에다의 말에 히나타는 의외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유원지 같은 곳에 간 적도 있구나.”
“에? 안 어울리나. 하핫, 뭐, 안 어울리긴 하지. 나 같은 사람에게 그런 즐거운 장소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해. 하지만 나도 어렸을 때가 있거든. 뭐, 가본 건 딱 한 번이지만. 아직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에.”
“그, 래. 그렇구나.”
히나타의 얼굴이 불쾌한 듯이 일그러졌다. 별로 동정을 끌어내려고 한 말은 아닌데, 히나타는 코마에다가 이런 말을 하면 제멋대로 동정하고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것 같다.
그때 코마에다는 그것을 히나타의 상냥함이라고 이해했다. 즉 희망이다. 그래서 웃었다.
“지금도 그 유원지를 잘 기억하고 있어. 회전목마가 재밌었고, 게다가 피에로가 이런 내게도 풍선을 줬어.”
“뭐, 피에로는 그게 일이니까.”
“맞아. 그래도 난, 기뻤어.”
나는 기뻤다.
코마에다는 진심으로, 다시 한번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풍선을 건네주는 피에로. 누구나 즐겁게 해주는 조정된 스토리.
그때 히나타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코마에다는 벌써 잘 떠오르지 못하게 됐다.
히나타의 상냥함은 분명, 피에로가 건네주는 새빨간 풍선에 가까운 것이다.
그는 상냥하므로, 이런 어쩔 수 없는 코마에다에게도 말을 건네는, 이런 어쩔 수 없는 코마에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상냥함이 무관심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해도, 히나타는 코마에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히나타와 부둥켜안은 후, 스르륵 졸음 속에서, 히나타의 손의 열이 머리에 닿은 것 같다는 기억이 있다. 예비학과의 손바닥 열은 불쾌하기 짝이 없고, 구역질이 날 정도로 행복했다.
눈을 떴을 때는 히나타는 코마에다의 옆에서 자고 있었다. 그와 얼싸안고 말았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살며시 히나타의 등을 어루만졌다.
히나타가 눈을 뜨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히나타가 눈을 안 떴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지만, 결국 히나타는 눈을 뜨지 않았다.
코마에다는 그대로 숙소를 나왔다.
그 이후, 히나타 개인과의 적극적인 교류는 없다.
폭발음과 함께, 타는 듯한 열풍이 코마에다의 몸을 부추겼다.
엉망진창으로 부서진 입구로 진입한 성안은 평온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그곳에는 당연하게도 용사도, 모험가도, 사로잡힌 공주도, 누구의 모습도 없다.
□□□
“저기, 코마에다.”
천천히 천천히 히나타의 손바닥이 머리 위에서 움직인다. 때론 두둥실 뻗친 코마에다의 머리카락을 잡듯이, 때론 억누르듯이 하면서 완급을 붙여 쓰다듬어지고 있으면 마치 큰 고양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 머리숱이 많지. 개를 쓰다듬는 기분이 들어.”
누운 머리 위에서 히나타의 조용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히나타의 목소리가 귀 고막에 스며들었기 때문에 목을 울리며 코마에다는 웃는다.
“개라니. 후훗, 난 지금 어느 쪽인가 하면 고양이가 된 기분이지만.”
코마에다는 앉아 있는 히나타의 무릎 위에 턱 하니 머리를 얹고 있었다. 히나타의 다리는 적당히 근육이 붙어 있고, 게다가 체온이 높기 때문에 따뜻하다. 이 남국의 섬에서는 다소 더울 정도였지만 지금은 이 열이 상쾌하다.
히나타의 손은 그런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코마에다의 머리 위에서 천천히 계속 움직이고 있다. 코마에다가 쓰다듬어 달라고 말하고 나서, 히나타는 이렇게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계속 코마에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쓰다듬고 있는 사이에 즐거워진 듯, 때로는 코마에다의 관자놀이를 찌르거나 때로는 귀를 만지작거리거나 쓰다듬는 쪽에 변화가 생긴 것이 간지럽다.
손바닥과 발
양쪽에서 사람의 체온에 싸여, 코마에다는 황홀하게 눈을 흘긴다.
한숨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난 부모님에게도,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어진 기억이 없어. 히나타 군에게는, 처음인 것만 배우는 것 같네.”
히나타가 머리 위에서 곤란한 듯이 웃는 기색이 있다.
“그렇게 과장할 건 아니잖아, 이런 것쯤은.”
“아니, 대단한 일이야. 왜냐면 이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사람은 이제까지의 삶에 없었고, 이런 시간이 있다는 걸 상상해 본 적도 없었으니까!”
문득 머릿속에서, 긴 흑발이 휘날렸다.
절망이라는 황홀 속에서 죽은, 그녀를 떠올렸다.
코마에다는 계속한다.
“츠미키 씨가 말한 대로 나는 누구에게도 용서받지 못할 거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이라는 말과 인연이 먼 사람이야. 그때 그녀의 말은 가슴에 박혔지. 그래도 지금의 나라면, 그때 그녀에게 반론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히나타가 상냥하게 물었다.
응, 하고 코마에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에는 새하얀 행복이 가득했다. 언제나 그렇듯, 이후 닥쳐올 불행에 대한 불안감조차 없는, 벌레 먹은 구멍으로 비치는 흰색이 세계를 가득 메워가는, 버그 같은 행복이었다.
……버그?
뭘까, 이 생각은. 왜 이 행복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할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사르르 미지근한 물 같은 아늑한 느낌 속에서 금세 무산되고 말았다.
백치적인 행복 속에서 코마에다는 말한다.
“저기, 히나타 군. 그때는 아무런 반론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어. 적어도, 나는 사랑을 알고 있어. 그 존재를 알고 있어. 생각난 거야. 나는 처음부터 너를 사랑하고 있었어. 네 안에 잠든 희망을, 마음속 깊이 사랑해. 그 말은, 나는, 너를.”
하려던 말이 목구멍에 막혔다.
“나기토.”
히나타가 코마에다를 불렀다. 아버지 같은, 어머니 같은 목소리였다. 불린 적 없던 호칭에 가슴이 설레고, 뭔가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네가 날? 내가 널? 뭘까, 이 쌍방향의 따뜻한 세계는. 그런 바보 같은. 어째서. 그런 것을, 너는.
코마에다 나기토가 그렇게 눈을 뜬 것은, 히나타 하지메와 몸을 섞고 나서 이틀 후의 아침이었다.
미지근한 행복이라는 버그가, 아직 머릿속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아침 해가 야자수의 신록을 물들이며 절망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창문에서 멀리 반짝반짝한 빛으로 빛나는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세상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웠다.
“………….”
빛으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히나타의 몸에 닿은 손바닥을 응시했다.
그 하잘것없는 예비학과의 피부에 다시 한번 닿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재능도 없는 하찮은 영혼에 다시 한번 다가가고 싶어진다. 여기에는 이제 절망밖에 없다.
이런 세상은 빨리 망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희망을.
희망을 이 세계에, 코마에다 자신의 손으로 다시 부르는 것이다.
□□□
테이프로 입을 막자, 접착테이프에 감긴 솜털이 따끔따끔 얼굴을 자극했다. 아주 불쾌한 느낌이었지만, 그런 것에는 금방 익숙해졌다.
앞으로 더 심한 통증을 견뎌야 한다. 계획을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 수 없으니까.
다들 지금쯤, 가짜 폭탄에 난리가 났을 것이다. 절망적으로 어리석은 집단이다. 아아, 절망이니까 어쩔 수 없나. 저런 놈들에게 이 몸을 받치려는 참이니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자신이 진정한 의미로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
계획은 잘 진행될까.
아니, 분명 괜찮아, 틀림없어.
팔에 밧줄을 묶고, 준비를 모두 해놓고, 자, 계획은 시작됐다.
칼을 든 팔을 높이 쳐든다. 허벅지를 찌르는 순간 목구멍에서 우물거리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딱 맞게 테이프에 봉해졌다.
‘히나타 군.’
가장 모함하고 싶고, 가장 죽여버리고 싶고,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꺼림칙한 이름을 입속으로 읊조렸다.
허벅지에서는 붉은 피가 질척질척하게 나와 코마에다의 바지를 거무스름한 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피부에 붙는 그 감촉이 너무 기분 나쁘다.
아직도 생각은 선명했다. 점점 온몸을 지배해 가는 고통이 오히려 코마에다의 편을 들어주는 것 같았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등을 떠민다.
휘둘러서 찌른다. 단조로운 리듬이 고동을 친다. 죽어가면서 살아있다. 피가 콸콸 내뿜는다. 고동에 맞추어 춤추는 몸. 나는 계속, 이런 식으로 살고 싶었다.
히나타 군, 히나타 군, 히나타 군, 나는.
손바닥이 저리다.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이 뒤는 할 수 없게 된다.
바보 같은 인형으로, 군용 나이프를 고정했다.
팔을 올리면 피가 내려가고, 손끝이 저리듯이 차가워졌다.
힘을 줬다. 내리쳤다.
“…………으!!”
접착테이프에 달라붙어 가는 비명이 코마에다를 숨쉬기 힘들게 만든다. 드리워지는 속눈썹 그림자 너머로 손바닥을 관통한 칼끝이 보인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걸로 됐다. 한 손은 아직 살아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내쉴 때마다,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제 곧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히나타 군, 너는 분명, 나의 사인을 올바르게 밝혀 줄 것이다. 재판 장소에는 나나미 씨도 있다. 너희는 미워해야 할 절망의 사도지만, 히나타 군, 너는 분수를 모르는 예비학과인 범인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올바르게 검정을 지적해 왔다.
너를 믿어. 너의 어리석음을 믿고 있어.
어리석은 너와, 어쩔 수 없었던 나는, 저승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 왜냐하면 우리는 동류니까.
저기 히나타 군, 저기.
숨이 거칠다.
마음껏 뱉고 싶은데 점착질 된 테이프는 그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콧구멍으로는 숨을 쉬기 부족한것이다.
코마에다는 살짝 웃었다.
불길이 살갗을 태웠다.
꽁꽁 언 몸이 불꽃의 열을 느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지만, 그것이 독의 안개 때문인지 시각이 없어졌다는 증거인지 이제 코마에다는 알 수 없다.
입은 막았지만, 콧구멍을 막을 수는 없었다.
독의 안개로 목이 타서, 뜬 코마에다의 안구를 사르르 녹인다.
‘하얘…….’
고통조차 이젠 멀어졌다.
코마에다의 시들어 가는 수정체가, 단말마의 빛을 발해 시야를 물들였다.
이 빛 너머로, 나는 모두를 데리고 간다.
――손을 잡자.
그렇다, 손을 잡는 거다. 손을 잡고, 나는 너희들과 가겠다.
‘난.’
손을 뻗으려던 팔은 이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코마에다는 손을 뻗고 있었다. 뻗으려고 했다.
하얀색 저편에 손바닥이 보였다.
언젠가 밤, 코마에다의 머리를 쓰다듬은 손이었다.
――길을 잃으면 곤란하니까.
‘히나타 군.’
거의 사라진 청각이, 최후의 구동을 했다. 찬송가가 들렸다. 코마에다는 웃었다.
히나타 군.
저기, 히나타 군.
혼자가 아닌, 누군가의 발판으로서, 희망을 위한 발판으로써, 나는,
――자, 손을.
나는, 너와 죽고 싶었어.
신체 감각은 이제 없었다.
경직된 몸을 삐걱삐걱 움직이며, 코마에다는 환상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손바닥이 펼쳐졌다. 코마에다의 손에서 스르르 로프가 빠졌다.
시야는 하얗고, 뻗은 팔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천장의 흉기가 흔들린다.
코마에다의 배에, 아름다운 무게로, 사나운 부피로,
일직선으로,
창이
●
“……코마에다.”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딘가 그리운 그 소리에 눈을 뜨려고 했지만 그런 사소한 움직임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눈꺼풀을 여는 단순한 동작에 코마에다는 30초의 시간을 허비했다.
눈을 떠도 한동안은 아무 경치도 보이지 않았다. 시야는 그저 새하얗고 아른거리는 그림자만 보인다.
“코마에다!”
아른거리는 그림자가 그렇게 말했다. 아아 맞아, 그게 내 이름이다. 코마에다 나기토. 기억하고 있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바싹 마른 머릿속이 팽창했다.
몸이 움직이려고 비명을 지른다.
갑자기 뛰기 시작한 심장에, 둘러싼 혈액이 따라잡지 못한다. 고동만 치고 손을 들려다 실패하고, 다리를 들려다 실패하고, 코마에다는 드러누운 자세 그대로 애벌레처럼 꼴사납게 몸부림쳤다.
“코마에다, 서두르지 않아도 돼. 천천히, 진정해.”
그리운 목소리와 함께, 몸에 뭔가가 닿아 한순간 늦게, 천천히 열이 났다. 손을 대고 있는 것 같다고 깨닫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코마에다.”
희미한 경치가 보인다. 목소리도 선명해져, 서서히 오감이 부활해 가는 것을 느낀다.
잠깐 회복된 흐릿한 시야 너머로 모르는 얼굴이 보였다.
약간 치켜 올라간 큰 눈과 짧게 깎인 머리카락. 정수리에만, 까치집처럼 커다랗게 머리카락이 서 있다.
또다시 바로, 전기가 뚝 끓기 듯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세부는 잘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아는 얼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넌, 누구야.”
아는 사람일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히나타 하지메.”
돌아온 대답은 마치 먼 이국의 말처럼 코마에다의 귓속에 녹아들었다. 모르는 이름이었다. 생소한 이름일 텐데 왠지 그립다.
시야가 반짝반짝 명멸하다.
“일어설 수 있겠어?”
한순간의 빛 속에 뻗쳐진 손바닥이 보였다.
“……아.”
――손을.
손을 잡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구랑? 누구랑. 나는,
나는.
손을 뻗었다.
그 순간에, 시야가 터졌다.
뻗은 팔 끝이 없었다. 쥐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허공을 잡을 수조차 없는 손이었다.
그 팔을, 히나타 하지메의 손바닥이 잡았다. 그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웃고 있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아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너를 알고 있다.
“……히, 나타.”
군, 소리가 혀로 풀어진다.
히나타 하지메의 눈이 깜짝 놀란 듯 떠진다.
역시 그 얼굴을 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히나타의 손의 열이 코마에다의 팔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기억나는 열이다. 실태 없는 열이다. 스르르 졸음 속에서 누군가의 손이 머리에 닿은 것 같은 열이다.
그것은 코마에다의 손바닥의 세포가, 코마에다의 고막이 기억하고 있는 추억이다.
퇴색되던 시야가 빛을 더하다.
코마에다의 완전히 마른 새로운 수정체가, 프리즘의 색으로 세계를 사로잡는다.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것은 언젠가, 코마에다 나기토의 안저에 침전하고 있던 아름다운 정경이다.
마음속으로, 기억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불렀다.
저기 ――군.
나는, 너와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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